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호주 등 동맹국에 대해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한국 정부의 대응이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외교 채널을 동원해 미국 정부 설득에 나서면서 한국도 관세 면제국에 포함될지 관심이 쏠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가 참석한 가운데 제198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폭탄 조치에 대한 제외 방안 등 대책을 논의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판재류(열연, 냉연, 아연도 강판 등)의 경우 그간 우리 기업의 시장 다변화 노력으로 금번 조치로 인한 수출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라면서도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강관류의 경우 상당한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한국산을 포함한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5%의 관세를 각각 부과하는 내용의 철강·알루미늄 규제조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효력은 서명일로부터 15일 후인 오는 23일 발효될 예정이다.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수입품에 대해 관세 부과나 수입량 제한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이 될 때 이번 관세폭탄 조치에서 면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 상대국인 캐나다와 멕시코가 가장 먼저 빠졌다. 이어 미국의 우방국인 호주 역시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중국산 철강을 수입 후 재가공한 뒤 미국에 수출하는 국가라는 의심을 사고 있다.
정부는 대미 철강 수출 품목 중 중국산 소재를 사용하는 비중은 2.4%에 불과하고 반박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대미 철강 수출량도 340만톤으로 2014년 대비 31.5% 감소해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정부는 미국을 상대로 다각적인 설득 작업에 나선 상황이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을 찾아 아웃리치(대외접촉) 활동에 나섰다. 김 부총리는 지난 11일 스티븐 므누친 미국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산 철강을 관세부과 대상에서 제외해줄 것을 공식 요청한 바 있다.
김 부총리는 "한국 철강, 자동차 기업이 대미(對美)투자를 통해 미국 내 고용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며 "이번 조치가 양국의 긴밀한 경제협력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한국산 철강을 관세부과 대상에서 면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유럽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 관세 면제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응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 이달 23일부터 발효된다는 점에서 2주 안에 협상을 마쳐야 하는데 지금까지 미국 정부의 입장이 완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설득 작업에 난항이 예상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에 대해 '환적'을 중국산 철강을 들여와 가공해서 수출하는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외교채널을 동원해 남은 2주간 미국 정부를 설득하고 다른 철강 수출국과도 공조를 같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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