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기자] 야당 의원들이 잇따라 재벌규제 관련 법안을 발의하면서 재벌개혁이 수면 위로 떠오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7일 재벌들이 공익법인을 이용해 편법으로 상속과 증여, 계열회사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문제를 개선하는 재벌개혁 법안들을 대표발의했다.
우선 박 의원이 발의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재벌 공익법인들이 가지고 있는 국내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주 골자다.
그동안 많은 대기업은 공익법인에 기부하면 상속증여세를 면제받는 혜택을 악용했다. 이를 통해 지배주주 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공익법인에 기부한 뒤 의결권을 행사해 세금을 줄이고 지배권을 강화해왔다.
박 의원이 발의한 두 번째 법안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다. 이 법안은 성실공익법인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성실공익법인제도는 법인의 공익사업을 활성화하고자 증여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을 지원하는 제도다. 그러나 많은 대기업이 취지와 달리 혜택에만 편승해 공익사업보다 계열사 주식을 대량 보유함으로써 편법 상속과 증여, 계열사의 지배력을 강화해왔다.
세 번째 발의한 '법인세법 개정안'은 자기 주식에 대해 분할 신주를 배정하는 경우 법인세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없으나 자기주식에 배정된 자회사 주식은 의결권이 있다는 점을 활용해 대주주 일가들이 자금 투입 없이 지배권을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박 의원은 일명 이학수 특별법이라고 불리는 '불법이익환수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기업이 범죄행위를 통해 벌어들인 불법 이익을 국고로 환수한다는 내용이다.
더민주 박용진 의원 역시 이와 비슷한 골자의 재벌규제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박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익법인이 취득하고 있는 재벌의 출자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박용진 의원의 법안은 박영선 의원의 법안과 비슷하다. 다만 세부적으로 두 의원의 안은 법 시행 이후 100%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박영선 의원 안의 경우는 100%를 보유하는 경우라면 기존 보유분뿐만 아니라 법 시행 이후에도 허용한다. 반면 박용진 의원 안은 이 법 통과 이후에는 100%를 보유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의결권을 제한한다.
박용진 의원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은 3천억원에 달하는 삼성물산 주식을 매수했고 금호아시아나도 지난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과 죽호학원이 금호산업 주식을 시가보다 비싸게 매수해 지배력을 강화했다"며 "이 법으로 재벌의 편법적 지배와 증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일감몰아주기 등 재벌 규제 강화 동참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도 이날 재벌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계열회사의 지분요건을 상장·비상장 회사 모두 10%로 강화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부는 지난해 6월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총수일가 지분이 일정 기준(상장사 30%·비상장사 20%)을 넘어선 상태에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를 하면 과징금을 물리도록 했다. 하지만 현대, SK 등 대기업은 주식매매를 통해 보유 지분율을 29.99%로 낮춰 규제를 피했다.
실제로 최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 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내부거래 금액이 134조8천억원에 달하지만, 이 중 규제대상 기업의 내부거래 금액은 6조5천억원에 불과했다.
또한 규제대상이 아닌 계열사의 내부거래 금액도 늘어나고 있다. 재벌 대기업 계열사 778곳 중 절반이 넘는 400곳은 2012년에 비해 오히려 내부거래 금액이 증가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 의원은 "일감몰아주기는 중소기업의 정당한 경쟁 기회조차 빼앗아 생존을 어렵게 만들고 기업 생태계를 무너뜨려 경제 활력을 잃게 하는 주범"이라며 "경영권 대물림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를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같은 당 채이배 의원 역시 이날 재벌계열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