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융합, SW가 힘이다-중]융합의 꽃 SW, 먼나라 얘기


정부의 IT융합 핵심 요소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가 부상하면서 앞으로 자동차, 가전, 의료기기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임베디드SW 생산액도 2010년까지 연평균 13.3% 성장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

매일 사용하는 휴대전화에서부터 디지털 정보가전 제품, 산업용 기기까지 빠지지 않고 탑재되는 임베디드SW는 유비쿼터스 시대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애플, 구글, 노키아 등 IT혁신을 주도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IBM, 오라클 같은 글로벌 기업용 SW업체들이 오래 전부터 이 시장 공략에 나섰던 이유이기도 하다.

◆"원천기술 없는데, 웬 융합의 꽃?"

하지만 시장의 장밋빛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내 임베디드SW 산업의 현실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임베디드SW 분야 '스타'급 기업이 없을 뿐 아니라 이 시장을 대표하는 기업들 조차 원천기술이 없는 상황인 것. 그러도 보니 외산 업체의 솔루션을 공급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베디드SW를 융합의 핵심으로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피부에 크게 와닿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원천기술 없이 외산SW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임베디드SW 현실로는 'IT융합의 꽃 임베디드SW'는 먼 나라 얘기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국내 대표 임베디드SW업체인 A사는 최근 주요 사업분야 중 하나인 '디바이스 솔루션'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디바이스 솔루션 분야는 내비게이션, 모바일TV, PMP, IPTV 등 각종 디지털 기기의 기획부터 개발, 생산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로 제공해주는 것.

이 회사가 사업을 중단하는 이유는 내비게이션, MP3 등의 시장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SW 공급은 물론 하드웨어 설계와 납품을 동시에 제공하기에는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국산 MP3 돌풍을 주도했던 레인콤 뿐 아니라 국내 굴지 대기업의 주문자상표부착(OEM) 형태로 개발, 수출까지 했던 이 회사는 결국 마이크로소프트(MS) 윈도 임베디드 OS와 윈도 모바일 솔루션을 공급하는 사업에 더욱 의존하게 됐다.

A사는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토털 솔루션을 고객사에 제공하는 임베디드 개발 솔루션 사업을 또 다른 수익원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개발도구 역시 외산 제품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최근 경기 침체로 기존 고객이 제품 구매를 망설이고 있는 데다, 인력 부족, 수익성 저하 등을 이유로 디바이스 솔루션 사업을 접기로 했다"며 "원천 기술을 개발해 표준화 작업을 거쳐 시장에 내놓는다면 금상첨화겠지만, 현실적으로 외산 시스템SW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하기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외산 의존·고급 인력 부족 '심각'

임베디드SW는 크게 임베디드 단말기 운영체제(OS), 카메라 애플리케이션 등의 SW와 임베디드 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개발SW로 나눌 수 있다.

기능을 기준으로 할 경우 ▲임베디드OS ▲미들웨어 ▲애플리케이션SW ▲임베디드 SW 개발툴로 구분된다. 이중 임베디드 기술의 핵심인 OS는 외산인 심비안, 윈도 모바일, 공개SW인 리눅스 등이 국내 시장의 93.2%를 차지하고 있다.

임베디드소프트웨어산업협의회 김갑현 선임연구원은 "임베디드SW의 가장 큰 경쟁력은 원천 기술을 확보해 수요기업으로부터 라이선스와 로열티를 받는 것"이라며 "하지만 국내 임베디드SW시장의 경우 라이선스·로열티를 받는 기업은 단 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국내 임베디드SW업체 가운데 라이선스·로열티를 받는 기업은 네오엠텔 정도가 고작이다. 이 회사는 미국의 퀄컴으로부터 로열티를 받고 있으며, 지난 해 초 누적 로열티가 1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 임베디드SW 업체의 또 다른 걸림돌은 영세한 사업 규모다. 소프트웨어진흥원(KIPA)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임베디드SW 업체는 임직원 수 50명 이하가 90%를 차지할 정도로 소규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 규모가 영세하다 보니, 자본금 부족으로 제품 개발과 인력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해 한국정보산업연합회의 실태 조사 결과 기술 선진국의 임베디드SW의 기술수준을 100%로 가정했을 때, 국내 임베디드SW 기술수준은 응용SW가 81.1%, 미들웨어 68.6%. 임베디드OS 60.2%, 개발도구 53.9% 순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뒤쳐진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기술력 확보와 연구개발 투자가 시급한 상황인 셈이다.

특히 임베디드SW는 신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고급 연구 인력 확보가 핵심이다. 하지만 국내 업체의 경우 임베디드SW 연구개발 인력이 4인 이하인 경우가 과반수 이상이며, 임베디드SW 연구개발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기업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한 기술자도 초급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한 임베디드SW 업체 사장은 "자본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당장 일손이 급한 상황에서 인력 양성만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 예산과 시간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며 "우수 개발 인력을 확보하더라도, 열악한 대우 등을 이유로 대기업으로 이직해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임베디드SW-수요기업 간 상생 필요

막상 원천기술을 확보하더라도 대기업, 중소기업간 상생의식 부족 등 고질적인 병폐로 인해 사업을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최대 토종 소프트웨어(SW) 업체인 B사는 지난 해 임베디드(모바일), 서버, PC 등 모든 컴퓨터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는 국산 범용 운영체제(OS) 원천기술을 최초 공개했다.

이 회사의 OS 출시가 더욱 주목받은 이유는 순수 국산 기술로 만들었다는 점 외에도 MS 등 외산이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국내 OS 시장을 타개할 국산SW의 희망이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천 기술 공개 1년 후, OS 커널 기술을 바탕으로 임베디드OS를 상용화하겠다던 B사의 목표는 암초에 부딪혔다. 이 업체의 임베디드OS를 하드웨어에 탑재하겠다는 수요처를 구하지 못한 것.

지난 해 말 PC용 OS 개발과 임베디드SW 개발지원을 위한 인력을 100여 명 가까이 충원하며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아직 목표 달성은 요원하기만 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의 경우 보안을 이유로 자체 개발하거나 기존 SW와의 호환성, 안정성 때문에 외산 솔루션 탑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수요 기업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설사 수요 기업을 찾더라도 국내에는 하드웨어에 탑재할 SW를 테스트 할 환경조차 조성되지 않아 국산 임베디드SW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 수요기업의 과도한 단가인하 요구와 임베디드SW업체와 수요기업간 공동연구 개발 의지 노력 부족 등이 산업 발전의 저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MDS테크놀로지 방병일 전략기획실 이사는 "원천기술과 이 분야 고급 인력이 부족한 국내 임베디드SW 현실을 이해하고, 이를 타개할 정부의 집중적인 육성책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자동차, 국방·항공, 조선, 모바일기기 등 우리나라가 강점을 지닌 분야의 핵심부품 임베디드SW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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