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융합, SW가 힘이다-상]SW가 왜 중요한가


소프트웨어(SW)가 산업간 융합을 위한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융합'이 IT정책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SW가 촉매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 특히 다양한 디지털 제품에 내장돼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임베디드SW의 중요성은 날로 커져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임베디드SW 산업은 최근의 이런 추세와는 거리가 멀다. IT강국이란 평가가 무색할 정도다. 아이뉴스24는 앞으로 3회에 걸쳐 'IT융합, SW가 힘이다'는 시리즈를 통해 척박한 국내SW 현실을 짚어보고, 임베디드SW가 융합의 중심으로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방안을 모색해본다.<편집자 주>


요즘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은 단연 애플이다. 지난 해 미국에서 가장 선망받는 기업 1위에 선정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 특히 애플은 경기침체 한파가 매섭게 불어닥친 지난 4분기에도 16억달러 규모의 순익을 기록하면서 IT업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지난 해 스마트폰 단말기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두 배가 넘는 성장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최근 애플이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바로 '앱스토어' 때문이다. 응용SW 다운로드 서비스인 '앱스토어'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SW와 서비스를 결합한 새로운 시장을 창출했다. 애플의 행보는 곧 IT업계의 행보가 될 만큼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업체인 구글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시장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새로운 SW 수요 창출을 주도하고 있다. 게다가 구글은 클라우드 컴퓨팅 등 인터넷 기반의 차세대 컴퓨팅 기술을 선도하면서 SW분야 이슈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기침체 터널 속에서도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껍데기(HW)가 아닌 알맹이(SW)의 가치를 간파, 이를 차별화의 핵심 요소로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선진국간 하드웨어(HW) 제조기술의 격차는 좁아지는 반면 SW 기술 격차는 날로 심해지고 있다. SW파워가 국가경쟁력을 좌지우지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지난 해 지식경제부는 2018년 SW산업 세계 5강 도약을 목표로 삼고, SW융합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SW와 기존 제조·서비스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지경부의 야심찬 계획에도 불구하고 국내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SW경쟁에서 한 발 뒤지고 있는 것. 실제로 정보통신연구진흥원 2007년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최선도국 대비 하드웨어 기술격차는 1년인 데 반해, SW 기술격차는 2.2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고건 교수는 "휴대폰·자동차 등 세계 유수 제조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지만, 그 안에 탑재되는 SW를 보면 모두 외산에 의존하고 있는 서글픈 상황"이라며" 모든 산업의 두뇌와 마찬가지인 SW산업 집중 육성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SW기반 비즈니스 업체는 제조업체와 달리 최근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흔들림이 거의 없어 오히려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며 "IT산업 뿐만 아니라 건설, 자동차, 항공기, 조선, 의료 등 모든 분야에서 SW는 차별화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SW파워가 국가 경쟁력 좌우"

특히 임베디드SW의 분야는 미래 먹거리를 제공할 텃밭으로 꼽힌다. 임베디드SW는 다양한 산업 분야의 디지털 제품에 내장돼 각종 부가기능을 제공하는 SW를 말한다. 최종 제품의 고부가가치 실현을 위한 중간재 성격의 원천SW로 모든 가치사슬과 연관돼 전후방 효과가 매우 큰 요소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 IT 시장 조사기관인 VDC 자료에 따르면 하드웨어에 내장된 SW의 제품 개발 원가 비중은 ▲휴대폰 54.3% ▲자동차 52.4% ▲전투기 51.4% ▲의료기 40.9%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양한 산업 제품에서 SW가 개발 원가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현 상황은 SW경쟁력이 곧 제품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독일의 자동차 제조업체 BMW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2만5천여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 제조에서 혁신의 90%는 SW에 의해 결정된다고 밝혔다. 또 한국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인 보잉사의 F-15K 한대 가격인 1천억원 중 SW 가치가 무려 절반인 500억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베디드소프트웨어산업협의회 문정현 팀장은 "임베디드SW라 하면 일반인들은 일부 디지털기기에 내장되는 SW로 한정짓는 경우가 많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SW가 탑재되지 않은 제품을 찾기 힘들 정도"라며 "모든 산업 분야에 스며드는 임베디드SW의 특성으로 인해 일부 선진국에서는 '임베디드'라는 명칭을 따로 쓰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임베디드SW를 SW시장의 변방으로 분류하는 국내 인식과는 천지차이라는 설명이다.

임베디드SW산업은 크게 ▲임베디드SW를 제작하는 SW개발기업 ▲SW를 메모리 등에 탑재하는 모듈 기업 ▲시스템 온 칩(SoC) 등을 활용해 최종 제품을 생산하는 시스템 개발 기업으로 구성된다. 적용되는 분야도 선박, 국방·항공, 자동차, 휴대폰, 가전 등 셀 수 없을 정도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분야의 움직임이 가장 활발하다. 이제는 생활필수품이 돼버린 휴대전화의 핵심은 HW에 탑재된 SW며, SW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인식이 이미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과거에는 LCD, MP3, 카메라 화소, 경량화 등이 휴대폰 차별화 요소였던 반면 이제는 하드웨어 차이가 거의 없어지면서 그 안에 탑재되는 SW가 경쟁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PC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휴대폰인 '스마트폰' 시장이 개화하면서, 스마트폰에서 사용될 SW와 응용프로그램,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노키아, 애플, 리서치인모션(RIM)은 하드웨어 생산은 물론 자체 운영체제(OS)를 보유해 시장지배력을 넓히고 있으며, RIM은 하드웨어보다 SW연구개발에 2배 이상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또 임베디드SW 역량 강화를 위해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HW에서 SW로 중심 이동"

애플은 개발자에게 이익의 70%를 나눠주는 혜택을 부여해 실력있는 '선수' 모시기에 한창이다. 구글은 2007년 안드로이드 개발자대회인 '안드로이'를 개최, 총 1천만달러에 달하는 상금을 내걸었다. 또 다른 스마트폰 업체인 리서치인모션(RIM)은 지난 해 10월 대규모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자회의를 개최했다.

글로벌 기업용SW업체도 임베디드 SW 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최근 모바일 환경이 각광을 받으면서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등 대형 SW업체들은 PC에서 사용하던 SW를 모바일 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새 버전을 속속 출시하고 있는 것.

오라클, IBM, SAP, 사이베이스 등은 자사 SW를 각종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단말기 업체와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오라클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온라인SW 서비스 형태의 CRM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며, SAP는 림사와 제휴를 맺고 자사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SaaS) 형태 CRM을 스마트폰인 '블랙베리'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이밖에 모바일 인터넷 기기(MID) 등 새로운 디지털제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되면서, 신종 기기 안에 탑재될 임베디드SW는 '포스트PC 시대'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국방·항공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항공기·무기체계 등에서 핵심 기능은 임베디드SW가 수행하며, 임베디드SW 경쟁력은 국방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특히 무기체계 내장형 SW는 생명과 직결되거나, 전시 등 특수한 상황에서 사용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 점차 지능화되는 미래 전장 환경에 대비하기 위한 필수요소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김영우 팀장은 "임베디드SW는 전통적으로 하드웨어 제조 기술이 뛰어난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산업"이라며 "자동차, 조선, 휴대폰 등 세계 유수의 제조업체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 이점을 십분 활용해 시너지를 낸다면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톡톡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소정기자 ssj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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