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7년 끌어온 백혈병 문제 종지부 찍나

[김현주기자] 삼성전자가 자사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산업재해 의심 논란과 관련해 이른 시일 내 경영진의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7년여간 끌어온 백혈병 관련 문제를 일시에 해소할 중재안을 내놓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

14일 삼성전자 김준식 부사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반도체 백혈병 가족 측 제안에 대한 삼성전자 입장'이라는 자료를 내고 심상정 의원(정의당) 측의 중재 보상안에 대해 이른 시일내 경영진의 공식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 부사장은 "지난 11일 제안서를 접수했다"며 "이를 진지하게 검토한 뒤 이른 시일 내에 경영진이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그 동안 백혈병 산업 재해 논란에 대해 삼성전자가 조사결과 및 보상대책을 내놓은 적은 있지만 경영진이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따라서 그 동안 거론된 것보다 상당히 진전된 대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언제 보상안이 마련될 지에 대해 김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고 한다"며 "그러나 (보상안 등) 검토 기간 등을 확답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백혈병 사망 근로자들의 피해 원인이 삼성전자에 근무했기 때문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에는 "바로 확답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삼성전자가 백혈병 산업 재해 논란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히는 등 해결을 위한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은 관련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안팎의 목소리가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산업 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 중이거나 사망한 직원의 가족과 반올림, 심상정 정의당 의원 측은 지난 9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식 사과와 제3의 중재기관을 통한 보상안 마련 등을 삼성전자에 제안한 바 있다.

심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 상무위원회 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삼성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전향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앞으로 전달했다"며 "삼성은 더 이상 피해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이 제안에 빠른 시일 내 답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는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의 여성 노동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황씨 부친은 그해 6월 산업재해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같은 해 11월 '삼성반도체 집단 백혈병 진상규명과 노동기본권 확보를 위한 대책위원회'(반올림)가 발족했으며 백혈병 피해자들의 산업재해 신청과 행정소송 등이 잇따랐다.

지난해 12월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6년여를 끌어온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상을 시도했다. 올 초에는 황씨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 개봉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