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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스튜어드십 코드, 中企도 준비해야죠"


'스튜어드십 코드 선구자' 이원일 제브라자문 대표…"외인들 관심 커"

[아이뉴스24 김다운기자] "스튜어드십 코드 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있었다면 미스터피자나 종근당 같은 오너들의 '갑질'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새정부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주목받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기관투자자들이 주주로서의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회사 경영에 목소리를 내고, 주주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하기 위한 자율지침을 말한다.

국내에는 이제서야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는 단계지만, 10년 전부터 이미 이 같은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앞장선 전문가가 있다. 이원일 제브라투자자문 대표다.

이 대표는 2006년 알리안츠GI자산운용 대표를 역임하며 국내 최초의 공모 지배구조개선 펀드인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 펀드를 만들었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를 만들 때에도 초기부터 참여했다. 특히 실제로 국내에서 기업 지배구조개선 펀드를 운용해본 전문가가 거의 없기 때문에 실무적인 운용 측면에서 이 대표의 역할이 컸다.

이 대표는 최근 코스피지수가 2400선을 넘는 등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등으로 인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봤다.

"지난 5월 대선 직전에 홍콩의 노무라 컨퍼런스에 강연자로 간 적이 있어요. 100명 정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왔는데, 대부분 정권이 교체되면 한국기업들의 지배구조는 어떻게 될 것인가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대한 질문도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적극 나선 아베노믹스와 같은 정책이 한국에서도 시행될 것인지 궁금해했다고 했다.

일본 증시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1년 만에 2만선을 넘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들 환영 안 해…'왜 왔냐' 협박도

2015년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돼 혜성처럼 나타난 헷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국내 다른 기업들에게도 외부 주주에 대한 경계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한동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논의에 부정적인 기류가 형성되기도 했을 정도다.

이 대표는 한국 기업들이 준비가 안된 상태에서 처음부터 엘리엇이라는 너무 센 '액티비즘(Activism, 행동주의)' 펀드를 만나면서 이 같은 행동주의 투자자들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진단했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주주제안 행동에도 채택 스타일에 따라 여러 단계가 있는데 엘리엇이나 소버린, 칼 아이칸 같은 헷지펀드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공격적이고 과격한 스타일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많은 상장기업들은 주주제안이라고 하면 100% 경영간섭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협박을 받거나 회유하는 전화도 종종 받았다고.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주가를 올려줄 텐데 왜 왔느냐'며 푸대접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기업가치향상 펀드를 운용해보니 현실적으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다는 걸 배웠습니다. 오너들에게는 1~2%밖에 지분이 안되는 주주가 와서 이것저것 제안하는 것이 생사가 걸린 문제로 느껴지니까 지나칠 정도로 강경대응을 하는 경우가 많았죠."

이 대표는 "우리 자본시장은 균형과 견제가 전혀 안 잡혀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소액주주들은 정보력이 없고 동기도 없다 보니 항상 정보력과 동기가 충분한 오너들이 이긴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이런 현실 속에서 균형과 견제를 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다.

한국은 91%의 상장기업이 오너나 오너의 직계가족이 경영을 하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가장 높은 비율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오너 경영자들의 지분율은 높은 편이 아니다. 적은 지분을 갖고 상장기업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일본에서 공적연금펀드(GPIF)가 중심이 돼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듯이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이 먼저 기준을 잡아야 한다"며 "처음부터 영국이나 미국 수준으로 잣대를 들이대면 안되고 점진적으로 도입을 해야 부작용이 적다"고 판단했다.

아쉬운 것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비해 기업지배구조 코드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는 "둘은 거울처럼 서로 보완되는 구조"라며 "기업은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지키고, 주주들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기업이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잘 지키느냐를 감시해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지배구조 코드는 199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제정한 것으로 국내에서도 2006년에 공표됐으나 도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문제 많아"

그렇다면 어떤 기업이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일까? 이 대표는 "정답은 없다"고 말했다.

오너의 경영이 효율적인지, 전문경영인이 효율적인지 등도 기업의 상황이나 역사, 고객에 따라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우선적으로 평가되는 기준은 '경영성과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느냐'다. 유럽은 지속가능경영(ESG) 평가, 일본은 자기자본이익률(ROE)를 보고 주로 측정한다.

"많은 사람들이 기업 지배구조를 이야기할 때 재벌 이야기만 하는데, 사실 이제 재벌들의 지배구조는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좋은 편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오랫동안 투자를 해왔고, 스튜어드십 코드에도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습니다."

반면 중소기업 상장사들은 스튜어드십 코드에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싼 기업, 현금은 많은데 시가총액이 못 미치는 기업, 실적 반등이 시작되는 IT 기업 등을 사례로 들었다.

그는 "알리안츠 펀드를 운용할 때 중소기업 위주로 주주제안을 했다"며 "무조건 배당을 늘리라는 식이 아니라 기업 분석을 한 뒤 기업에 도움이 될 만한 전략을 전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에서 관심을 갖고 연구할 정도로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준비는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진단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경륜이 있는 펀드매니저들이 많지 않고, 기업 입장에서도 경험해본 적이 없다. 증권거래법 등 법적으로도 아직 걸림돌이 있다.

"해외에서는 블랙록 같은 인덱스펀드 운용사들조차 전문 부서가 있을 정도로 스튜어드십 코드에 입각한 주주제안 행동이 보편타당한 투자의 과정으로 인식이 돼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늦은 감이 있지만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야겠죠."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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