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소진 기자] 올해 국내 클라우드 시장의 흐름은 '글로벌 빅테크의 공습'과 '토종 기업의 반격'으로 요약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첫 클라우드보안인증(CSAP)을 획득하며 국내 기업의 독무대였던 공공 시장의 빗장이 풀렸고, 네이버·KT·NHN클라우드 등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은 기술 자립과 글로벌 협력, 사업 다각화 등으로 위기 돌파에 나섰다. 민간에 이어 공공 영역까지 외산 클라우드의 손길이 뻗치면서 '토종 대 외산'간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 MS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으로부터 CSAP '하' 등급을 획득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클라우드도 내년 상반기 인증 획득이 예상된다. 이미 민간 시장의 80%를 장악한 글로벌 기업들이 공공 영역까지 진출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졌다.
정책 변화로 허물어진 공공 시장 장벽
정부는 올해 클라우드 시장 '개방'에 속도를 냈다. 그동안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출 기업에 '물리적 망 분리 원칙'을 고수해 왔다. 서비스 제공자는 공공 서버와 민간 서버를 물리적으로 다른 공간에 구축하고, 관리 인력을 별도로 배치해야 했다. 이런 엄격한 기준으로 인해 해외 클라우드 기업은 국내 공공시장 진입이 막혀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CSAP 등급제를 도입하고, '하' 등급의 경우 '논리적 망 분리'를 허용하면서 해외 기업의 시장 진출 길을 열었다. 논리적 망 분리는 물리적으로 별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않고, 소프트웨어적인 방법으로 네트워크를 분리하는 방식이다.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은 공개 데이터 시스템의 경우 물리적 망 분리 없이도 서비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정보통신전략위원회에서도 민간이 주도하는 클라우드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CSAP를 국내외 업계 간 경쟁과 협력 기반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국정원이 내년 초 발표할 새로운 다층보안체계(MLS) 기준은 시장의 또 다른 변수다. MLS는 데이터를 C(기밀)·S(민감)·O(공개) 등급으로 분류하고 등급별 차등화된 보안정책을 적용하는 새로운 망 정책이다.
CSAP를 획득한 기업은 O등급 시장 참여 시 일부 검증 항목을 대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기존 CSAP의 상·중·하 등급 구분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위기를 기회로…국내 3사의 차별화 승부수
위기 속에서 국내 3사는 각자의 활로를 모색했다. KT는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을 택했다. KT는 MS와 함께 내년 1분기 출시를 목표로 '시큐어 퍼블릭 클라우드'를 개발한다.
기술 지원 역할을 맡은 KT클라우드는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한다. 퍼블릭 클라우드뿐만 아니라 보안이 중요한 프라이빗 클라우드, 공공 특화 클라우드까지 다양한 형태의 클라우드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네이버클라우드는 '소버린 AI'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특정 국가나 기업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적 AI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한수원 생성형 AI 플랫폼 구축 사업을 수주하며 안정성과 경쟁력을 입증했다.
자체 개발 AI 모델을 탑재한 '뉴로클라우드 포 하이퍼클로바X'는 폐쇄된 사내망에서 최신 생성형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보안이 중요한 공공·금융 시장을 겨냥한 차별화 전략이다. 특히 미국이나 중국 AI 서비스를 사용하기 어려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시장도 적극 공략하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NHN클라우드는 과감한 사업 다각화로 승부수를 띄웠다. 주력이었던 공공사업에서 금융, 커머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내년 1분기 VM웨어 비용상승에 대응하는 '클라우드 스테이션'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광주 AI 데이터센터 영업권 확보를 통해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쌓은 보안 기술력을 바탕으로 금융권 클라우드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NHN클라우드는 금융과 커머스 분야에서 쌓은 그룹의 노하우를 클라우드 서비스와 결합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금융권과 공공기관의 까다로운 규제를 충족하며 기술력을 키워왔고, 현지화 서비스와 즉각적인 기술지원은 글로벌 기업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 시대에서 데이터 주권과 기술 자립은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정부부처와 산업계가 긴밀히 협력해 국내 클라우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윤소진 기자(soji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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