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한 소극장. 밀리언셀러 '인간시장'으로 유명한 소설가 김홍신씨가 마이크를 잡자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진다. 최근 김홍신씨가 출간한 장편 소설 '단 한 번의 사랑'을 매개로 가슴 절절하면서도 농밀한 이야기가 오갈 때마다 팬들의 반응도 걸맞게 이어졌다.
24일 저녁 서초구 DS홀에서 개최된 김홍신씨의 청춘 토크 콘서트 '감동이 있는 만남'의 현장 분위기다. 성우 서혜정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 콘서트는 인기가수 변진섭씨의 공연으로 고조됐고 흥겨운 대화와 웃음이 이어지다가 2시간여만에 막을 내렸다.
김홍신씨의 토크 콘서트처럼 요즘 출판시장에는 이른바 '북콘서트'가 붐을 이루고 있다. 예전의 출판기념회와는 달리 저자와 독자가 열린 공간에서 만나 자유롭게 교감하고 책에 대해 생각을 나누는 형태로 북콘서트와 토크콘서트들은 출판 시장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북 콘서트는 장소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관하는 제4회 삼청동 북 콘서트도 25일 개최되고 소설가 이외수씨도 내달 1일 오후 3시 경상남도 함양에서 열리는 '힐링 북콘서트'를 개최할 예정이다.
북 콘서트는 남녀노소 누구나 작가와 만나 부담 없이 얘기하고 즐기는 자리로 독자와 출판사, 작가와의 거리를 좁히고 친밀감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작가의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강연과 달리 양방향 소통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기 가수 등 각종 초청 패널들이 꾸미는 풍성한 무대도 북콘서트의 매력. 비싼 티켓값을 지불해야 하는 일반 공연과 달리 북콘서트는 독자와 저자와의 거리를 좁히고자 출판사가 외부의 협찬을 받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저자와 독자 모두 부담 없이 풍성한 문화생활을 만끽할 수 있다.
네이버 카페에서 '이그니스(ghsk****)' 라는 닉네임을 쓰는 한 관객은 24일 김홍신 청춘 토크콘서트를 찾은 후 "소설가 김홍신 선생님과 서혜정 선생님과 같이 사진도 찍고 얘기도 나눴다"며 "몸은 힘들었지만 즐거운 토크콘서트였다. 다음에 열린다면 또 가고 싶다"는 소감을 인터넷에 남기기도 했다.
◆유행처럼 번지는 북 콘서트…배경은?
북 콘서트는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2011년 법륜 스님과 함께 전국 25개 도시를 순회하며 진행한 '청춘 콘서트'가 히트하면서 사회 전반에 확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소 동경했던 작가와 만날 수 있고 작가 역시 자신의 책을 아껴주는 독자와 교류할 수 있어 확고한 독자층을 구축하는데 제격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출판계가 이처럼 북콘서트에 주목하고 각종 토크콘서트들이 붐을 이루게 된 배경에는 최근 독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는 뼈아픈 사연이 있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4 생활시간조사'에 따르면 하루 10분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은 전체 인구 중 10.0%에 그쳤다. 올해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에서 조사한 1분기 가구당 도서구입비는 전년대비 8% 감소한 2만1천123원으로 2003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책을 읽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진성'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출판업계의 관건이 됐고 이를 위한 대안으로 북콘서트가 주목받게 됐다는 설명이다.
청춘 토크콘서트를 기획·진행한 전익균 새빛에듀넷 대표는 "출판 시장이 최근 어려움을 겪으면서 책을 읽는 실질적인 마케팅 수단이 절실해진 상황"이라며 "북콘서트는 안정적인 독자층을 확보할 수 있는 효과가 있어 최근 3~4년 사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마케팅 효과도 좋다. 북콘서트를 열고 나면 책 홍보도 되고 진성 독자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타 협찬 등으로 추가 수익을 얻을 수도 있다. 저자들이 인세 만으로 수익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 각종 강연이나 공연에 참가해 부대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 또한 좋은 일.
지난해 12월부터 매달 청춘 토크콘서트를 열고 있는 새빛에듀넷의 경우 유명 인사를 초청하고 후원 규모를 확대하는 등 토크콘서트를 수익사업으로 발전시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도 하다.
전익균 대표는 "북콘서트는 현장을 다녀간 팬들이 책을 구입하거나 SNS·블로그 등에 사진 등을 게시하는 등 직·간접적인 홍보효과가 큰 편"이라며 "작가 입장에서도 신간 홍보와 독자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효과가 있어 북콘서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문영수기자 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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