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조문장이 우리 편도 네 편도 없는 화해와 용서의 장이 되고 있다.
대립과 갈등이 극심해진 한국사회에서 고인은 죽어서 사회를 통합시키는 중심으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김 전 대통령에 사형 선고를 내렸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임시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하는가 하면, 30년간 정치적 라이벌의 관계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도 병문안에 이어 빈소를 찾아 큰 거목이 쓰러져서 안타깝다"며 "싸움과 화해를 반복해온 오래된 동지이자 경쟁자의 서거로 가슴이 아프다"고 하기도 했다.
건강이 좋지 않은 김종필 전 총리는 조문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희호 여사에게 위로의 말을 전해달라"고 했다.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 뿐 아니라 적수들의 조문도 허용됐다.
한나라당 박희태 전 대표와 지도부들, 98년 대통령 선거에서 일합을 겨뤘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이재오 전 의원과 박진 의원, 나경원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도 빈소를 찾아 고인을 기렸다.
필생의 라이벌이었던 동교동계와 상도동계가 어깨를 걸기도 했다. 19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 빈소에서는 상도동계의 맏형격인 최형우 전 의원과 동교동계의 좌장인 권노갑 전 의원이 만나 얼싸안는 모습을 보여 이목을 집중시켰다.
20일 고인의 유해가 공식 빈소인 국회로 이관되자 그 뒤에는 한나라당 출신인 김형오 국회의장, 이윤성 부의장과 민주당 출신인 문희상 부의장이 함께 고인을 영접했다. 또 정세균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들과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김학송, 최병국, 심재철, 박진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함께 고인의 뒤를 따르기도 했다.
숙명의 적수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 박근혜 전 대표도 분향을 하고 "깊이 애도하는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애도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는 "한송이 국화꽃으로 영면하시기를 바라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도 "나라를 위해 고생만 하시다 가셨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이날 국회 기자실에서는 이색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최경환 김대중 전 대통령 공보 비서관이 "국장에 협조해 준 정부, 대통령의 공식빈소로 국회 사용을 허가해 준 김형오 의장, 박계동 사무총장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한 것이다.
이는 그동안 미디어법과 비정규직법 투쟁 등 국회 갈등으로 그동안 서로에 대한 날선 비판과 비난만이 난무하던 국회에서 민주당 출신 공보비서관의 입에서 이뤄진 것이라 신선함을 더했다.
김 전 대통령의 서거가 꼬여 있던 남북문제 뿐 아니라 해묵은 정치권의 갈등과 분노까지 모두 치유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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