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미국의 한국산 철강 관세 시행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 설득에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산 철강이 관세면제 대상으로 지정되는 대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와 빅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1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이날(현지시각)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만나 한국산 철강에 대해 관세명단 제외를 요청할 계획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내용의 철강·알루미늄 규제조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효력은 서명일로부터 15일 후인 오는 23일 발효될 예정이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수입품에 대해 관세 부과나 수입량 제한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이 될 때 이번 관세폭탄 조치에서 면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상대국인 캐나다와 멕시코가 가장 먼저 빠졌다. 이어 미국의 우방국인 호주 역시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밀접한 안보관계에 있는 국가들에 대해선 협상의 여지가 있다보니 우리 정부는 발효 나흘여를 앞두고 미국 정부 설득에 사활을 걸었다.
먼저 정부는 미국 정부와 2개의 장관급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한미FTA 3차 개정 협상을 마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23일까지 미국에 체류하며 아웃리치를 지속하기로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윌버 로스 미 상무부 장관과 전화 통화를 통해 철강의 관세 면제를 거듭 요청했다.
이들은 ▲대미 철강 수출 품목 중 중국산 소재를 사용하는 비중은 2.4%에 불과하고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량도 340만톤으로 2014년 대비 31.5% 감소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이 미국의 철강 관세 대상국에서 빠지는 대신 한미FTA 개정 협상에서 조금 양보하는 '원샷' 빅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열린 한미FTA 3차 개정협상 도중 철강 관세부과를 내세우며 FTA 핵심쟁점 분야에서 한국의 양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워킹그룹 총괄분과 1차 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철강관세 협상과 한미FTA 개정협상 일괄 타결에 대해 "협상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지만 여러 가능성을 두고 하고 있기에 일괄 타결은 협상의 하나의 방법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칫 미국 정부의 전략에 말려 들어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보호무역주의 일부의 철강 관세 문제를 한미간 FTA 재협상 이슈로 끌어오면서 협상이 더욱 복잡하게 진행됐다는 주장이다.
백 장관은 철강 관세를 면제받기 위해 자동차를 양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그런 우려가 있어 협상에 있어 하나의 전략적인 방법이라는 것"이라며 "항상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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