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종편)이 사업승인을 위해 제출한 계획서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금액을 콘텐츠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다 보니 재방송 비율은 50%를 훌쩍 넘어가고 투자가 덜 드는 보도중심의 편성에 집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경재)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2년도 종편 및 보도PP 사업계획 이행실적 점검결과'를 발표했다.
방통위는 지난 2011년 방통위가 종편 및 보도PP 신규 승인시 부과한 승인조건에 따라 TV조선, JTBC, 채널A, MBN, 뉴스Y 등이 제출한 이행실적 자료를 대상으로 점검을 실시했다.
방통위 김준상 방송정책국장은 9일 "승인조건에 명시된 '국내제작 및 외주제작 방송 프로그램의 편성비율(보도PP는 제외) 준수여부와 사업계획서상 주요 7개 항목에 대한 이행여부를 점검했다"고 말했다.
방통위의 조사항목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방안 ▲국내 방송장비산업 기여 계획 및 연구개발 방안 ▲콘텐츠 산업 육성 지원방안 등이 핵심이다.
더불어 ▲지역균형 발전방안 ▲소수시청자 지원방안 ▲콘텐츠 공정거래 정착방안 ▲유료방송 시장 활성화 기여방안 등이 주요 점검할 분야다.
◆"약속한 투자는 싫고, 값싼 정치평론가만?"
주요 7개 항목에 대한 종편 점검 결과 방통위는 방송의 공적 책임과 공정성, 공익성 실행방안(편성비율, 재방비율)의 경우 전반적으로 재방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방송산업기여와 연구개발, 콘텐츠 산업육성 등에 대해서도 대부분 계획서에 미흡한 것으로 나왔다. 특히 콘텐츠 제작 등 육성지원방안과 관련, 전체 5개사(뉴스Y 포함) 총 3천453억원을 투자해 사업허가를 위해 약속한 금액의 47.4%에 그쳤다.
사업자별로 보면 TV조선은 공적책임 공정성 공익성과 관련, 공정선거방송특별위원회 및 공정보도특별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았다. 편성에서도 보도의 비율을 24.8%로 제시했지만 실제로는 35.9%로 나타났다.
재방비율 역시 56.2%를 기록해 당초 26.8%를 훌쩍 뛰어넘었다. 콘텐츠 산업 육성지원 투자액 역시 1천575억원이 계획이었지만 604억원에 그쳤다.
JTBC는 재방비율이 58.9%로 사업계획 5.6%보다 훨신 많았다. 콘텐츠 산업육성을 위해 2천169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1천129억원을 투입해 절반 가량에 그쳤다. 다만 JTBC는 보도의 비율을 23.7%를 제시했지만, 이보다 낮은 20.2%를 기록했다.
채널A의 경우 교양과 오락의 비율이 낮고 보도편성이 당초계획 23.6%보다 다소 높은 34.1%를 차지했다. 재방비율은 56.1%로 약속했던 23.6%보다 훨싼 높았다. 콘텐츠 산업투자 역시 당초 1천804억원이었지만, 985억원으로 절반 이하였다.
보도전문 채널에서 탈바꿈한 MBN의 경우 보도편성이 기존 계획 22.7%를 훌쩍 넘어 51.5%로 나타났다. 콘텐츠 투자역시 711억원을 투자해 계획인 1천660억원의 절반에 못미쳤다.
뉴스Y는 사업계획에 제출했던 편성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았다. 뉴스Y 역시 투자액이 50억원 계획의 절반 이하인 24억원에 그쳤지만, 재방비율은 7.04%로 이행계획 11.61%에 비해 낮았다.
김준상 방송정책국장은 "편성비율을 위반하거나 방송의 공적책임, 공정성과 공익성 실현방안, 콘텐츠투자계획, 재방비율 등 이행실적은 종편을 도입한 주요한 목적"이라며 "사업계획을 이행하지 않은 5개 사업자 전체에 대해 시정명령을 부과키로 했다"고 말했다.
김충식 부위원장은 "종편 출범이후 첫 점검에서, 종편들이 콘텐츠 산업 기여도 안하겠다 투자도 안하겠다면서 값싼 정치평론가들 모아놓고 보도 프로그램을 위장한 내용을 지금도 방송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이런 상황이 획기적으로 나아질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원들 '자업자득'에 자괴감
종편의 낙제 성적표에 방통위원들은 여야추천을 막론하고 참담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 부위원장은 "이제 더이상 종편의 전망을 밝게 보는 사람은 없고 종편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전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다"면서 "방통위가 과다선정을 하고 정치에 휘말린 자업자득으로, 이제부터라도 시정명령해 행정의 책임을 다하는 도리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양문석 상임위원은 "일자리 1만5천개, 글로벌 미디어그룹 탄생, 콘텐츠의 세계시장 경쟁력 증진 등 세가지 명분으로 종편을 밀어붙였는데 종편은 이제 공정방송과 방송의 품격을 유도하기 위한 규제대상으로 전락했다"며 "정부정책의 실패와 과욕이 함께 만들어낸 현실"이라고 말했다.
홍성규 상임위원은 "사업계획 이행실적을 조사해보니 대체적인 여론과 맞는다. 편성의 50% 이상을 보도로 하면 그게 보도채널이지 종편인가"라면서 "심각성 있다는 의견이 일치되는 만큼, 재허가를 앞두고 종편을 종합적으로 점검할 연구반을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김대희 상임위원 역시 "당초 약속한대로 콘텐츠 투자가 의욕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재방비율이 높은 점, 과도한 보도편성 등에 대해 실망스럽고 안타깝다"고 했다.
이경재 위원장은 "종편이 중대한 문제점을 노출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다만 종편에 대한 평가를 좀 더 세분화해 면밀히 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에 제 3자로 구성된 객관적 평가를 실시해보자"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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