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베디드SW를 살리자-중]설 자리 잃은 국내 업체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의 중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면서 국내 시장이 연간 20%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전망대로라면 상당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그 속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암울하기 그지 없다. 무엇보다 제대로 활약하는 '선수'를 찾을 수가 없다.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해야 할 국내 임베디드SW 업체들은 영세한 규모를 벗어나지 못한 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대기업과 몇몇 주요 업체를 제외할 경우엔 사실상 전멸 상태라고 해도 크게 그르지 않을 정도다.

임베디드SW가 발달할 수 있는 최적의 인프라를 갖췄지만 이를 활용하고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결과물'은 없다는 얘기다.

반면 외산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 뿐 아니다. IBM 등 일부 외산업체들은 국내 디지털 기기 업체와의 협력, 정부 지원 등을 통해 벌써 세계시장에 내놓을 임베디드SW를 개발하고 막바지 출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외산 의존도 높아

'국내 임베디드SW 실태조사'를 발표한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KIPA)은 국내 임베디드SW 산업의 문제점으로 외산 솔루션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꼽았다.

국내 기기 제조업체들은 휴대폰, 디지털TV, PDA 등을 한 대씩 만들 때마다 적게는 5달러에서 많게는 120달러에 이르는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휴대폰 '애니콜'에 장착되는 외산 임베디드SW 로열티로 지불하는 돈은 1억9천만 달러에 이른다.

정부 부처별로 진행하고 있는 정보화사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대부분 외국산 임베디드SW를 사용하다 보니 예산 낭비와 시스템 간 호환성 부족이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2003년 첨단교통정보시스템(ITS)를 도입하면서 노변기지국장비와 차량 단말기에 서로 다른 외국산 임베디드SW를 사용해 호환성 문제를 톡톡하게 경험했다.

특히 '포스트 PC'로 불리는 모바일 기기에 내장되는 임베디드 운영체제(OS)와 임베디드 미들웨어 시장은 대부분 외국산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KIPA의 '임베디드SW 산업실태 조사' 자료에 따르면 OS를 포함한 임베디드 시스템 SW의 국내산 도입률이 4%인 반면 외국산 도입률은 37%에 이른다. 미들웨어 역시 국내산 5%, 외국산 35%로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국내 임베디드SW 업체들이 '이클립스' 등 개발도구를 이용해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이 개발도구 자체가 외국 기술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어 원천 기술 의존도도 높은 상황이다.

◇임베디드SW 전문 개발기업 기술 의존도

◆외주·용역 개발 중심…대표 솔루션 부재

제품 개발 용역 산업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절대적으로 높아 대표 임베디드SW가 개발될 수 없는 구조라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SW 전문 업체가 경쟁력있는 패키지 형태의 임베디드 SW를 개발하는 것보다 디지털 기기 업체들이 필요에 따라 입맛에 맞게 임베디드SW를 구매하거나 개발해 해당 제품에만 이를 적용하는 것이 국내 임베디드SW 산업의 현 주소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들이 임베디드SW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애기다. 임베디드SW를 하드웨어 부품 중 하나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생산 업체들은 디지털 기기를 만들 때마다 필요한 임베디드SW를 자체적으로 개발하거나 외주 제작을 의뢰한다. KIPA와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임베디드SW의 50% 이상이 모바일 기기 등을 제조하고 생산하는 제조·생산 업체 주도로 만들어진다.

◇국내 임베디드SW 산업구조 취약점 분석

임베디드SW 개발은 초기에 막대한 투자비용이 필요한 반면 단기적인 투자회수율은 낮은 편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자금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원천기술 확보 구조가 절실하다. 중소 업체들이 임베디드SW만 개발해서는 시장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구매하지 않는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 임베디드SW 업체들은 대기업들의 외주제작에 참여하는 것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용역업체인 임베디드SW 개발업체들은 이런 구조에서는 완성된 플랫폼이나 SW에 대해 권리를 가질 수 없다. 개발비 역시 해당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투입된 인력비용 중심으로 책정된다.

디지털 기기 생산업체들이 외산 솔루션을 지나치게 선호하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외국산 임베디드SW를 먼저 구매한 뒤 누락된 부분만 국내 임베디드SW 업체에 주문하는 경향이 많아 수요가 그리 크지 않은 편이다. 게다가 제품 개발을 위한 협력도 '신뢰도'를 문제삼아 국내 임베디드SW보다는 외산 업체를 선택하다보니 국내 업체들은 '외주 제작' 조차 얻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 문정현 팀장은 "임베디드SW 개발업체들이 SW만을 파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대부분 기기와 모듈에 탑재해 판매하다보니 제 값도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영세한 사업구조 악순환

외주제작으로 진행되는 개발에만 참여하다보니 국내 임베디드SW 업체들은 MS, IBM 등과 같이 세계에 내놓을만한 임베디드SW를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큰 매출을 올리기 어렵고 매출이 낮아 연구개발을 할 수 없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KIPA 자료에 따르면 국내 96개 주요 임베디드SW 업체들의 매출은 연간 평균 2.3%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 수치에는 SI 업체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이들을 제외할 경우엔 국내 임베디드SW 업체들은 사실상 정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KIPA가 조사한 '임베디드SW 산업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300명 이상 업체는 전체의 10%에 불과했지만 이들의 시장규모는 9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베디드SW 전문 개발기업 자본금 규모별 분포 (단위 개)

또한 한국정보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임베디드SW산업협의회에 포함된 회원사는 약 250여 정도 되지만 이 중 상당수는 직원 수 10명을 밑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SDS, 휴맥스 정도의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제외하면 MDS 테크놀로지, 벨록스소프트 등 몇몇 기업만이 임베디드SW 전문 개발사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업체들이 이렇듯 영세하다보니 임베디드SW 전문 개발 인력 확보도 어렵다.

KIPA의 '임베디드SW 산업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임베디드SW 142개 기업에서 개발인력 2천196명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고급인력 847명, 초급인력 702명, 중급인력은 647명이며 업체별로는 평균 15.5명을 확보하고 있다.

개발인력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임베디드SW 산업의 특성을 볼 때 결코 많은 인력이 아니다. 또한 이 가운데 몇몇 업체가 100명 이상의 개발자를 보유하고 있기도 해 2~3명의 개발자가 근무하는 업체도 많다.

이처럼 절대적인 개발인력 수도 부족한데다가 좋은 처우를 해줄 수 없으니 영세한 임베디드SW 업체들은 좋은 인력을 얻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이같은 업체들을 위해 자체 인력을 교육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 역시 영세한 임베디드SW 업체들에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한 임베디드SW 업체의 대표는 "회사를 운영하기도 빠듯한 상황이다보니 이 상황에서 개발자에게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650여 개 기업에 임베디드SW를 공급하며 국내 임베디드SW 산업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MDS테크놀로지 김현철 사장은 "임베디드 산업의 중요성과 시장규모에 비해 전문 개발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업계 대부분이 전문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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