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국내 연구진이 상온에서 노출돼 원자 상태로 나눠진 수소가스를 그래핀 표면에 흡착해 n형 반도체를 제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친환경에너지공학부 전용석 교수,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박영우 교수가 주도하고 울산과학기술대학교 김병훈 교수(제1저자), 서울대학교 홍성주 박사 과정생(제1저자), 건국대학교의 이상욱 교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이정철 박사 등이 공동 참여한 연구팀은 탄소 결손이 있는 그래핀을 수소 분자에 노출시켜 수소원자가 그래핀의 탄소원자와 결합된 n형 그래핀을 제조하는데 성공했다.
반도체는 주된 운반체가 전자(electron)인 n형 반도체와 주된 운반체가 정공(hole)인 p형 반도체,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그래핀에 반도체 성질을 부여하기 위해, 값비싼 귀금속을 그래핀에 도핑(n형 반도체) 하거나 수소 플라즈마(p형 반도체)를 이용한다.
귀금속의 경우, 한 단계의 반도체 공정이 더 필요하고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 수소 플라즈마를 이용할 경우, 수소 플라즈마를 생산하기 위해 또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해야 해 비용이 높고 제작 과정이 복잡했다.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플라즈마 처리를 통해 제작했던 p형 그래핀, 나노크기의 귀금속을 이용한 n형 그래핀 등과 달리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상온에서 수소가스에 노출시키는 과정만으로 안정적인 n형 그래핀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앞으로 나노 크기의 태양전지나 수소저장 장치, 반도체 다이오드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신기술이다.
그간 수소와 그래핀 간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으나, 수소분자가 그래핀과 만나 수소원자 두 개로 해리되며 흡착되는 현상은 이론적 가능성만 제시됐던 것을 실현한 것이다.
그래핀은 흑연에서 벗겨낸 한 겹의 탄소 원자막으로서 원자들이 6각형 벌집구조로 결합된 나노소재이다. 강도가 강철의 200배, 전자이동도가 실리콘의 140배, 열전도율은 구리의 100배에 달한다.
전용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수소가스에 노출시키는 과정만으로 공기 중에서도 안정한 n형 반도체 소자를 제조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향후 저비용 고효율 반도체 소자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국가 주력 산업인 반도체 뿐만 아니라 플렉시블 태양전지, 초고속 반도체 소자, 고효율 태양전지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 가능한 그래핀 응용 연구에 있어 초기 핵심기술을 개발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신기술융합형 성장동력사업, 신진연구자 사업, 해외우수기관 유치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네이처 출판사가 발행하는 학술지인 '사이언티픽 리포트' 온라인판 9월 25일자에 실렸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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