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을 고민하다-3]새로운 '왕자', 방송 콘텐츠


방송 콘텐츠가 저작권 침해 분야의 '혜성'으로 떠올랐다. 음악, 영화 콘텐츠 위주의 불법 저작물에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것. 웹하드, P2P, 동영상 사이트를 막론하고 수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저작권보호센터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1분기 온라인에서 가장 많은 불법 다운로드를 기록한 콘텐츠는 MBC '무한도전'으로 나타났다. 10위권에서 영화는 842건을 기록한 '레지던트 이블 : 디 제너레이션'만이 7위를 기록하고 있고 나머지는 모두 방송 콘텐츠이다.

'무한도전'의 사례는 방송 콘텐츠의 소비 행태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인기프로그램에는 '귀가 시계'라는 말이 붙었을 정도로 방송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시간을 맞춰 텔레비전 앞에 앉는 것이 익숙한 풍경이었다.

그러나 '무한도전'이 방송되는 토요일 저녁, 시청자들은 약속을 다녀온 후 집에 와 컴퓨터로 파일을 내려받아 시청하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각 방송사에서 '온라인 다시 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한 콘텐츠 당 500~1천원에 이용시간이 결제 후 6시간 정도로 한정돼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100원 이내의 가격으로 콘텐츠 파일을 소유까지 할 수 있는 '음지'의 경로와는 '게임'이 되지 않는 것이다.

웹하드 P2P에서 검색어 제한 등 기술적 보호조치로 제목 그대로 검색할 수 없도록 했지만 이는 '파일 소유'라는 측면에서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IPTV보다 더 매력적인 경로로 이용자를 파고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저작권보호센터 관계자는 "방송 저작물이 최근 영화보다 침해가 더 많이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영화는 DVD 출시나 극장에서 촬영한 캠버전 유포 시점부터 이뤄지지만 방송 콘텐츠는 해당 프로그램이 끝나고 1시간 이내에 이뤄지기 때문에 더 다양화되고 시간이 지날 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 및 각사의 인터넷(i) 3사는 고소라는 강수를 두었다. 지난 해 5월 법원에 동영상 사이트 판도라TV와 P2P '파일구리'를 운영하는 프리챌을 저작권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방송사 관계자는 "막대한 자본과 노력이 들어간 방송 콘텐츠가 클릭 한 번으로 쉽게 불법 유출되고 있다"며 "분쟁이 임박하면 최선을 다한다는 식으로 잠깐 대응하다가 다시 저작권 침해를 반복하는 OSP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프리챌은 "파일구리를 통한 매출은 지난 해 20억원이었고 전체 매출의 일부다. 유료 상품인 프리미엄 서비스는 다양한 프리미엄 기능을 사용하는 대가이지 음란물이나 저작권 위반 영상을 마음대로 올리기 위해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며 "필터링, 자율규제협의회 등 저작권 보호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법원은 지난 3월 검찰의 프리챌 대표에 대한 사정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방송사는 "모니터링, 금칙어 등의 조치는 아무런 실효성이 없다"며 법원의 판단에 유감을 표했다.

방송사는 소송 진행 중인 판도라TV, 프리챌 이외에도 각종 저작권 침해가 이뤄지는 웹하드, P2P 업체들에도 민형사 소송을 적극 검토 중이다.

한편 방송사의 이러한 태도 때문에 오히려 온라인 불법 다운로드가 역설적으로 만연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웹하드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행태는 변하는 것이다. 영화도 웹하드에서 합법 과금이 이뤄지고 있는데 방송사는 이런 모델이 없다 보니 역으로 불법 콘텐츠가 늘고 있다"고 피력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지금 그 행위 자체가 불법 아닌가. 헤비업로더, 웹하드 업체들의 콘텐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익을 누리는 것"이라며 "음악 시장도 이러한 과정을 밟아왔듯이 OSP 업체들과 합의점을 찾고 나면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과거사 청산'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실로 포털사는 그간 불법 스트리밍으로 인한 피해에 대해 사과하고 모니터링을 통해 불법 콘텐츠를 줄여 방송사와의 관계를 원만히 하고 있다.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그간 침해된 저작권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일부 포털 업체는 방송사에 수십억원의 금액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합의를 하지 못한 동영상 포털업체 등이 소송이라는 철퇴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KBSi 관계자는 "예전에는 포털이 심했었는데 지금은 광범위하게 (침해가)이뤄지지는 않는다"며 "그런데 동영상, 웹하드 사이트는 불법성이 심하다. 신규 사이트의 경우는 무제한으로 뚫려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피력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해당 업체가 완전한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해결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음악, 영화 등 다른 콘텐츠의 지난한 협상 과정에서 비롯된 '학습효과'로 보인다.

한 동영상포털 관계자는 방송사의 입장에 공감했다. 그는 "사실 우리로서 그동안 여러가지 협상을 두고 노력해 왔고 법원에 호소했는데 지금은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감정적인 부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며 "(소송에서)이기든 지든 시장 개척을 못하고 감정은 계속 나쁜 상태로 끌고 가는 게 별로 득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과거를 씻고 양자 협의해서 발전적 관계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 합법적 방송 콘텐츠 모델, '다음' '싸이월드'

인터넷 포털에서 합법적 스트리밍 서비스가 나름의 성공을 거둬 주목을 끌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싸이월드는 온라인에서 최근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사진)'의 합법 스트리밍 서비스를 했다. 이 서비스는 저작권 필터링 업체 앤써즈와의 협의로 이뤄졌다. 앤써즈가 이 드라마의 유통권을 제작사 그룹에이트로부터 위탁받아 두 OSP에 서비스하게 된 것. 이 드라마는 다음에서만 1천700만 플레이를 기록하는 성공을 거두었다.

동영상에 광고를 붙여 OSP와 드라마 제작사, 앤써즈가 수익을 나누는 모델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Mnet미디어, 예당엔터테인먼트, 온미디어, 디지털YTN 등과 제휴를 통해 합법 방송 콘텐츠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Mnet미디어와는 Mnet, KM채널의 풀 영상을 제휴했고 예당엔터테인먼트와는 ETN 채널 중 일부 콘텐츠를 제휴했다. 온미디어와는 OCN, 슈퍼액션, 스토리온, 온스타일 등의 콘텐츠를 저작권자가 편집한 영상을 서비스하고 있다.

다음 관계자는 "합법 동영상의 수요가 있고, 앤써즈도 필터링을 하면서 단순 필터링해서 될 게 아니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저작권자와 이용자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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