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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메갈 논란 학을 뗀 게임사들 "답 찾았다"


논란시 해당 콘텐츠 신속히 삭제…"속도가 생명"

[문영수기자] '일간베스트(일베)' '메갈리아' 등 이른바 반사회적 커뮤니티에 연루돼 직·간접적 피해를 입은 게임사들이 문제가 된 콘텐츠 등을 도려내는 방식으로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반사회적 커뮤니티를 혐오하는 성향을 지닌 게임 고객층의 이탈을 최소화하고 기업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한 조치다. 조치를 취하는 속도도 점차 빨라지는 추세다.

지난 1일 모바일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 포 카카오(이하 데스티니 차일드)'에 메갈리아 논란이 불거지자 서비스 운영을 맡은 넥스트플로어(대표 김민규)는 문제가 된 게임 내 일러스트를 삭제하는 조치를 취했다. 논란이 불거진 지 반나절 만이다.

'데스티니 차일드' 메갈리아 논란은 게임 내 일부 캐릭터 일러스트를 맡은 작가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남충' 등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한 사실이 1일 정오 무렵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한남충'은 남성 혐오 커뮤니티인 메갈리아가 한국 남성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이다.

회사 측은 1일 오후 5시 11분 공식카페를 통해 "내부 스태프들과 운영진이 모두 모여 논의한 결과 어떠한 형태로든 논란이 발생하거나 또는 발생 가능성이 있는 이미지는 게임의 원활한 플레이를 위해 교체하는 것으로 방향성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실제 해당 작가가 그린 일러스트는 현재 게임 내에서 제거된 상태다.

논란 직후 '데스티니 차일드'를 개발한 시프트업에서 근무했다는 또 다른 작가가 메갈리아를 자처하며 넥스트플로어의 조치를 지적하기도 했으나, 회사 측은 2일 오후 이 작가가 그린 일러스트 역시 게임 내에서 삭제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반사회적 커뮤니티와 연루돼 논란이 된 게임은 '데스티니 차일드'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7월 18일 온라인 게임 '클로저스'도 신규 캐릭터 음성을 맡은 성우가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SNS에 게재했다 이용자 반발을 샀다. '클로저스' 운영사인 넥슨(대표 박지원)은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 만인 19일 해당 성우가 녹음한 음성을 게임 내에서 쓰지 않기로 하고 성우를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반사회적 커뮤니티? 게임·기업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

게임사들이 이처럼 반사회적 커뮤니티와 연루된 콘텐츠를 조속히 삭제하는 것은 해당 게임과 기업 이미지에 적잖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적잖은 시간과 자본을 투입해 만든 콘텐츠라 하더라도, 그것이 반사회적 커뮤니티와 관련됐다는 논란에 휘말려 주요 고객층을 잃는 것보다는 해당 콘텐츠를 없애 고객층의 지지를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만약 논란이 된 대상을 제거하지 않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으면 좋겠으나, 이를 받아들이는 이용자들의 반응이 '모 아니면 도'처럼 극단적이어서 기업 또한 둘 중 하나를 배제하는 어렵고 힘든 결정을 해야 한다"고 속내를 토로했다.

실제 반사회적 커뮤니티 논란에 연루된 게임은 순식간에 사장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도 있었다. 올해 초 출시된 모바일 게임 '이터널 클래시'의 경우 '일베' 논란이 불거지자 이용자 이탈이 가속화된 것은 물론 개발사 대표가 사과문을 거듭 게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유명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도 지난 7월 일부 작가들이 메갈리아를 지지하거나 옹호하는 발언을 SNS상에 게재하자 적잖은 독자들이 '탈퇴 인증'을 하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반사회적 커뮤니티 연루 논란이 게임은 물론 콘텐츠 업계 전반의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대목이기도 하다.

문제는 반사회적 커뮤니티와 연루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인력을 채용하는 단계에서 반사회적 커뮤니티를 이용하는지 여부를 가려내기가 사실상 불가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칫 사상검증으로 비쳐질 수 있는 데다, 당사자가 본인의 성향을 직접 외부에 언급하기 전에는 이를 파악할 뾰족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상 출시를 앞둔 게임 등 콘텐츠 모두가 잠재적인 위협에 노출돼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결국 사후 관리에 사력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올해 7월 메갈리아 논란을 치른 레진코믹스도 오해의 여지가 있거나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 개인적 SNS 활동 자제를 작가들에게 요청하면서 "무분별한 SNS 활동으로 인해 직접적 피해가 명확히 발생한 경우 책임을 묻겠다"는 강수를 둔 후에야 겨우 진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었다.

◆신속히 논란 해소해야 매출 타격 최소화

반사회적 커뮤니티 논란을 조속히 해소할수록 매출과 기업 이미지 등에 그리 타격을 받지 않는다는 선례도 나오고 있다.

메갈리아 지지 성우를 전면 교체한 '클로저스'의 경우 '메갈리아'가 주도하는 불매 시위가 벌어졌음에도 PC방 인기 순위는 오히려 오르는 현상이 벌어졌다. 논란이 된 일러스트를 제거한 '데스티니 차일드' 역시 양대 오픈마켓 매출 순위 1위를 여전히 공고히 지키고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반사회적 커뮤니티를 혐오하는 20·30대 남성이 게임의 핵심 고객층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사회적 커뮤니티 논란이 불거진 부분을 제거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반사회적 커뮤니티와 관련된 큰 위기가 있었고 이를 본 여러 게임사들도 내부 대응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 같다"며 "임금을 받고 일하는 프로라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조직에서 (반사회적 커뮤니티와 관련된) 개인의 성향을 굳이 외부에 드러내 모두에게 피해를 주는 게 과연 옳은지 묻고 싶다"고 전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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