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인터넷음악서비스업체들이 SK텔레콤의 폐쇄형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정책에 대해 제소한 지 7개월만에 실질적인 조사를 시작해 주목된다.
4일 관련업계와 SK텔레콤에 따르면 공정위 서울사무소는 지난 28일 DRM에 관련된 기술적 내용과 업계현황에 대해 관련자의 의견을 청취했다.
그리고 곧 제소당한 SK텔레콤과 맥스MP3, 벅스, 위즈맥스 등 문제를 제기한 디지털뮤직포럼(DIMF) 회원사들을 불러 추가조사할 예정이다.
맥스MP3 등은 지난 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에 "SK텔레콤의 폐쇄적인 DRM정책 때문에 이용자들이 벅스, 맥스MP3 등 다른 사이트에서 정당한 금액을 주고 산 파일을 SK텔레콤용 휴대폰에서는 들을 수 없다"며 SK텔레콤을 공정거래법 위반혐의로 제소했다.
공정거래법 조항중 불공정거래(거래개시거절), 부당한 고객유인, 끼워팔기 등의 혐의가 크다는 것.
공정위는 올 해 3월 이 사건을 과천청사에서 서울사무소로 이관하고, 지난 28일 첫 조사를 진행했다.
맥스MP3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자사의 음악사이트 멜론만 SK텔레콤 휴대폰으로 들을 수 있게 해서 단시간에 50만 가입자를 모으는 등 시장의 거래질서를 해치고 있다"며 "DRM의 호환을 통해 사용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구입한 음악파일은 모든 기기에서 들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문화콘텐츠 기반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공정위에 SK텔레콤을 제소하기 전에 DRM에 대해 호환해 다른 사이트에서 구입한 음악도 들을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말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정책위원은 "소비자들이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다면 그 디지털파일을 시간과 공간에 관계없이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최근 디지털컨슈머그룹(digitalconsumer.org) 등 전세계 정보운동가들이 이야기하는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권리"라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문제제기가 다소 늦은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녹소연 등 소비자단체들은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을 지켜보면서, 소비자 차원에서 SK텔레콤을 상대로 소송을 추진할 방침이다.
디지털콘텐츠 유통과 관련 일부 업체의 폐쇄형DRM 정책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은 프랑스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지난 달 13일(현지시각) 프랑스 하원이 '아이튠스'에서 구입한 디지털 음악은 '아이팟'으로만 들을 수 있도록 한 애플컴퓨터의 폐쇄 DRM(디지털저작권관리) 정책이 잘못됐음을 지적하며 DRM해제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킨 것.
이에 따라 '아이튠스는 아이팟만 지원한다'는 폐쇄적인 DRM 전략으로 MP3플레이어와 온라인 음악 시장에서 모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애플에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정보통신부 역시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통해 저작권이 보호되는 콘텐츠를 이기종 단말기끼리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국산 디지털저작권관리(DRM) 연동기술인 '엑심'을 개발했다.
그리고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를 통해 '엑심'에 대한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잉카엔트웍스에 기술이전해 상용화도 추진중이다.
하지만 '엑심'에 대해 SK텔레콤과 KTF가 표준화를 반대하면서, 아직 TTA표준으로 정해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영호 ETRI 콘텐츠보호연구팀 박사는 "작년에 DRM과 워터마킹 과제를 합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엑심'의 경우 작년 말 기술개발이 끝나 TTA를 통해 표준화와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엑심을 소리바다, 벅스, 삼성전자, 아이리버, LG텔레콤 등은 수용키로 했지만, SK텔레콤과 KTF는 표준화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 박사는 또 "(몇몇기업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TTA에서 단체표준이 되더라도 기업들이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의무가 있지는 않다"며 "전세계 DRM 시장을 좌우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국제표준화를 반대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메이저 업체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통부가 통신소비자의 권익을 높이기 위해 아무리 MP3파일 호환을 보장하려 해도, 경쟁당국이 현행법 위반으로 처벌하거나 프랑스처럼 별도의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음악파일을 구입한 국민들의 불편은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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