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게 터졌다' 與 공천 갈등 폭발로 최고위 파행

[윤미숙기자] 20대 총선 공천 룰을 둘러싼 새누리당 내 갈등이 폭발했다. 이한구 공직자후보추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의 '우선추천지역 확대' 발표에 김무성 대표가 강력 반발하면서 수면 아래서 끓고 있던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터져 나왔다.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김 대표가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과 언쟁을 벌이다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통상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 대표가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지만, 김 대표는 이날 공개 발언을 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그러는 사이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김 대표를 면전에서 비판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나갈 각오를 해야 한다', '지더라도 선거 못하겠다' 등 당의 가장 중심에서 책임 있는 분들이 막가파식 공중전을 통해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고 꼬집었다.

이인제 최고위원은 "공관위가 독자적,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당헌·당규 정신"이라며 "최고위는 결과를 보고 받고 결정하는 데 문제가 있으면 재의를 요구, 공관위가 3분의 2 이상으로 의결하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이 발표한 안대로 공천 룰을 확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이 최고위원은 "오픈프라이머리가 겉으로 볼 땐 이상적이고 민주주의의 꽃 같지만 전 세계에서 시행하는 건 미국 뿐이다. 오픈프라이머리가 과연 무결하고 최고인가"라며 김 대표가 강조하는 '상향식 공천'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보였다.

친박계의 공세가 이어지자 비박계인 황진하 사무총장이 나서 "(공관위에서)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내용을 공관위원들이 아무도 몰랐던 장소에서 혼자 발표한 게 발단"이라며 "공관위가 최고위원들이 통과시켜주고 의원총회에서 합의된 상향식 공천제를 흩트리는 식으로 가는 건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침묵을 지키던 김 대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저는 새누리당 대표로서 공관위가 당헌·당규 입법 취지에서 벗어나거나 최고위원회에서 의결된 공천 룰 범위에서 벗어나는 행위를 하는 데 대해 제어할 의무가 있고 앞으로도 이것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서 최고위원이 마이크를 잡고 "김 대표가 지금 이야기한 것처럼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질타했다. 황 사무총장에 대해서도 "공관위에서 합의해 최고위에 올려야 하는데 그간 못한 건 황 사무총장 당신 책임이요"라고 쏘아붙였다.

김 대표는 "똑같은 말을 반복시키는데 공관위가 당헌·당규 벗어난 행위를 하는 건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응수했다. 서 최고위원도 "그런 언행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받아쳤고, 김 대표는 "그만하세요"라고 말을 자른 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회의장을 떠났다.

사태를 지켜보던 김 최고위원은 회의장을 떠나며 "당 잘 돌아간다. 국민들이 보고 있는데 당 지도부가 이런 꼴을 보이다니"라고 비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