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문기기자] 도시바가 오는 21일 메모리 사업부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가운데, 미국 브로드컴과 미일연합의 경쟁 구도가 유력시되고 있다.
최근 미일연합은 부족한 자금 확보를 위해 한미연합과 협력을 타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변수는 미국과 함께 동맹전선을 구축하려는 중국 홍하이그룹과 독점교섭권을 요구하며 끊임없이 매각 방해를 일삼고 있는 웨스턴디지털(WD)이 꼽힌다.
도시바는 오는 21일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당초 지난 15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도시바의 부실한 내부 사정과 WD가 미국 법원을 통해 매각을 막아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하면서 시일이 밀렸다. 일각에서는 최근 부각되고 있는 미일 연합과 한미 연합 간의 협력을 유도하기 위한 시간 지연으로 분석하고 있다.
◆ 브로드컴 vs 한미일연합 격돌
현재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인수에 유력한 연합은 2곳이다. 최근까지도 유력시돼왔던 곳은 미국 브로드컴과 미국 투자펀드 실버레이크 등이 주축이된 미 연합이다. 도시바가 요구하는 2조엔 이상의 입찰가를 제시하면서 우선협상대상자로 떠올랐다. 일본은 기술 유출을 우려해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인수자를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척점을 이루고 있는 곳은 미일연합이다. 일본 산업혁신기구와 일본 정책투자은행, 미국 투자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으로 구성됐다. 아사히신문은 "미일연합이 기금 조성에 난항을 겪고 있다. 도시바가 요구하는 2조엔을 채우기 어려워 미국 베인캐피탈 등 다른 투자펀드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현지 관계자의 말을 빌어 설명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미일 연합이 부족한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베인캐피탈 연합에 손을 내밀고 있다. 이 연합에는 SK하이닉스가 포함돼 있어, '한미일 연합'으로 불린다. 실제로 협력을 약속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현지 분위기는 도시바가 이 연합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미일연합이 구축됐다면, SK하이닉스에게는 호재다. SK하이닉스가 직접 주도적으로 인수에 나서게 되면 자칫 반독점 금지 규제에 발목이 잡힐 우려가 있다. 한국에 기술 유출을 꺼리는 일본의 우려도 어느 정도 해소시킬 수 있다. 기술협력을 통해 차후를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이다.
도시바는 최대한 메모리 사업부 매각을 서두를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시바가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도시바 메모리를 올해 안에 매각해 위기를 타계해야 한다. 각국의 독점금지 심사에도 시간이 걸릴 것을 감안해 조기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 WD·홍하이 "포기란 없다"
변수는 남아있다.
WD가 끊임없이 독점교섭권을 요구하며 매각 금지를 미국 중재위원회와 법원에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아마존, 애플 등과 협력해 발 빠른 기술개발을 진행하겠다는 홍하이그룹도 물러서지 않는 눈치다.
궈타이밍 홍하이그룹 CEO는 재차 폭스콘이 도시바 기술 개발을 도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에서 투자를 한다고 해서, 또는 중국 내 공장이 있다고 해서 기밀 기술을 도입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은 항상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고, 이에 대한 투자는 매우 정상적이라고 설명했다.
궈타이밍 CEO는 도시바의 가장 큰 문제가 미국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경쟁업체보다 뒤쳐지지 않도록 기술을 개선하는 방법을 찾는 일이라며, 삼성전자에 비해 뒤떨어져 있는 상황을 인지하고 경쟁사를 따라 잡고 심지어는 뛰어넘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홍하이그룹은 도시바의 기술이 폭스콘을 통해 유출되는 것 자체가 폭스콘과 파트너에게 이득이 되지 않을 것이며, 도시바만 향후 개발에 대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 분석했다. 폭스콘은 생산라인과 공장을 소유하고 있어 생산 절차의 세부사항은 공장 내에 보관될 것이며, 도시바 특허 침해 방지 기술에도 적용할 것이라 밝혔다.
WD는 지속적으로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WD는 지난 5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경쟁업체의 주주 참여를 반대하는 의미로 도시바에게 독점교섭권을 요구했다. WD는 도시바의 기술협력 업체이자 일본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 운영 중이다. 스티브 밀리건 WD CEO는 도시바가 합작사의 의견을 배제한 채 매각에 나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도시바도 날을 세우는 형국이다.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을 WD가 지속 방해한다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WD는 이러한 도시바의 최후통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법원에 중재 신청서를 제출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일이 가까워지자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법원에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 매각 금지 요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김문기기자 mo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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