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원전 부품 공급 업체가 품질 보증서를 위조해 부품을 공급해온 것으로 드러나 전력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미검증품이 집중적으로 납품된 2개 원전의 경우 가동 중단이 불가피해 올 겨울 사상 유례 없는 전력난이 예상된다.
지식경제부는 지난 2003년부터 올해까지 8개 원전 부품 납품업체가 제출한 해외 품질검증기관의 품질검증서 60건이 위조된 것을 확인했다고 5일 밝혔다. 이들 업체는 외국 기관에서 발급하는 품질 보증서를 위조, 한수원에 부품을 공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경부에 따르면 원전 부품업체 직원은 지난 9월 한수원에 품질 보증서 위조사실을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경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자체 조사를 벌였고, 위조서류라고 판정했다. 현재 지경부와 한수원 등 전력 당국은 이 업체에 대해 광주지검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지경부 관계자는 "문제가 된 품질검증서는 원전부품 중 '안전성 품목(Q등급)'을 구매하기 어려울 때 일반산업용 제품을 기술평가와 성능시험을 거쳐 안전성품목으로 갈음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국내 원전사업자인 한수원이 품질검증기관으로 인정하는 해외 12개기관 중 1곳의 품질 검증서가 집중적으로 위조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조된 검증서를 통해 원전에 납품된 제품은 237개 품목의 총 7천682개 제품이며, 제품 가액은 8억2천만원 규모에 달한다.
이 중 재고 상태를 제외하고 실제 원전에 사용된 것은 136개 품목 총 5천233개 제품으로 확인됐다.
문제의 업체들이 공급한 부품은 퓨즈, 스위치, 다이오드 등 수시로 교체를 하는 소모품이지만 높은 안전등급을 요구하는 설비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검증품이 실제 사용된 원전은 영광 3·4·5·6호기, 울진 3호기 등 5개 호기다. 특히, 미검증품의 98.4%가 집중적으로 납품·사용된 영광 5·6호기 등 2개 원전은 전체 부품의 교체가 완료되는 올해 말까지 가동 정지된다.
한수원은 이번 미검증품 전체를 전면 교체한다는 원칙 하에서 조속히 교체작업에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이번 문제가 된 미검증품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도 방사능 누출과 같은 원전사고의 위험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뇌물수수, 필로폰 투약 등 각종 사건이 불거졌던 만큼, 정부와 한수원의 원전 운영 방식에 대한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홍석우 지경부 장관(사진) 은 이날 오전 지경부 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조사 결과 해당업체가 공급한 부품은 최근 자주 일어나고 있는 원전 고장과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원전 부품의 품질검증서 위조는 원전의 안전성과 직결되진 않는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보완 조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홍 장관은 또 원전 2기 정지로 인해 예상되는 올 겨울 사상 유례없는 전력난과 관련, "전력당국은 초고강도 전력수급 종합대책을 마련해 이달 중순경 조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경부에 따르면 11월∼12월중 예비력은 275∼540만kW 수준으로 예상되나, 내년 1월과 2월에는 예비력이 급감해 230만kW(영광 5.6호기 부품 교체가 지연될 경우 30만kW)에 불과한 상황이 상당 기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홍 장관은 이날 오후 한전, 전력거래소, 발전자회사 등 전력 유관기관장들을 긴급소집해 비상전력수급대책회의를 개최, 동계 전력수급대책 준비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경부는 이날부터 조석 차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전력수급비상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가동에 착수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수원의 품질관리 시스템 전반을 종합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검증기관 간 정보 교류를 체계화시켜 검증서 위조를 차단하는 한편, 한수원 자체적 품질검증 기능 등을 강화할 방침이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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