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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공장 판 AMD가 얻는 것


인텔 숨통 조일 '설계력'에 집중…글로벌 금융위기서도 유리한 입지 확보

미국 AMD가 반도체 생산시설을 분리해 별도의 회사로 만들고, 앞으로 칩 설계에만 집중하겠다고 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아랍계 회사 ATIC와 공동으로 '파운드리 컴퍼니'라는 새 회사를 설립하고 44.4%의 지분을 AMD가 소유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번 분사로 인해 AMD는 그동안 힘겹게 유지해왔던 통합반도체업체(IDM)라는 입지 대신 '팹리스' 업체로 전환하게 됐다.

반도체 회사들의 사업 형태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IDM과 팹리스, 그리고 파운드리다.

IDM은 반도체의 설계와 디자인부터 생산, 판매 및 유통과 마케팅까지 모든 것을 전담하는 업체다. 삼성전자나 인텔 등이 IDM이며, AMD 역시 17일 이전까지는 IDM이었다.

IDM은 설계와 생산, 판매를 모두 스스로 하다보니 제품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시장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불황이거나 경쟁에 밀려 감산을 해야 한다는 등의 위기가 발생하면 생산 시설을 운영하는 것만으로도 심각한 재정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AMD 역시 이 상황에 처했다. 수년전 컴퓨터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리면서 독점적 사업자나 마찬가지였던 강자 인텔의 위상을 심각하게 흔들어놓기도 했지만, 이후 심기일전한 인텔이 파상공세를 퍼붓자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원자재 가격 폭등, 유가 상승, 글로벌 금융 위기 등이 몰아치면서 미국 경제를 비롯한 세계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자 끊임없이 증설만 했던 반도체 생산 공장들이 AMD에겐 감당할 수 없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AMD는 이미 2년 이상 영업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단이 필요했던 셈이다.

◆팹리스로 '운영 위험 부담' 경감…자금 경색도 해결

이같은 판단에서 AMD는 생산 시설은 없고 설계에만 집중하는 팹리스로 사업 방식을 전환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팹리스의 경우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립하고 운영하기 위한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 제품 설계를 위한 연구개발(R&D)에 자본 등 여력을 쏟을 수 있어 경쟁력을 확보하는데도 유리하다.

AMD 입장에서는 반도체의 생산과 설계 둘 중에서 핵심 역량은 설계에 있다고 판단하고, 사업 모델을 전향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팹리스의 경우 호황기나 수급 불균형으로 공급이 부족할 때 마음대로 증산할 수 없다는 게 단점이다. 생산 위탁 업체에서 설계 업체의 입장을 100% 반영하기는 어렵기 때문. 생산 과정에서 한 단계 더 거치다 보니 제품의 원가 경쟁력도 아무래도 떨어진다.

이에 대해 AMD코리아 관계자는 "파운드리 컴퍼니는 다른 팹리스의 위탁생산시설과 달리 AMD가 44.4%의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라면서 "이미 파운드리컴퍼니와는 '우선공급계약'이 체결돼 있어, 수급 불균형 상황에서도 AMD에 최우선적으로 생산 공급을 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사업의 마지막 형태가 바로 파운드리다. AMD가 생산 시설을 분사해 ATIC와 함께 설립한 '파운드리 컴퍼니'도 파운드리 업체.

반도체 생산 시설만 보유했고 설계는 하지 않는 사업 형태로, 설계를 위한 고통스러운 R&D와 노력을 절감할 수 있고, 위탁 생산 고객사만 확실하게 잡고 있다면 사업 안정성이 보장된다.

ATIC는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AMD로부터 반도체 생산 시설을 넘겨받는 형태의 '투자'를 하게 된 것이다. ATIC는 시설 인수 및 향후 운영을 위해 최대 90억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5년간 투자하기로 했다.

AMD는 당장 7억달러를 ATIC로부터 받게 되는데, 이를 통해 최근 자금 경색으로 난항을 겪고 있던 차세대 프로세서 제품군 개발에 보다 매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12억달러에 이르는 부채도 털어내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해, 현재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한 타 IT 업체들과는 달리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재도약한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AMD는 인텔만큼의 개발 여력이 없어 차세대 제품군의 출시도 신뢰할 수 없다"는 고객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이번 분사를 계기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AMD코리아 관계자는 "AMD의 기술에 대해 의심하는 고객은 없다. 하지만 제품 출시 일정 등에 대해 우려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제 이같은 우려를 모두 불식시키고 탄탄한 재무구조를 확보한 만큼 잃어버린 고객의 신뢰를 AMD만의 기술력으로 되찾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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