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정선]임베디드SW에 대한 인식부터 바꾸자


"아는 만큼 보인다."

최근 국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SW) 산업을 취재하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거듭 되뇌이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상황이 더 심각했기 때문이다.

국내 임베디드SW 산업은 외산 제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제대로 된 국내 대표주자도 없다. 1~2개 전문개발업체와 모바일 솔루션 분야의 몇몇 업체들을 제외하면 딱히 임베디드SW 업체랄 것도 없다. 정부가 교육 등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그 지원책을 활용할 여력조차 없는 업체들이 태반이다.

이것이 '아는만큼 보인' 국내 임베디드SW 산업의 현실이다. 그 동안 국내 임베디드SW 산업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임베디드SW는 IT839 정책의 신성장동력 중 하나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들은 이미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강하게 드라이브하고 있는 산업이다. 하지만 정작 I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의 임베디드SW 업체들은 영세한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기자로서 이 모든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자책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할지,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대체 뭐가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한참 동안 마음이 불편했다.

정부나 관련산업 종사자들도 임베디드SW 산업의 비참한 현실을 모르고 있지는 않는 듯 했다. 실제로 정통부 관계자부터 임베디드SW 관련 협회 담당자까지 국내 임베디드SW 업체들이 얼마나 영세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들도 할 말은 있다. 실제로 임베디드SW 개발자 양성을 위한 교육과 임베디드SW 전문개발 업체에 대한 지원책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겉보기엔 그렇다.

하지만 한 거풀만 벗기고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각종 교육이나 지원책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학계, 업계가 발표한 각종 자료들을 보면 지금 국내 임베디드SW 산업은 그 기반부터 튼튼하지 못하다.

도대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일까?

기자는 그 해답이 바로 '산업 자체에 대한 천박한 인식'에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임베디드SW를 내장한 기기를 제조하고 생산하는 대기업들은 임베디드SW를 그저 '하드웨어의 한 부품'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주된 소비자인 기기 제조업체들이 임베디드SW를 하나의 제품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임베디드 SW가 IT 경쟁력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많은 제조업체들이 외주개발 혹은 자체개발로 임베디드SW를 개발하고 있지만 이를 단순히 자신들의 제품에만 적용하고 끝내는 상황도 개선돼야한다.

이 때문에 '모바일 강국' 한국이 '모바일 기기의 두뇌'나 다름없는 임베디드 SW분야에선 대표상품 하나 없는 비참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두뇌'는 외산업체에 의존하고 '몸'만 만들고 있는 셈이다.

물론 임베디드SW 산업에 대한 교육과 자금 지원정책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특히 임베디드SW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제조업체들의 '생각'을 바꾸는 작업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누군가의 '인식'과 '생각'을 바꾸는 것만큼 어려운 일은 없다. 그러나 제조업체들이 최소한 임베디드SW를 하나의 제품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만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필요하다면 강제적인 방법이라도 동원해야 하는 것 아닐까?

이런 기반을 다진 이후에야 임베디드SW 산업이 영세성을 벗고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지원도 그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맺으면서 기자는 유홍준이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서문에 썼던 글을 다시금 떠올리게 됐다. 임베디드SW 산업 정책 입안자들과 관련 대기업들에게 그 글을 꼭 전해주고 싶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함정선기자 min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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