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을 고민하다-1]위기의 영화, 애타는 웹하드


저작권자 vs 웹하드업체 "대화가 필요해"

저작권을 둘러싸고 사회적으로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저작권자들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가 인터넷으로 인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며 고소·고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웹하드, 포털, 동영상 등 인터넷 업체들은 "저작권자들이 온라인 시장 활성화를 위해 대화는 하지 않고 지나친 단속과 규제로 일관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용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불법 콘텐츠를 내려받는 등 사회적으로 혼란스럽다.

아이뉴스24는 최근 저작권을 둘러싼 갈등의 핵심을 짚어보고 앞으로 서로 만족할 수 있는 '콘텐츠의 건전한 활성화'를 위한 기획을 마련했다. [저작권을 고민하다]라는 시리즈를 통해 3회에 걸쳐 영화, 음악, 방송 등의 저작권 문제과 갈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 영화 마니아 박모 씨(남·31)는 주말에 인터넷 웹하드에서 영화를 내려받아 보는 게 낙이다. 금요일 밤에 보고 싶은 영화를 '다운로드' 해 놓고 잠들면 주말에 몰아서 모두 본다. 한때 DVD깨나 수집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한 편에 1만~2만원인 DVD와 140원인 웹하드 파일은 경제적으로 '게임'이 되지 않는다.

영화의 소비 행태를 바꿔 놓을 정도로 오늘날 한국에는 온라인을 통한 영화의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해 있다. 현재 온라인 영상 불법 다운로드 시장 규모는 정부 추산 6천억원, 웹하드 업계 추산 1천800억원 규모이다.

연도별 온라인 불법 영상물 단속 실적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저작권보호센터에 따르면 2005년 12만개 정도였던 불법 영상물 단속 건수는 2008년 259만개로 폭증했다.

저작권보호센터 관계자는 "2008년 하반기께부터 재택근무를 통한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로 전환해 수치가 증가한 이유도 있지만 그런 시스템을 구축한 것부터가 영상물 저작권 침해가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라고 밝혔다.

이에 영화계는 몸살을 앓고 있다. 웹하드에서 단돈 140원에 영화 한 편이 유통되면서 부가 판권 시장은 죽어가고 있다. 공중파와 케이블TV의 영화 구매 비율도 줄고 있다.

영화의 주요 재판매처였던 DVD 시장은 그야말로 고사 상태에 이르렀다. 협회에 따르면, 한창 때 전국 4만여개 정도 있던 DVD 대여점이 현재는 4천여개로 급격히 감소했다. 현재 남아 있는 곳도 전문 대여가 아닌 도서 대여를 중점으로 하는 업체들이다.

그러나 웹하드 업체도 괴로움을 토로한다. 지난 해 3월 CJ엔터테인먼트 등 영화제작사, 투자사, 배급사 등 영화계가 웹하드 업체를 고소했고. 그 결과 지난 6월 웹하드 업체 운영자 6명이 구속되는 송사를 겪었다.

◆웹하드 영화 파일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불법 영화 파일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통이 되는 것일까. 크게 DVD, IPTV 립(Rip)과 내부 유출 등 세 가지 방식으로 이뤄진다.

현재까지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은 DVD 립(rip)이다. DVD가 출시되면 파일을 추출해서 사이트에 올리는 것. 개봉하지 않은 외화의 경우 DVD를 제작하러 가는 과정에서 파일이 유출돼 온라인으로 유통된다.

최근 많이 발생하는 게 IPTV 립이다. IPTV에서 신작 영화가 방영되면 고화질 녹화를 통해 파일을 생성할 수 있다.

이렇게 생성된 파일은 온라인에서 일파만파로 퍼진다. 올린 사람이 다운로드를 받고 다시 업로드하고 이 과정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간 몇백원의 돈으로 파일 유통이 무분별하게 이뤄지자 영화계는 지난 해 온라인 판권 신탁단체를 통한 합법화에 나섰다. 영화 파일의 해시(hash)값을 이용해 합법 콘텐츠를 식별한 뒤 신작은 2천원, 구작은 500원 식으로 과금한다.

웹하드 업계는 "합법적으로 장사하고 싶다"고 말한다. 온라인을 통한 영화콘텐츠 소비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만큼 음지에서 양지로 나와 영업할 수 있도록 합법화를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영화인들은 온라인으로 트렌드가 가는 것을 인정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영상산업협회 관계자는 "온라인 업체가 요구하듯 풀면 부가 판권 시장에 혼란이 온다. 지금 방침대로라면 부가 시장은 포기하자는 것밖에 안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부가시장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영화팬들이라는 것이다. 현재 같은 유통 방식이 지속되면 영화 제작 편수가 줄어들고 좋은 영화가 제작되는 환경은 초토화가 된다는 것이 영화계의 입장이다.

협회 관계자는 "물론 우리가 당장 하더라도 불법은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너무 쉽게 불법 다운로드로 영화를 보는 시스템이고, 이걸 하더라도 음지에서 해야 하는데 대놓고 양지에서 하는 게 문제"라고 밝혔다.

웹하드 업체는 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상위 업체 중에는 상장사도 있고 불법으로 영업을 할 이유가 전혀 없는데 영화계와의 소통이 잘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력 웹하드 업체 관계자는 "웹하드 구축이 쉬워진 후 심지어 구속이 될 각오를 하고 단기간에 돈을 벌어 빠지려는 '먹튀' 세력들이 있다. 그런 신생업체 때문에 시장이 혼탁해져 있다"며 '음지' 세력과의 명확한 구분을 요구했다.

이에 산업 관계자들은 논의의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이 합법적 유료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저작권보호센터 관계자는 "현재 상황은 권리자 입장에서 보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닌 듯 하다"며 "각 권리단체에서 합법화를 유도하고 있는데 저작물의 수가 일부에 한정돼 있고 전체적인 합법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OSP에서 어느 정도 노력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관계자는 "합법 콘텐츠 유통을 시작할 수 있도록 업계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산업 정상화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기 때문에 소송과 별개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더 많은 콘텐츠가 정확히 과금되도록 여러 가이드라인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영화 판권 신탁업체인 씨네21i 관계자는 "이용자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러려면 저작권자 쪽에서 콘텐츠 가격을 현실화 해야 한다. DRM을 거는 쪽으로 가면 시장에서 판권이 풀리기 힘드니 그 점도 재고해야 할 것"이라며 "웹하드 업체도 필터링 부분을 강화하는 등 양쪽 진영이 노력해야 하는 구조"라고 조언했다.

◆ 웹하드 업체, "'아이튠즈'도 '카자(kazaa)'의 성공 후 생겼다"

웹하드 업체의 연합체인 디지털컨텐츠네트워크협회 양원호 회장은 "합법적 온라인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서로의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현재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은.

"저작권자와의 합의가 필요하다. '추격자' '미인도' 등이 합법 다운로드로 인기를 끌면서 온라인 다운로드가 유효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 영화계가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것 같나.

"온라인을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익숙지 않은 판매 방식'으로 보는 것 같다. 팔고 싶지 않은 거다. 그간 과금이 되지 않아서 문제였지 제작자 입자에서는 판매 경로가 느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대신 배급사는 온라인이 우리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미지수로 보는 것이다."

- 불법의 온상이라는 지적에 대해.

"애플의 아이튠스(합법 음원 다운로드 사이트)도 카자(kazaa, 음악 영상파일 공유 소프트웨어)의 성공 후 생겼다. 소비 행태가 먼저 나오고 사업 모델이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기존 유통구조가 외면했던 소비행태가 불법으로 규정되고 있는 것이다."

- 부가 판권 시장이 붕괴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는 유독 부가판권 시장이 약했다. 시대적인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IPTV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IPTV가) 잘 안 되는 이유는 DVD 판매자와 유사한 날짜에 방송하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파일은 IPTV와 온라인끼리 맞추면 된다."

- 앞으로의 대책은.

"비디오 필터링 등 신진 기술을 통해 풀어갈 것이다. 'KS마크'처럼 인증제도를 도입해 온라인에서 파일을 유통시킬 수 있는 충족하는 요건을 갖추지 않으면 파일을 유통시키지 못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

◆ 저작권자 "언제든 협상은 열려 있다."

한국영상산업협회 김의수 영상저작권팀장은 "웹하드업체의 불법이 줄어들지 않는 이상 협상은 어렵다"며 "웹하드업체의 불법 근절은 물론 교육·홍보 등의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 온라인을 통한 영화 저작권 침해 규모를 어느 정도로 보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80% 정도가 불법이라고 본다. 외국영화는 수입되기 전 불법 유통이 이미 이뤄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80~90%가 극장 수입인데 이미 (온라인에) 돌아버렸는데 수익이 안 나온다. 산업의 '뒷단'이 고사 위기로 가는 것이다."

-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처럼 광범위하게 불법 다운로드가 이뤄지나.

"그렇지 않다. IT 인프라의 급격한 발전이 이를 초래했다. 법적 보호장치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IT에 투자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 같다. 미국은 불법 OSP가 없다. FBI에서 불법물 단속하는 사람이 '전화 모뎀 쓰는 데가 많아 웹하드가 활성화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하더라. 국민성의 차이도 큰 것 같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워낙 많은 지역에서 많이 하다 보니 불법이 심각하다는 인식이 대두되지 않았다."

- IPTV 판권 시장은 어떤가.

"활성화될 거라고 봤는데 아니다. 극장에서 영화가 내리면 바로 IPTV에서 방영한다. 그런데 IPTV보다 먼저 불법이 나오니까. 구매하려는 사업자가 메리트가 없는 것이다. 이미 불법으로 돌았는데 콘텐츠를 돈 주고 살 이유가 있나."

- 왜 해결이 잘 안 된다고 보나.

"초반부터 권리 침해를 하기 위해 만들어진 사이트인데 그걸 바꾸려다 보니 잘 안되는 거다. 불법 콘텐츠를 삭제시켰으니까 책임이 면제된다고 보지 않는다. 하우스에 가서 도박하는 사람보다 차려놓고 돈을 버는 사람들이 나쁘다."

- 개선해야 할 점은.

"간단하게 불법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는 비율을 줄여야 한다. 현재 80%가 불법이라면 5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강력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규제만 가지고는 안 된다. 교육 홍보 캠페인도 병행돼야 한다."

- 웹하드 업체와의 협상 여지가 있는지.

"우리는 언제나 열려 있다. 언제든 합법적으로 풀어갈 자세가 돼 있다. 법 처벌은 어쩔 수 없을 때 하는 거라고 본다. 좀더 빨리빨리 움직여서 소비자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정병묵기자 honnez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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