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내에 위기감이 감돌기 시작했다. 지난해 18대 총선 공천 파동과 친박 복당 문제 등으로 촉발된 분당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당장 분당이라는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진 않겠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간 극도의 불신이 사그라들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양측은 '루비콘 강'을 건널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4.29 재보선 참패를 계기로 '김무성 원내대표 추대론'이 급부상했고, 이에 이 대통령이나 친이 주류내부에서도 동의를 얻은 만큼 친이-친박 화합 카드가 박 전 대표에게 전달됐지만 박 전 대표는 이를 딱 잘라 거부했다.
박 전 대표가 당헌당규를 문제삼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김무성 카드'를 거부하는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당 화합책을 거부한 모양새로 비치는 것이 사실이다.
다급한 박희태 대표는 즉각 김효재 비서실장을 미국으로 급파했다. "당헌당규를 어겨가면서 그런 식(김무성 원내대표 추대)으로 원내대표를 하는 것은 나는 반대다. 당이 잘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박 전 대표 발언의 진의 파악에 나선 것.
하지만 김 실장과 만남에서도 박 전 대표는 종전 반대 입장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친이-친박'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와 김 실장 사이에서 접점을 찾았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어, 아직 여지는 남아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 불신이 여전히 남아있는 만큼 이를 극복하지 않을 경우 '친이-친박'간 갈등과 대립은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간 불신은 지난 대통령 경선 때부터다. 양측의 치열한 다툼 속에서 승리한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를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천명하면서 '박근혜 끌어안기'에 나섰고, 박 전 대표도 '백의종군'하겠다며 패배를 인정, 잠시 화해 무드가 조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부터 양측의 갈등이 가시화됐다. 당초 친박 진영의 입각이 예상됐지만 뚜껑을 여니 원천 배제됐다. 이어 18대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계는 '숙청'을 당하면서 양측의 대립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박 전 대표는 이 대통령과 '공정 공천'을 약속받았다고 했지만 친박계 인사들이 무더기로 떨어졌고,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 인사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무소속으로 입성한 친박계 인사들의 복당 문제로 분당까지 언급되기도 했다. 친이측에서는 친박 복당 불가 입장이었고, 박 전 대표는 시한까지 못박으면서 압박했다. 급기야 박 전 대표는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며 폭탄발언을 하자 당시 지도부는 못이기는 척 복당을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양측간 대립은 완화됐지만 불신은 여전했다. 이후에도 '박근혜 총리설', '박근혜 대북특사설' 등이 제안됐지만 단순히 설로 그치면서 친박진영은 '신뢰할 수 없다'며 이 대통령과 친이 진영에 냉소를 보내기도 했다.
이처럼 여권은 겉으로는 언제나 두 사람의 화해를 얘기하지만 실상 속내로는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넌 지 오래"라는 인식이 자리잡은 게 사실이다. 때문에 내년도 지방선거가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대선 향배를 가를 만한 파괴력을 가진 내년도 지방선거에서 차기 대선을 노리는 박 전 대표와 친이계 주자 사이의 대결이 격렬하게 이뤄질 경우 친이-친박은 파경에 맞고 관계 정리라는 극한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민철기자 mc07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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