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人 경제시대]➀가구, 지친 일상이 자리한 당신 곁에 놓인


'작은 사치' 통해 팍팍한 현실 탈출...소유욕 자극하며 '가구' 문화로 정착

[유재형기자] '작은 것도 아름답다.' 소위 '헬조선'을 살아가는 청년 세대에게 이 '작은 것'의 의미는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오늘, 주어진 상황에서 누릴 수 있는 작은 사치를 찾자는 의미에서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청년 세대에게 이 작은 것이 미치는 행복은 일종의 위안거리 이상의 의미로 자신에게 선물하는 '자부심'으로 자리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확산 중인 공방(크래프트) 문화나 커피.디저트 카페, 수입산 스쿠트 바람 등은 성공에서 찾는 행복감을 얻기 어려워진 세대에게 대안적 행복을 전하는 소비 분출구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조 기업들은 이러한 불황기에서도 고속 성장을 이어가는 '1인 경제' 트렌드에 주목하고 있다. 단순히 1인 세대가 영위하는 소비활동을 지칭하는 개념을 넘어 1인 경제는 욕망을 탑재한 최신 트랜드로 우리 경제의 한 요소로 자리했다.

◆의자는...옥탑방 그 안을 꽉 채운 '작은 사치'

서울 마포구 소재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김정하(역사교육과 4년 휴학, 23) 씨는 최근 목공방에 의뢰해 세계적인 건축가이자 가구디자이너인 조지 나카시마(George nakashima)의 내추럴한 디자인을 닮은 라운지 암체어를 주문 제작했다.

대학생 강의실 의자에 친숙한 그에게 그것과 닮은 듯 원초적인 힘을 던지는 조지 나카시마의 의자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김 씨는 한달 치 아르바이트 비용와 맞먹는 90만원을 투자해 이 라운지 암체어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 수제의자 제작을 의뢰했다.

한 달 제작 기간을 그쳐 이 의자는 그의 세평 반 크기 옥탑방으로 옮겨졌다. 집 안에 두고 앉아 "이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으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김 씨에게 미국산 블랙월넛이 주는 견고함과 자연스러운 원목톤이 던지는 클래식한 분위기는 그의 바람처럼 "의자에 앉을 때마다 신분이 상승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서울 홍대 인근에서 작은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배미선(32) 씨는 최근 10평 남짓한 카페 공간에 티크 원목으로 제작한 테이블을 장만했다. 손님을 배려한 집기가 아닌 자신만을 위한 테이블이다. 배 씨는 이곳에 노트북을 놓고 인터넷 서핑을 즐긴다. 그녀는 "이전 자작나무 합판 테이블을 대신해 만족할 수 있는 테이블 디자인을 찾고자 일본 여행까지 다녀왔다"며 "요즘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단어는 '자기만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혼자 즐기는 아이템, 결론은 '만족도'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묵직한 소유를 버리고 몸집을 줄인 소비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전세계에 불어닥친 이케아 열풍이 그것이다.

서울시 서울연구원이 발행한 서울경제 7월호(136호) '이달의 이슈'를 통해 LG경제연구원 황혜정 연구원은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잘 쓰고 잘 즐기는 '가벼운 소비'가 떠오르고 있다"며 그 사례로 이케아 가구재를 사례로 소개했다.

황 연구위원은 이 글에서 "요즘 소비자들은 넘쳐나는 제품 속에서 쉽게 구매피로감을 느낀다. 차별화로 치장한 초고가 제품보다는 '쓸 만한' 제품을 가벼운 마음으로 구매하게 하는 것이 이 시대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케아 내구재가 아닌 소비재로 차별화하며 한국 개장 1년 만에 3천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한 번 구매한 가구는 10년 넘게 쓴다는 기존 개념을 버리고 가구는 취향껏 즐기고 버린다는 개념을 심은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케아는 품질 면에서 '친환경' 목재 등급을 사용해, 결코 '아주 튼튼한 가구는 아닐지언정 건강한 가구'라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하며 한국시장에 안착했다. 또 북유럽 디자인이 가지는 미니멀리즘 지향점은 '1인 경제'를 반영하기에 적당한 점도 트렌드로 인식된 한 요인이다.

황 연구위원은 "얇아진 지갑으로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어디에 소비할 것인가는 선택이 예전보다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이러한 경향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소유 개념은 희박해지고 있음 무엇을 소유하여 얽매이기보다 현재 삶을 즐기는 것이 이들에게는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1인 경제 출현, 한국 사회의 씁쓸한 단면

1인 경제가 지향하는 상품은 혼자 사는 사람이 쓰기에 편리하도록 부피를 줄인 가전용품에서부터 조리 과정을 생략한 간편식, 그리고 혼자사는 외로움을 달래주는 반려동물 산업까지 500만에 이르는 1인 가구를 대상으로 삼고 있다.

또 이들은 또 가족이나 사회의 보살핌으로 부터 이탈한 상실을 달래고자 고급 디저트 가게를 찾고, 중소형 수입차를 구매하고, 나만의 소품에 집중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안정된 정규직 직장을 구하기 어렵고, 큰 소비로 행복감 얻기 힘든 지금의 한국 사회를 투영한 소비 현상"으로 분석하고 있다.

명품을 좋아하기보다는 나에게 명품 같은 만족을 주는 소소한 물건에 주목하도록 강제된 사회가 '작은 사치'를 고집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 같은 소비패턴이 가지는 시장 변화는 단순한 짜투리 경제의 활성화일 뿐 본격적인 경제 활성화와는 거리가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기업들 역시 주력시장 소비가 막힌 상황에서 1인 경제를 겨냥한 틈새시장을 공략하기에는 효율이 떨어진다고 말한다.그럼에도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 때 내가 좋아하는 것들 중에서 최고의 것을 가지려는 심리는 금액이 낮으면서도 최고의 품질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기업들에게 많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화려한 백화점과 명품거리를 찾기보다는 자신의 개성을 찾아 '경리단길', '망리단길', '연남동', '부암동'을 즐겨 찾는 젊은 세대가 누리는 사치는 큐레이션된 소비를 거부하는 자유분방한 모습과 우리 사회의 그늘이 겹친 풍경이라고 볼 수 있다.

1인 경제 확장을 단순히 새로운 소비 형태의 출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사회 문제와 결부해 고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제가구 및 목재 건축 전문 미디어 우드플래닛 관계자는 "1인 가구 비율이 25% 선이라는 통계에서 보듯 전통적 가족 개념의 해체 속에서 정서적인 위안을 찾는 경제활동이 차츰 늘고 있는 추세"라며, "가구 업계 역시 저출산,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추세에 반응하며 기존의 실용성 중심의 사무용 소품 분위기에서 탈피해 사용자와 정서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소재나 디자인 적용을 서둘고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유재형기자 webpoe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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