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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보수' 코리아, 격변 예고


경제정책 '성장·자율'로 급선회…반발의 관리가 관건

18대 총선 결과 한나라당은 153개 의석을 확보하면서 과반수를 넘겨 일단 의회를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 여기에 자유선진당, 친박연대, 친여 무소속 당선자들까지 합칠 경우 200석이 넘게 됐다.

국회의 전체 299개 의석 중 200석 이상이 범 보수 세력으로 채워진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2006년 531지방선거에서도 호남권을 제외한 전국의 지자체와 지방의회를 석권한 바 있다. 지난 17대 대선에선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이로 당선돼 청와대와 행정부까지 접수한 상태다.

대한민국 건국이래 지자체와 정부, 국회의 3분의2 이상을 보수진영이 모두 차지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가히 '보수천하'라고 부를만하다.

이에 따라 대운하 건설, 금산분리 등 금융규제 혁파, 재벌 규제완화는 물론 각종 산업규제 이슈에 있어 MB정권과 보수진영의 행보가 본격화되면서 대한민국 사회가 격변기를 맞을 전망이다.

◆분배 대신 성장

이명박 대통령은 총선 하루 전인 8일 국무회의서 중요한 발언을 내놓았다. '내수부양' 의지를 공공연히 밝힌 것이다.

정부 출범 초부터 불어닥친 유가·곡물·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물가 안정에 주력하던 입장에서 변화한 것이다.

보수진영은 'MB노믹스'(이명박 대통령의 경제정책)를 집행하는데 마지막 걸림돌이었던 국회 과반의석 확보마저 성공함으로써 앞으로 '실행 과제'로서 본격적인 성장드라이브를 걸면서 일자리 창출에도 나설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좌파 정권의 분배 정책 프레임은 MB노믹스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이 같은 변화는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대운하보다 금산분리와 재벌규제 완화 정책에서 먼저 찾을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의 정부 시절, 내수부양을 통한 경기침체 탈출의 성과는 있었지만 이후 카드사태로 인한 금융위기와 참여정부 시절의 부동산 가격 급등을 거치며 국내 경기는 침체일로를 걸어왔다.

규제가 계속되다 보니 지난 10년 동안 기업들은 투자 대신 현금을 쌓아 놓은 형국이었다.

그러는 사이 수출 성장에서 얻은 성과는 대기업들의 금고에서 잠자게 됐고, 일반 국민들은 경기가 나아진다는 느낌을 피부로 느끼기 힘들었다.

KRX의 조사에 따르면 상장된 10대그룹 계열사의 투자가능 현금이 무려 33조원에 달한다. 전체 상장사로는 62조원에 달한다.

이렇게 금고에 파묻혀 썩고 있는 자금들을 시장으로 끌어내 투자와 소비를 확대해야 하는 숙제가 지난 대선과 총선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떨어진 셈이다.

◆규제 대신 자율

과거 좌파정권들이 규제에 주력했다면 MB정부와 보수진영은 규제 혁파를 통한 성장동력 견인을 추구하고 있다.

금산분리 철폐와 국책은행간 통합을 통한 메가뱅크 논란은 과거 정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의회를 장악한 보수진영은 새로운 성장을 위해 과감히 규제를 깨겠다는 입장인 만큼 이를 적극 추진할 태세다.

산업자본에 은행의 소유를 허용하고, 국책금융의 대표격인 산업은행을 민영화 한다는 자체가 관치금융 대신 민간 중심의 시장 금융을 열어가겠다는 포석이다. 자연스런 경쟁을 통해 대형 금융사를 육성하고, 이를 통해 금융시장의 발전을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산업은행의 민영화가 결정되며 IMF 이후 주인을 찾지 못했던 대기업들의 주인 찾기도 분격화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하이닉스반도체 등은 위기에서 벗어나 국내외 굴지의 기업으로 거듭났고 이제는 주인을 찾아 나설 시점이 됐다. 이 과정에서 출자총액제 폐지와 하도급 규제에 대한 완화도 수반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민적인 관심도가 높은 부동산 정책에서는 보수파도 입지가 넓지 않다.

참여정부 시절 과도했던 부동산 규제완화가 어느 정도 예상되지만 이미 대선 이후 강북발 부동산 상승 현상이 벌어지고, 국제적으로도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여서 획기적인 규제 완화는 쉽지 않다.

대신 대운하, 새만금 등을 통한 대규모 토목사업과 SOC사업, 수도권규제 완화를 통한 공장건축 및 산업단지 조성, 비주택 건축 등이 선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운하도 논란에 휩싸이고 있지만, 수도권규제 완화문제도 과거 정권과는 배치되며 국민적인 합의 가 필요한 사안이다.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한 수도 이전, 기업도시 육성 등의 정책을 내걸었던 과거정권과 달리 규제 완화를 통한 수도권내 공장신설 허용 등은 성장 차원이라는 명분이 있지만 분명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대운하의 경우도 경제, 환경적 판단보다는 국민적 합의, 정치적 판단이 중요해지고 있다. 대운하에 부정적인 친박 계열과 자유선진당이 이번 4.9 총선에서 예상 밖으로 선전한 것도 MB정부가 대운하프로젝트가 실행하려 할 때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성준원 연구원도 "대운하 사업이 불확실하더라도, 그간 쌓인 미분양 물량을 해소해 주면 건설사들의 사정이 나아질 것"이라며 "부동산 시장 가격도 점점 올라갈 것이다"고 예측했다.

◆반발도 만만치 않을 듯…운용의 묘 필요

하지만 보수진영의 급진적인 변화에 대한 반발도 그 만큼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에 대한 고려와 배려가 필요한 이유다.

실제 보수진영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있다. 최근 참여정부 시절 경제검찰로 활약했던 공정거래위원회의 역할 축소론까지 대두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의 측근이자 공정거래위원장을 맡은 백용호 위원장은 다소 다른 입장이다.

백 위원장은 내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 목소리를 내자"고 지시했다.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는 풀겠지만, 경제질서 관리는 철저히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노무현 정권시절 5년간 줄곧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노력이 진행돼 왔다는 점에서 대기업으로 경제력 집중과, 그에 따른 중소기업의 피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규제완화로 가장 수혜를 받는 측은 대기업 집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LG경제연구소 홍석빈 연구원은 "국무조정실에 등록된 규제가 5천개 가량 되는데, 그 중 60~70% 이상이 대기업 관련 규제"라며 "규제완화가 되면 1차적인 수혜 대상은 대기업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중소기업들도 규제 완화의 혜택을 볼 것이라고 홍석빈 연구원은 말했다. 홍 연구원은 "참여정부 때부터 규제완화는 많이 해 왔지만 체감할 수 있는 형태의 규제완화가 부족했다. 중앙과 일선 행정관청에서 규제완화의 추진 속도나 체감온도가 달라 실제로 중앙에서는 규제완화를 했다고 주장해도 일선에서는 반영이 안 된 경우가 많았다"며 "실제로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완화정책들이 제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상무 역시 정부 규제의 숫자보다는 체감할 수 있는 규제완화책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상무는 "현재 규제의 숫자가 엄청나게 많은데, 규제 숫자를 줄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 기업들의 투자를 실제로 끌어낼 수 있도록 근본적인 규제들을 제거하는것이 중요하다"며 "MB노믹스에서 규제완화는 기업들이나 경제주체에게 최대한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생산적인 규제가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산분리제, 출총제 등 굵직굵직한 규제를 갑자기 완화시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에 대해서는 공정위나 재정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감시 체제가 완비된다면 문제없다는 의견이다.

홍석빈 연구원은 "공정위가 관리감독 당국 내에서 있을 수 있는 도덕적 해이나 위법사항을 예의주시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금산법 후속 대책도 곧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 미디어 정책도 산업성 강조

'보수천하' 시대에 가장 크게 변화할 정책중 하나는 미디어 정책이다.

공보처로부터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내기 위해 무소속 독립위원회인 방송위원회를 출범시킨 김대중 정부나, 신문들과의 전쟁을 불사하면서 마지막까지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밀어부친 노무현 정부와는 다른 정책 방향이 예상된다.

당장 현안으로 떠오른 분야는 신문방송 교차 소유 허용과 공영방송 구조 개혁과제다. 지난 10년 동안 개혁진보 세력들은 미디어의 다양성과 다원성을 강조하면서 여론 독과점을 우려해 왔다.

그래서 조선 중앙 동아 같은 거대 신문들의 방송(지상파 및 종합편성 PP)시장 진입이 원천 봉쇄됐다. 방송시장 역시 '다공영, 1민영' 체제로 유지되면서 지상파 방송사의 공공성 유지가 최대 정책목표로 강조됐다.

그러나 이같은 정책 방향은 다원화된 민주주의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미디어 컨버전스 시대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도 받았다.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특혜가 유료방송이나 신문 등 기타 미디어 산업의 성장을 가로막았으며 공영방송의 혼란스런 지위가 오히려 공영방송이 공공성을 지켜내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에서는 지난 대선 때 미디어 분야 공약사항으로 신방겸영과 공영방송 개혁을 시사한 바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해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열린 '중소기업 희망 선포식'에서 "방송 통합의 융합시대가 열리면 채널이 수만 개 된다. 신청하면 되는 세상이 온다"며 "방송통신융합의 시대가 어떤지 알아야 한다. 방송위원회가 잡고 방송 안 되게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생각은 "공익을 위해 여론 형성력을 보고 규제한다"는 방송규제 철학과 맞지 않는다. 미디어도 자율적으로 시장에서 경쟁하도록 하고, 국민이 이를 선택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중시하는 쪽에 가깝다.

또한 규제를 통한 미디어의 공공성 유지보다는 국민소득 4만불시대를 위한 미래 성장동력 산업중 하나로 방송 등 미디어 산업과 콘텐츠 산업을 키우겠다는 인식과 연결된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도 취임 후 기자단 오찬에서 방통위의 최우선 정책목표를 묻는 질문에 "기업으로서의 방송과 기업으로서의 통신의 선진화를 통해 국가 성장동력을 만드는 일, 문화적으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이끌어나가는 일"이라며 "디지털방송 정착과 IPTV 문제 해결이 주요 과제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차세대 방송미디어 정책에 있어 이 대통령과 최 위원장의 주요 관심사는 '산업으로서의 성장'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이 18대 국회에서 과반수가 넘는 안정의석을 확보했고, 범 보수 연합으로 치면 200석 이상을 차지한 만큼 방송과 미디어 시장에도 규제완화와 산업 정책적 가치가 강조되는 정책들이 줄줄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다만 한가지 눈여겨 볼 것은 이번 총선에서 국회 입성에 성공한 최문순 전 MBC 사장 등 진보진영의 저항과 언론노조 언개련 등 언론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얼마나 국민들과 교감하면서 미디어 정책 변화의 저항선으로서 기능하게 될 지 여부다.

백종민기자 cinqange@inews24.com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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