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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제 변화 염두? 삼성 '백혈병'논란 풀고 간다


반올림 등 유족 요구 전면수용…후계구도 염두 잡음 차단 '해석'도

[박영례, 민혜정기자] 7년여를 끌어온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논란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됐다.

삼성전자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나서 공식 사과와 함께 합당한 보상을 약속한 때문이다. 지난달 14일 삼성전자측이 공식입장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지 꼭 한달만이다.

그동안 양측은 이견차를 좁히는 듯 했지만 보상안을 이끌어낼 제3 중재기구 구성을 놓고 입장차를 보이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 했다.

그러나 삼성측이 산재소송에서 발을 빼고 유족측 요구를 전향적으로 수용, 사과와 함께 보상안 마련을 약속하고 나서면서 대반전을 맞게 됐다.

반올림을 협상창구로 한 보상안 마련에 난색을 표했던 삼성전자가 전향적으로 이의 수용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은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 등으로 후계 구도 작업이 본격화 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있다.

경영공백 장기화에 대응, 이재용 부회장 체제 변화를 앞두고 선결 과제부터 손대고 나선 것으로 보이는 때문이다.

14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는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반도체 백혈병 문제에 대한 사과와 보상 등을 골자로 한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권오현 대표는 "저희 사업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려 투병하고 있고, 그 분들 중 일부는 세상을 떠나셨다"며 "삼성전자가 성장하기까지 수많은 직원들의 노고와 헌신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이 분들처럼 고통을 겪으신 분들이 계셨다, 정말 안타깝고 가슴 아픈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분들과 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해 저희가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며 "진작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공식 사과했다.

권 대표는 또 "저희는 이 문제를 성심성의껏 해결해 나가려 한다"며 "지난 달 9일 (심상정 의원과 유족측이)기자회견을 통해 제안한 내용을 전향적으로 수용하고 당사자와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중재기구 놓고 혼선, 전면 수용으로 타결 '가닥'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달 14일 '반도체 백혈병 가족 측 제안에 대한 삼성전자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심상정의원 측 중재 보상안에 대해 이른 시일내 경영진의 공식 입장이 나올 것이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심상정 의원과 유족 등이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제시한 제안을 적극 검토, 보상안 마련 등 협상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미다.

심상정의원과 반올림, 유가족은 지난달 9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유가족에 공식 사과 ▲ 제3의 중재기구를 통한 공정한 보상책 마련 ▲ 재발 방지 대책 마련 ▲ 정부 산업재해 인정 기준 완화 등 4가지를 요구했다.

심의원 측은 이틀 뒤인 11일 같은 내용의 공식 제안서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에 전달했다.

삼성전자가 14일 이같은 제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7년을 끌어온 백혈병 보상 등 협상에 물꼬를 트는 듯 했지만 다음날인 15일 반올림측이 '삼성전자의 입장발표에 대한 반올림의 우려와 요구'라는 공식 입장을 통해 제3 중재기구 구성을 반대하고 나서면서 재차 혼란에 휩싸이는 듯 했다.

삼성측도 반올림의 입장 변화에 따라 사실상 협상 당사자가 사라진 상황에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반올림과 유족 측의 입장부터 정리돼야 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이 탓에 재차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 했던 백혈병 논란은 권오현 대표가 직접 사과와 함께 유족 측 주장을 전면 수용하고 나서면서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 상황은 심상정 의원 등이 제시한 중재안에 대해 전면 수용하겠다는 것이며 구체적인 보상안 등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라며 "전향적으로 중재안을 수용키로 한 만큼 어떤 방식으로 보상을 할 지는 차차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 전향적 입장 변화 왜?

삼성측이 제3자 중재기구 구성 등을 놓고 반올림측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다 이의 전향적인 수용 등 입장 변화를 놓고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 등과 연관해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건희 회장은 최근 급성 심근경색으로 시술을 받은 뒤 현재 진정치료를 받고 있다. 당초 경과가 좋아 48시간이후 의식 회복 등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혹시 모를 부작용을 최소화하기위해 의료진이 진정치료 연장을 결정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 회장이 의식을 회복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출근 경영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최고 의사결정 등 업무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에따라 지난연말부터 본격화 됐던 삼성의 계열사 재편 등 아들 이재용 부회장을 축으로 한 후계구도 작업에 보다 속도를 낼 것이라는 게 재계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은 에버랜드와 생명, 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 개선에 나선 상황에서 상속 등을 염두한 자금 마련 차원의 삼성SDS 상장 작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는 상황.

더욱이 최근 미래전략실 핵심 인력을 삼성전자로 전면 배치하면서 삼성 그룹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승계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및 사업회사 분할 등과 금융지주등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미 삼성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의 최대 주주로 이건희 회장의 건강 악화에 따른 후계 구도 작업을 진행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삼성SDS 상장으로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가 과거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발행 등으로 지분을 늘렸다는 논란이 재차 부각되고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전자계열 지분 처리 등 최근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에 따른 논란 등 복병도 만만찮은 상황.

사회적 여론 등까지 감안, 이를 어떻게 해소할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의 연착륙을 위해 경영승계 과정에서 재차 불거질 수 있는 잡음을 해소하고 나선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해서는 단순히 법적 문제뿐만이 아닌 사회적 여론 등을 감안,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해소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며 "삼성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크고 작은 문제를 푸는 게 또다른 사회적 비용을 줄일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삼성측은 이같은 입장변화와 공식 발표가 늦어진데는 유족측과의 협의 및 최근의 사회적 이슈 등에 따른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반올림측에서 제3의 중재기구 구성과 관련 혼선이 있었는데 정리된것으로 안다"며 "반올림이 중재기구에 배제되는 게 아니라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또 중재안 수용 발표 시점이 늦어진 것과 관련해서는 "이른시기에 유족 측 제안 수용을 검토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사회적 이슈가 많아 미뤄져 왔던 것 뿐"이라고 말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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