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문서작성 등에 특화된 초저가 노트북PC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선택 폭이 넓어진 소비자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지만 D램 기업들의 표정은 밝지가 않다. 일반 제품보다 더 낮은 용량의 D램 모듈을 탑재한 50만원 안팎의 초저가 노트북이 확산되자, D램 수요가 원활히 확대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
8일 D램 주요제품인 1기가비트(Gb) DDR2 D램의 9월 초 고정거래가격은 2달러마저 무너져 1.7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연중 최저이자 역대 최저와 같은 가격 수준이다. 이러한 가격 수준에선 D램 기업들 모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D램 가격이 성수기인 하반기와 새 학기를 맞아서도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세계 소비침체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초저가 PC의 확산 역시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일반 데스크톱 PC는 2~4기가바이트(GB) 용량의 메모리를, 성능이 데스크톱보다 다소 떨어지는 일반 노트북은 이보다 낮은 용량의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다. 성능보다 가격과 휴대성이 우선시되는 초저가 노트북은 많아야 2GB 메모리가 적용되고, 대부분 1GB 메모리를 기본 탑재해 출시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PC 1대에 쓰이는 평균 메모리 용량이 지난해 하반기 1.5GB에서 올해 1분기 말 1.7GB, 2분기 말 1.9GB로 확대된 것으로 집계했다. 3분기 말에는 2.1GB, 4분기 말에는 2.2GB를 기록해 올해 연간 PC당 평균 메모리 용량이 2GB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분기별 PC 1대당 평균 메모리 용량의 증가세는 1분기 말 15%, 2분기 말 13%에서 3분기와 4분기 말엔 8%, 5%로 각각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D램 가격이 급락하고 있음에도 PC당 평균 메모리 용량의 확대가 부진한 것은 초저가 노트북이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넷북, 미니노트북, 울트라모바일 PC(UMPC) 등으로 불리는 저가 노트북은 '세컨드 PC'를 표방하고 있지만, 초저가라 해도 개인적으로 PC를 2대 이상 보유하는 일반 소비자는 흔치 않은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이르면 연말 무렵 노트북 가운데 저가형 제품의 판매 비중이 1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초저가 PC 확산을 주도한 대만 아수스가 신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는 가운데, 최근 세계 1~2위 PC 제조업체 델과 HP까지 저가형 노트북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굿모닝신한증권의 김지수 연구원은 "상반기 세계 PC 판매량은 10% 이상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이는 주로 신흥시장에서 1천달러 이하 노트북 판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때문에 PC 1대당 평균 메모리 탑재 용량의 증가세는 현저히 둔화되고 있다"며 "D램 수요 부진이 이어져 4분기에도 D램 가격의 의미있는 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태"라고 덧붙였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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