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성기자]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이 다시 고개를 들면서 미디어 업계가 뜨거워지고 있다.
KBS와 EBS는 수신료 인상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국회가 수신료 인상을 최종 결정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안을 검토한 방송통신위원회 내부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수신료 인상을 위해서는 공정방송 확립을 위한 선행조건이 이행돼야 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수신료 인상, 선행조건 이행이 먼저"
방송통신위원회 김재홍 상임위원은 2일 "KBS 수신료를 인상하려면 먼저 '공정방송 확립 위한 선행조건을 이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김재홍 위원이 말하는 선행조건이란 '공영방송으로서 정치적 중립과 공정보도 원칙을 엄정히 지키고 다양한 여론형성에 충실했는지 평가받는 절차가 필수라는 얘기다.
김 위원은 ▲사장 선임시 특별다수결제 도입 ▲편성규약과 편성위원회 법제화 ▲강도높은 경영합리화와 자구책 마련 ▲보도본부장의 중간평가제 등이 포함된 조건을 제시했다.
김 위원은 "지난해 2월 방통위가 수신료 인상안에 긍정적인 검토의견을 국회로 제출한지 불과 두달도 안된 시점에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가운데 KBS는 재난방송시 정부 책임을 비호하고 피해 유족들에게 불리한 편향적인 불공정 보도로 많은 질타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방통위의 긍정적인 검토의견은 '공정한 보도와 제작 자율성'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 보도 이후의 KBS 수신료 인상안은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전면 재검토해야 할 사안이 되지 않을 수 없으며 국민이 부담하는 준조세인 수신료에 대해 인상 근거와 타당성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1일 민주언론시민연합 역시 "현 시점에서 KBS 수신료 인상은 불가하다"면서 "국민이 마음을 열고 수신료 인상을 논의할 수 있도록, 공영방송 KBS의 혁신된 모습을 먼저 보이라"고 요구했다.
◆KBS-EBS 사장, 연달아 인상 요구
수신료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오른 것은 KBS가 수신료 인상 추진에 적극 드라이브를 걸고 나서면서부터다.
조대현 KBS 사장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신료를 현재의 2천500원에서 4천원으로 인상할 경우 KBS2TV의 광고를 평일밤 9시까지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연간 2천억원 가량 광고를 줄이고 EBS 지원 확대, 한류위기 극복, 경영혁신을 위한 임금피크제, 성과연봉제를 통해 경영효율화를 이루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뒤를 이어 EBS의 신용섭 사장 역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상임위에 상정된 4천원 TV수신료 조정안을 원만하게 처리해달라"면서 이를 통해 EBS의 수신료 배당이 600원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 사장은 "EBS 예산 중 TV 수신료 비중이 6%에 그쳐 공영방송의 재원구조로서 비정상적"이라며 "급변하는 방송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EBS의 수신료 배당이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 수신료 인상 문제는 여야의 '정치적 계산'에 맞물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주요 이슈로 반복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KBS의 수신료 인상추진이 종편 등 특정 미디어의 지원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인식과 맞물리며 갈등을 빚고 있다.
미디어 업계 관계자는 "KBS 수신료는 준조세에 해당하는 만큼 투명하게 그 사용내역이 국민에게 공개되어야 한다"면서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이 수긍할 수 있도록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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