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나영기자] KBS 이사회가 수신료 인상안 의결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당초 13일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으로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언론·시민단체와 국회 등에서 이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KBS 이사회는 지난 4개월 동안 수신료 인상안을 두고 합의를 진행해왔다. 이사회에 상정된 안건은 기존 2천500원의 수신료를 내년 1월 4천800으로 인상하는 안과, 내년 1월 일단 4천300원으로 올리고 2016년 1월 4천800원으로 재차 인상하는 안 두 가지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수신료 인상 전제 조건으로 보도의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 확보를 주장했다. 특히 보도국장을 비롯한 8개 국장을 직선제로 할 것을 요청했지만,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합의가 진행되지 않자 여야 이사는 보다 포괄적인 합의안 마련을 위해 '보도국장, 제작국장 등 국장 5인에 대한 임명 6개월 후 사후평가 및 인사조치안'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사후평가제와 관련해 ▲이사회가 노사 양측과 함께 새로운 국장평가제의 주체가 될 것 ▲6개월 후 평가결과 재적 과반수의 찬성을 얻지 못한 국장은 사장이 즉각 해임할 것 ▲평가 주체는 평기자와 평PD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최종 협상이 결렬되면서 KBS이사회는 여당 이사측만 참석한 채 인상안을 처리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야당 추천 이사 4인(이규환·김주언·최영묵·조준상)은 12일 오후 성명서를 통해 "보도공정성과 제작자율성 보장 제도화 없이는 수신료 인상에 동의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언론개혁시민연대·전국언론노조 등 언론시민단체들도 13일 여의도 KBS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정방송과 KBS정상화 없는 수신료 인상은 절대 안 된다"며 수신료 인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유승희 민주당 의원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수신료 인상 논의의 최소한의 전제는 보도공정성 및 제작자율성 강화, 국민부담 최소화 원칙, 수신료 사용의 투명성 제고"라며 "이런 전제 조건의 충족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없이 무조건 수신료를 올리고 보겠다는 것은 공영방송의 정체성과 존재 이유 조차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수신료 인상안 처리 중단을 요구했다.
KBS 이사회는 오는 15일에 다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수신료 인상안을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BS 이사회 사무국 관계자는 "임시 이사회를 열 계획이 없으며 다음 정기 이사회에서 재논의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나영기자 100n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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