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많은 사람들이 노후 대비용으로만 알고 있는 '국민연금'은 사실 세계적인 큰손 투자자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연기금이기 때문이다. 일본연금과 노르웨이연금 다음으로 크다. 지난 5월말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운용자금 규모는 532조원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세계적 '큰손'답게 우리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력도 상당하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연금이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투자한 종목이라면 투자자들이 눈여겨 볼 만할 것이다.
한국투자교육연구소의 도움을 받아 국민연금이 3년 이상 투자하고 있는 종목 가운데, 올해 들어 보유 비중을 늘린 종목을 살펴봤다. 그 중에서도 올해 영업이익이 호전된 종목을 추렸다.
그 결과, 총 50개 종목이 추출됐다. 이 중에서도 국민연금이 올해 들어 지분율을 5% 이상 늘린 종목은 총 4개였다. ▲송원산업 ▲대한항공 ▲S-Oil ▲한온시스템이 그것이다.
국민연금은 이 네 종목을 지난 2013년 이맘때 5~9% 가량 보유하고 있었다가 중간에 모두 매도해 차익을 실현했었지만 올해 들어 다시 지분을 크게 늘린 상태다. 국민연금이 이들 종목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송원산업…플라스틱업계 산화방지제 분야 강자
국민연금이 올해 비중을 가장 많이 늘린 종목은 송원산업이다. 3년 전인 2013년 9월9일에 9.40%를 보유했었으나 중간에 모두 매도했다가 올해 들어 다시 8.65%의 지분을 사들였다.
송원산업은 플라스틱업계에서 사용하는 산화방지제 및 OPS(One Pack Systems), 광안정제, 자외선흡수제 등을 생산하는 정밀화학 제조 및 판매기업이다. 주력 제품인 산화방지제를 연간 9만6천톤 생산할 수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약 22%로, BASF에 이어 이 분야 글로벌 2위 기업이다.
국내시장에서는 4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는데, 송원산업이 국내시장의 약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안정제는 PVC(폴리염화비닐) 가공시 필수적인 첨가제로, 국내 유일의 종합안정제 생산업체이기도 하다.
대신증권의 한상준 애널리스트는 9월 들어 송원산업의 목표주가를 기존 2만2천원에서 3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송원산업은 ECC(에탄가스를 원료로 에틸렌 생산)나 NCC(나프타를 원료로 에틸렌 생산) 업체의 구분 없이 산화방지제 공급이 가능한 기업"이라며 "중동과 미국을 필두로 대규모 에틸렌 설비가 가동되면 산화방지제 수요가 확대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경쟁사 생산차질 반사 수혜 및 신규사업 매출 증가분을 반영해 올해 송원산업의 실적 추정치도 높였다. 하반기 유가 상승을 감안해 하반기 원가율을 76.0%에서 73.0%로 다소 높아진 것을 감안한 것이다. 이 같은 원가 인상요인이 발생한 경우 제품판매가격에 전가가 원활한 편이란 설명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아울러 "단순히 스프레드(유가의 기준가격과 비교가격간 차이) 개선에 따른 실적 성장이 아니라, 기존 및 신규산업에서 실질적 성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원산업은 올 들어 윤활유산화방지제와 전자소재 분야에 신규 진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현재 송원산업의 윤활유 산화방지제 생산능력은 연간 1만톤으로, 2017년중 3만톤이 증가할 전망"이라며 "윤활유 산화방지제는 업황 특성상 첨가제 업체의 공급 요청에 의해 전적으로 생산량을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생산과 공급은 일정수준 동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산화방지제 가격을 톤당 500만원으로 추정할 경우 증설 전에 연간 500억원 매출에서 증설 후에는 연간 2천억원의 매출이 신규 발생할 것이란 계산이다.
◆대한항공…한진해운 리스크 소멸 및 경쟁력 강화
대한항공은 국민연금이 올해 들어 5.08%의 지분을 사들였다. 3년전 이맘때 5.01% 보유했다가 중간에 모두 팔았었다가 올해 다시 매수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계열사인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이슈로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탔다. 법원이 이례적으로 신청 하루만인 바로 다음날 회생절차 돌입을 결정했지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인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 되면서 대한항공 등 관련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8월31일 한진해운이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공식적으로 신청함에 따라 대한항공의 자회사 추가 지원 관련 리스크는 완전히 소멸됐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지난 10일 한진해운이 보유한 미국 롱비치 터미널 운영권을 담보로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담보를 먼저 취득하고 자금을 대여하는 조건이다.
삼성증권의 김영호 애널리스트는 "이에 따른 대한항공의 리스크는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법정관리 결정 번복에 따른 지원이 아닌 도의적인 차원의 운항 정상화를 위한 지원이며, 한진해운 보유 자산 중 우량한 편에 속하는 롱비치 터미널 운영권을 담보로 전제하기 때문이라 설명이다. 따라서 이번 이슈로 인한 대한항공의 추가적인 주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풀이했다.
이밖에 대신증권의 이지유 애널리스트는 "한진해운 지원이 대한항공의 자금이 유출되지 않는 방향으로 마무리됐고 델타항공과의 코드쉐어 협정 재개로 저가항공사와 차별되는 장거리 노선에서 경쟁력이 강화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최근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4만2천원으로 올려잡았다.
◆S-Oil…정유산업 투자매력 높고 장기적 이익성장성 커
국민연금은 정유회사인 S-Oil의 지분을 올해 5.02% 매수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권영배 애널리스트는 "예상보다 낮은 정제마진과 환율 하락, 국제 유가 변동 등으로 올해 3분기 정유업종의 이익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면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정유사의 투자 매력은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낮게 유지되고 있는 OSP 등으로 장기적인 영업 환경은 여전히 우호적이며, 석유화학, 윤활기유 부문의 이익 기여가 안정적인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수준) 매력도 높은 수준이라고 봤다. 그는 특히 S-Oil에 대해 "장기적인 이익 성장성까지 갖추고 있다"며 정유업종 최선호주로 추천했다.
◆한온시스템…친환경 부품산업 성장 수혜주
국민연금은 자동자부품업체인 한온시스템의 지분을 올해 5.01%로 늘렸다.
한온시스템은 1986년에 포드자동차와 만도기계가 합작해 설립한 자동차 부품업체로, 1996년에 코스피시장에 상장됐다. OEM(제조자상표부착생산) 납품을 주로 하는 자동차 열 관리 시스템 단일품목을 제조하는 회사로 대전공장, 평택공장, 울산공장 등 국내에 총 3개 공장이 운영하고 있다. 중국, 북미, 유럽, 남아시아 등에도 진출해 있다. 자동차용 공조 제품 시장에서 52%의 점유율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이다.
현대증권의 채희근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연비 및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한 친환경 관련 부품 수주 확대와 강력한 비용 절감 활동의 지속으로 한온시스템의 올해 실적 개선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신규 수주 가운데, 37%가 x-EV로부터 발생하고 있어, 믹스(주요 제품군) 개선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했다.
아울러 유럽에서의 구조조정 및 비용 절감 강화, 강력한 원가 절감 활동, 단기적이지만 연구개발비의 일부 자산화 등 실적 개선을 위한 강력한 노력을 병행중인 부분에도 주목했다.
채 애널리스트는 또한 "한온시스템은 연비와 환경 규제 강화에 대해서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반 공조에서 파워트레인 열관리 영역까지 확대하며, 고객다변화와 신규 수주 증가가 기대된다"며 "(성장성이) 자동차 수요 성장을 웃돌 것"으로 관측했다.
더불어 "강력한 비용 절감 효과가 실적 개선에 긍정적이긴 하나, 여전히 높은 밸류에이션(16년 기준 PER 21.3배)과 최근 두드러진 원화 강세 기조는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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