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나영기자] #서울에 거주하는 A씨 초고속인터넷과 IPTV, 인터넷 전화 3가지 상품을 결합한 서비스를 1년2개월 동안 사용해왔다. 최근 A씨는 친한 친구 B씨의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됐다. B씨의 집에서도 이미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A씨의 인터넷 결합상품은 더 이상 필요 없어졌고 해당 회사에 해지를 요청했다. 하지만 고객센터의 대답에 A씨는 황당했다. 3년 약정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해지할 경우 50만원에 가까운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초고속인터넷, IPTV 등 결합상품의 장기약정 할인위약금이 소비자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상당금액의 사은품·요금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간 약정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선택권을 박탈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결합상품의 장기약정 할인위약금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결합상품을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약정기간을 다 채우지 못할 경우, 그동안 할인혜택을 받은 금액을 모두 소비자가 부과해야 하는 방식으로 위약금을 산정한다.
일반 통신상품의 경우 이용기간이 길수록 위약금이 줄어들지만, 결합상품은 남은 기간에 대한 위약금과 할인받은 금액을 전부 지불해야 하는 것. 또한 '명의자 사망'이나 해당 지역에 서비스가 불가능한 경우 등 매우 특수한 상황이 아니면 약정해지가 불가능하다.
결합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관계자는 "결합상품은 이미 가입된 상품들(인터넷, IPTV, 전화 등)의 약정 할인에 더해 (결합에 대한) 추가적인 할인을 더 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해지시 결합에 대한 할인 부분이 그대로 청구된다"고 설명했다.
결합상품의 서비스는 방송통신요금 절감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높은 전환비용으로 인한 소비자 고착화, 약탈 가격설정으로 인한 반경쟁적 행위, 방송시장의 저가화 등으로 오랫동안 문제로 지적돼오고 있다.
우리매체비평 노영란 사무국장은 "현재 제공하고 있는 저가의 결합상품은 요금을 감면해주고, 마치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하는 것처럼 보여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소비자들을 장기가입자로 묶어두고 위약금을 책정해 다른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고 나아가 (특정 사업자에) 시장쏠림 현상도 나타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결합상품 제공은 방송과 같은 특정 요소 상품의 약탈적 가격으로 이어져 시장의 저가화를 가속화시키고, 스마트폰과 결합한 통신사의 결합서비스가 활발해지면서 통신사의 시장지배력이 결합상품 시장으로 이전되고 있다"며 "특히 스마트폰과 결합이 될 경우 불법보조금이 유선쪽으로 이동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결합서비스 이용실태에 대한 정기적 조사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우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교수는 "영국의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은 소비자들의 결합상품에 대한 만족도나 서비스 전환시 어려움을 파악하기 위해 패널조사를 수행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방송통신 결합서비스의 이용행태 파악을 위해 결합상품 가입, 이용, 해지과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전환 경험 등 이용조건에 대한 만족도에 대한 패널데이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백나영기자 100n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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