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비교적 느슨한 규제를 받았던 미국 이동통신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법무부가 AT&T를 비롯한 대형 통신사들의 시장 지배력 남용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키로 한 때문이다.
물론 법무부의 이번 조치는 특정 회사를 겨냥한 공식적인 조사는 아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통신시장의 반독점 문제에 대해 상당한 거부 반응을 보여왔던 점을 감안하면 공식 조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가 현재 주시하고 있는 사안은 AT&T, 버라이즌 등의 단말기 독점 문제다. AT&T가 애플 아이폰을 독점 공급키로 할 때부터 관심을 끌었던 사안이다.
이와 함께 대형 이동통신사들이 자사 망을 임대 사용하고 있는 소형 통신업체들의 서비스를 제한하는 부분 역시 조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미국 시민단체들은 이동통신사들이 스카이프 같은 인터넷 전화 서비스 접속을 제한하는 문제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한 적 있다.
◆셔먼 반독점법 적용 여부 관심
한 동안 6, 7개 업체들이 각축을 벌였던 미국 이동통신 시장은 몇 차례 합병 끝에 최근 들어선 AT&T와 버라이즌 간의 양강 구도로 정착됐다. AT&T는 지난 2006년 SBC를 인수하면서 거대 통신사로 자리잡았으며, 버라이즌 역시 같은 해 MCI 인수로 맞섰다.
또 버라이즌과 보다폰의 조인트벤처인 버라이즌 와이어리스는 올해 초 올텔을 인수하면서 이통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웠다. 현재 AT&T와 버라이즌은 2억7천400만에 이르는 미국 내 무선 가입자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이통시장이 양대 사업자 주도 체제로 바뀜에 따라 장비 및 단말기 업체들의 영향력을 크게 줄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통사업자들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 오바마 행정부의 걱정거리다.
이동통신업체들이 반독점 조사를 받게 될 경우 셔먼 반독점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셔먼 반독점법은 스탠더드 오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거대 기업들을 제재할 때 사용된 법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 당시에는 셔먼 반독점법의 제재를 받은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 상대적으로 반독점 문제에 대해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반면 오바마 정부는 통신사를 비롯한 대형 업체들의 시장 지배력 남용 문제에 대해 강력 대처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관련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통신업계 외에 헬스케어, 농업 부문에 대해서도 조사를 시작했다.
◆"통신시장에 대한 오바마 철학 잘 보여준 사례"
특히 통신업체들에 대한 법무부의 이번 조사는 반독점 행위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통상적으로 독점적 지배력 문제는 단일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통신업계에 대해 칼날을 들이댈 태세다. 그만큼 AT&T와 버라이즌이 주도하고 있는 통신 시장의 반독점 관행에 대해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통신 시장의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대형 업체들이 단말기 계약을 독점할 경우 혁신에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연방통신위원회(FCC)도 지난 달 단말기 독점 계약 문제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AT&T는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고 있는 반면, 버라이즌은 리서치인모션(RIM)의 블랙베리 스톰을 독점하고 있다. 반면 스프린트 넥스텔은 내년초까지 팜 프리를 독점하게 됐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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