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 주부 A씨는 SK플래닛이 판매하는 모바일 상품권(기프티콘) 중 '이마트 상품교환권 5만원권'을 샀다가 낭패를 봤다. 이 기프티콘으로 4만8천원 어치의 상품을 결제하려고 하자 매장 점원으로부터 "잔액 환불이 불가하다"는 답변을 받았기 때문이다.
상품권이 아니라 상품교환권이어서 남은 차액을 돌려줘야 할 의무가 없다는 설명이다. 2천원을 허공에 날릴 수 없었던 A씨는 급하게 매대 근처 스낵류를 더해 총 5만원을 채웠지만 '불필요한 소비'를 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SK플래닛과 이마트는 소비자 혼란을 줄이기 위해 상품교환권을 이벤트성으로만 판매하고 관련 시스템을 손질하기로 했다.
1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표준약관에 따르면 신유형(전자형·모바일·온라인) 상품권은 크게 금액형과 물품·용역 제공형으로 나뉜다. 예컨대 '이마트24 기프티카드 3만원권'처럼 금액이 정해져있는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잔액 내에서 횟수 제한 없이 쓸 수 있는 상품권은 '금액형'이다. 반면 '스타벅스 카페 아메리카노 톨'처럼 한정된 상품만 제공하는 상품권은 '물품형'이다.
표준약관 제7조 2항은 1만원 이상의 금액형 상품권은 소비자가 60% 이상(1만원 이하의 상품권은 80%) 사용 시 그 차액을 환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물품형은 잔액 반환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어 사실상 업체가 자율적으로 환급여부를 결정하는 상황이다. 앞선 스타벅스 상품권으로 톨 사이즈보다 저렴한 숏 사이즈의 커피를 사도 잔액을 돌려받을 수 없는 이유다.
문제는 이마트와 SK플래닛이 금액형의 탈을 쓴 물품형 상품권을 판매해 소비자 혼란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앞서 SK플래닛에서 판매됐던 이마트상품교환권(5만원)을 비롯해 현재 이곳에서 판매중인 이마트완구교환권(5·3·1만원)·이마트노브랜드상품교환권(1만원)·이마트상품교환권(3·2·1천원) 모두 금액형인 듯 하지만 사실은 차액을 환불해주지 않는 물품형이다.
물품형 상품권은 유효기간도 짧다. 표준약관 제5조 2항에 따르면 물품형 상품권의 유효기간은 금액형(1년)의 4분의 1 수준인 3개월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벤트성으로 판매된 상품권은 추가 기간 연장도 불가해 5년 내 횟수제한 없이 기간연장이 가능한 다른 상품권 대비 사용기한이 훨씬 짧은 편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소비자는 구매금액의 90%만 돌려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받는 불이익이 큰 셈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표준약관에 금액이 기재된 신유형 상품권을 물품 교환형으로 판매해도 되는지 까지는 나와 있지 않다. 만약 사업자 약관에 불공정약관조항이 있다면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낙전수입 위해 꼼수 부렸나…"시스템 한계일 뿐"
일각에선 이마트가 표준약관을 준용하는 범위에서 '꼼수'를 써 낙전수입을 챙기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낙전수입이란 구매자가 정액 상품의 제공량을 다 쓰지 않아 생기는 부가수입으로, 상품권의 잔액과 유효기간을 놓쳐 미사용된 금액 등을 고려하면 일부 부가수입은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모바일 상품권 판매 시 유통사인 SK플래닛에 일부 판매수수료만 주면 나머지 수익은 이마트의 몫이 된다. 또 상품권에 기재된 금액 이상을 결제해야 소비자도 손해가 없는 만큼 이에 따른 연쇄 구매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SK플래닛 관계자는 "해당 상품교환권은 유통사인 SK플래닛이 발행사인 이마트에 먼저 제안해 출시된 상품으로, 기획 당시 이마트 시스템 상 잔액관리가 어려워 상품교환권 형태로 판매하게 된 것이지 운영상의 꼼수를 부리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마트 평균결제액을 감안하면 이들 상품권에서 잔액이 발생하리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즉, 이마트의 시스템에 잔액관리기능이 추가되지 않는 이상 현재 상황에선 물품형 상품권 발행이 최선이라는 설명이다.
낙전수입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모바일 상품권 유효기간이 5년이어서 올해 발행된 상품권이 수입으로 인식되려면 2023년이나 돼야 하는 데다, 수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환불교환율을 95~98%까지 끌어올린 상태기 때문에 사업 구조상 낙전수입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마트 관계자 역시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와 편의를 고려해 상품교환권을 발행했으나, 상품권으로 인식한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며 "SK플래닛 측과 협의해 관련 제도를 개선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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