[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올해 최대 공모규모를 기록할 '기업가치 10조원' 현대오일뱅크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전환 마무리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전날 현대오일뱅크의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접수했다. 상장 시 예상 시가총액은 10조원, 공모 규모도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상장 주관사다.
현대오일뱅크가 상장 예비심사에 들어서면서 현대중공업지주의 지주사 전환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그동안 현대중공업그룹의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의 순환출자 문제 ▲금산분리 해소 등의 과제가 있었다.
현대중공업지주(舊 현대로보틱스)는 현재 현대오일뱅크 지분 91.13%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 전체 매출의 74.5%가 정유부문에서 나온다. 결국 현대오일뱅크가 성공적으로 IPO를 이뤄낼 경우 현대중공업지주는 그만큼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사용할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우선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기 위해선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한 현대중공업 지분 3.93%를 처분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지주는 현재 현대중공업 지분 27.84%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중공업'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주사의 증손회사는 계열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지주의 증손회사 현대미포조선이 현대중공업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대미포조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지분 3.93%를 현대중공업지주에 매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주사의 자회사 지분을 현행 상장사 20%에서 30%로 높이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추진 중이다. 현재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중공업 지분 27.84%를 보유하고 있다. 결국 현대미포조선 3.93%를 매입해 우호지분 확보와 '자회사 30% 지분 확보' 기준을 충족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1조원 실탄' 현대重지주, 미포조선 지분 매입 나서나
현대삼호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의 지분 42.34%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동법에는 지주사의 손자회사(현대삼호중공업)가 증손회사(현대미포조선)의 주식을 가질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어서다. 다만 손자회사가 증손회사 발행주식총수(100%)를 소유하고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결국 현대삼호중공업이 ①현대미포조선의 지분(42.34%)을 모두 매각하거나 ②남은 주식 58%를 매수해 100%를 보유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11일 종가 기준(8만1천500원) 현대미포조선 시가총액은 1조6천300억원이다. 현대미포조선 지분 42.34%를 매입하려면 약 7천억원의 현금성 자산이 필요하다.
이에 3조2천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현대중공업이 현대미포조선 지분을 매입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10일 애널리스트와 간담회에서 "지주사가 현대미포조선을 매입하거나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합병하는 방안으로 9월 내 계획을 공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준 9천667억원의 실탄을 보유한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삼호중공업의 현대미포조선 지분 42.34%를 매입해 현대미포조선을 증손회사에서 계열사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 합병안에 대해서는 최악의 조선업황 속에 합병이 비효율적이라는 업계의 분석이 나온다.
◆금산분리 해소 위해 하이투자증권 지분 매각해야
아울러 지주사 전환을 위해서는 동법의 금산분리 조건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 내 금융 계열사 하이투자증권을 성공적으로 매각해야 하지만, 이 역시 금융당국의 심사가 남아 있다. 현재 현대미포조선이 하이투자증권 지분의 85.32%를 보유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인수주체인 DGB금융지주는 이달 내로 금융감독원에 하이투자증권 자회사 편입 재심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월 DGB금융에 하이투자증권 인수와 관련해 서류 보완을 지시한 뒤 심사를 중단했다. 금융지주와 인수한 자회사의 시너지 경영전략을 보완하라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DGB금융 대주주의 위법사실을 문제 삼아 의도적으로 심사를 늦췄다고 보고 있다. 대구은행 채용비리와 수성구청 펀드투자 손실금 보전 사건에 연루된 전·현직 임원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대구은행 채용비리 조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고 김태오 회장이 새롭게 취임하면서 자회사 인수에 속도가 붙었다. 하지만 사태수습 과정에서 퇴진한 임원들의 반발 등 여전히 잡음이 계속되고 있어 오는 9월말로 예정된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가능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앞서 SK㈜는 지난해 8월 케이프인베스트먼트와 SK증권㈜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케이프는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신청했지만, 금융당국은 케이프의 자금조달 문제로 승인을 미뤘다. 결국 기한 내 금융 자회사를 팔지 못한 SK㈜는 과징금을 부과받기도 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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