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살깎는 가격 경쟁 해결책은 '솔루션'

통신장비 업체들이 제살깎기식 가격 경쟁의 해결책으로 '솔루션 기반 영업' 방식 도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개별 기능을 제공하는 단일 박스 장비 공급에서 벗어나 하나의 장비에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통합 솔루션을 내놓고 이러한 솔루션을 기반으로 영업·마케팅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고객사가 장비 도입을 위해 제시하는 제안요청서(RFP)가 발표되면 장비 업체들이 그에 맞춰 입찰에 참여해 성능테스트(BMT)를 진행하고,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최저 가격을 써내는 수순으로 시장에 장비가 공급돼 왔다.

이러다 보니 업체들은 프로젝트를 따기 위해 불필요한 가격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성능에서 고객사의 요구를 만족하면 결국 고객은 가장 저렴한 가격을 제시한 장비 업체를 선택하게 되므로 소위 '가격 후려치기'라는 업계의 폐해가 지속돼 온 셈이다.

장비 업체들은 무리한 가격 할인으로 제살깎기 경쟁을 할 수밖에 없으며 고객 역시 일단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한 장비 업체가 추후 서비스 요금 등을 통해서 손실액을 보전하려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피해를 보는 악순환이 계속돼 왔다.

이러한 가운데 무리한 가격 경쟁을 지양하기 위한 방법으로 솔루션 기반 영업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제살깎기 가격 경쟁, '솔루션 기반 영업'으로 뚫는다

최근 장비 업계에서는 하나의 장비에서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통합 제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단일 제품 공급으로는 포화 상태인 시장을 효율적으로 파고들 수 없을 뿐더러 고객 역시 네트워크를 단순화해 관리 포인트를 줄이고 가격 부담도 덜 수 있는 솔루션 기반의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품군이 솔루션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솔루션 기반 영업이 가능하게 됐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고객사가 'L4 스위치 100대를 구매한다'는 내용의 RFP를 띄우면 장비 업체들은 고객이 어떤 이유로 L4 스위치를 구매하며 이미 구성된 고객 네트워크에 새로운 장비가 어떤 방식으로 통합돼야 최적의 성능을 낼 수 있는지를 고려하기보다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만 관심을 쏟아 온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폭넓은 기능을 제공하는 솔루션을 갖춘 장비 제조사는 입찰정보가 뜨기 이전에 고객을 찾아 네트워크를 진단, 현재 상태에서 고객에게 필요한 솔루션을 파악해 자사 제품군을 제안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단일 박스 장비 제공을 위한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고객에게 합당한 댓가를 받으면서 솔루션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시스코, 주니퍼, 알카텔-루슨트, LG-노텔, F5 등 주요 통신장비 제조사들은 이미 솔루션 기반으로 제품군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영업 및 마케팅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신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장비 박스를 판매하는 것을 탈피, 고객의 장기적 비즈니스 플랜을 고려해 그에 맞춘 네트워크 솔루션을 제안해야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며 "이것이 바로 불필요한 가격 경쟁을 지양하고 고객과 벤더가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솔루션 기반 영업"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솔루션 영업이 쉽지만은 않다. 일단 토털 솔루션을 갖추기 위한 제조사의 기술력이 뒷받침돼야 하며 파트너를 통한 간접판매가 이뤄지는 한국 시장에서는 솔루션 기반 영업이 가능한 파트너를 선정하고 지속적 교육을 통해 솔루션 영업에 준비된 인재를 보유해야 한다. 고객을 이해시키는 것도 급선무다.

이러한 상황에서 L4~7 스위치 업체 F5네트웍스가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F5는 최근 스위치 기반 파일 스토리지 가상화 솔루션 업체 아코피아네트웍스를 인수하며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장했으며 이미 L4~7 스위치 기반에서 SSL VPN, 웹방화벽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한 제품을 공급해 왔다.

남덕우 F5코리아 지사장은 "솔루션 기반 영업을 위해서는 고객사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고객의 네트워크에 어떤 장비가 필요한지를 총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솔루션 기반 영업은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이해가 필수"라며 "F5코리아는 최근 머큐리인터랙티브, CA 등 애플리케이션 벤더와 협력을 추진하고 있어 곧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지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주니퍼, 데이터센터 애플리케이션 가속 신제품 출시

• 주니퍼, 기업 지사 정조준...'통합 브랜치 솔루션' 전략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