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사내근로복지기금' 활용 자사주 의결권 살린다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고려아연이 지난해 설립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통한 자기주식 의결권 부활에 나섰다. 자사주 신탁계약을 통해 취득한 자사주의 우리사주조합 출연을 비롯해 최윤범 회장도 본인 소유 주식 일부를 내달 사내근로복지기금에 증여하기로 했다. 고려아연 주가가 공개매수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배임 논란도 해소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윤범 회장은 다음달 13일 본인 소유 고려아연 주식 3만8000주를 고려아연사내근로복지기금에 출연한다. 증여 규모가 299억8200만원으로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 대상에 해당돼 미리 공시한 것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란 기자]

고려아연사내근로복지기금은 지난해 10월28일 설립된 신생 법인이다. 기업이 경영 이익의 일부를 출연해 근로자의 생활 안정과 재산 형성 등 복지 증진 목적으로 근로복지기본법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해당 기금은 지난해 10월 최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간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설립됐다는 점에서 자사주를 활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됐다.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이나 증여는 자사주 처분의 제한에서 예외가 적용된다. 자본시장법은 빈번한 자사주 취득과 처분으로 인한 시장가격 왜곡을 예방하기 위해 자사주 취득(신탁계약 체결) 후 6개월 간 자사주 처분(취득)을 금하고 있다. 자사주 처분(신탁계약 해지) 후 3개월 간 자사주 취득(체결)을 금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근로복지기본법에 따른 우리사주조합에 처분하거나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 등에 대해서는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최 회장의 지분 증여 결정에 앞서 고려아연도 지난 6일 자사주 6324주를 주당 79만원에 우리사주조합에 출연했다.

다만 고려아연과 최 회장은 자사주의 우리사주조합 출연이나 사내근로복지기금 증여에 따른 배임 논란을 의식해 출연과 증여 시기를 조절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주당 83만원)보다 낮은 가격에 우리사주조합 출연과 사내근로복지기금 증여를 선택한 것이다.

다음달 최 회장 사내근로복지기금 증여가 완료될 이후에는 고려아연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20만9993주 가운데 일부를 추가로 출연하는 것도 예상된다. 해당 자사주는 지난해 8월 체결된 자사주 신탁계약에 의해 취득한 지분이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