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만물 소생의 봄이 찾아왔지만 여의도 정치권에는 여전히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공무원연금 개혁, 연말정산 보완 대책, 자원외교 국정조사, 경제활성화법을 비롯한 각종 쟁점법안 등 녹록치 않은 현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세월호 참사 1주기(4.16), 4.29 재보궐 선거 등 굵직한 정치 일정도 4월에 몰려 있어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의 한 판 승부가 치열하게 펼쳐질 전망이다.
◆공무원연금 기여율·지급률 쟁점…단일안 도출 가능할까
최대 이슈는 공무원연금 개혁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과제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수차례 조속한 처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무원단체 등 이해당사자의 반발이 거세 논의가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핵심은 공무원이 월급에서 매달 내는 기여율과 연금 지급액을 결정하는 지급률이다. 현재 공무원연금 기여율은 8%, 지급률은 1.9%다. 여야와 공무원단체는 공무원연금 개혁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기여율과 지급률을 어느 수준으로 조정할지 여부에 대해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재직 공무원에 대해서는 기여율을 10%, 지급률을 1.25%로 조정하고 신규 공무원에 대해서는 국민연금 수준인 기여율 4.5%, 지급률 1.0%를 제시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기여율 9%, 지급률 1.7% 안을 내놨고, 공무원단체는 기여율을 8%까지 올릴 수 있지만 지급률을 현행 1.9%에서 낮춰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를 위해 꾸려진 '국민대타협기구'는 별다른 성과 없이 90일간의 활동을 종료했다. 여야는 실무기구를 구성해 추가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지만 구체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김태일 안(신규 공무원에 국민연금 수준의 기여율과 지급률을 적용하되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추가 저축을 허용하고 정부가 일부 지원)'과 '김용하 안(기여율 10%, 지급률 1.65%)'을 바탕으로 절충 움직임이 일고 있어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
◆노동개혁, 연말정산 대책, 쟁점법안 '산 넘어 산'
박 대통령이 4대 개혁의 하나로 꼽은 노동시장 구조개혁도 휘발성 강한 이슈다. 최저임금, 통상임금 범위, 근로시간 단축, 정년연장 대책, 노동시장 격차 해소, 사회안전망 강화 등 의제를 놓고 정치권과 노동계의 공방이 절정에 달할 전망이다.
연말정산 보완 대책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은 다음달 7일부터 열리는 4월 임시국회의 주요 현안이다. 야당이 근로자 부담 증가 여부를 철저히 따지겠다는 방침이어서 개정안 통과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연말정산 전수조사 분석이 늦어져 오는 5월로 예정된 환급도 지연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벌써부터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자원외교 국정조사의 경우 증인 채택이 난제다. 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상득 전 의원 등 이명박 정부 실세에 대한 증인 출석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절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밖에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정부 여당이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경제활성화법도 4월 국회를 뜨겁게 달굴 이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개정 논의, 700㎒ 주파수 분배, KBS 수신료 인상, 통신비밀보호법 개정 등은 여야의 입법 전쟁을 부추길 요소로 꼽힌다.
정국을 뒤흔들 현안이 산적하지만 여야가 4.29 재보선을 의식해 과도한 공방은 자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여권으로서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야당의 '정권 심판론' 공세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밀어붙이기 식 행보는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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