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진성 기자] 밸브의 글로벌 게임 플랫폼 스팀이 게임 구매와 관련해 '소유권'이 아닌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약관을 바꿨다. 게임 소유권 여부가 첨예한 이슈로 제기되는 가운데 스팀이 라이선스로 선회하면서 '소유권 논란'에 대한 이용자들의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게이머가 구매를 해서 게임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빌려 쓰는 개념의 라이선스의 경우 게임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적절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5일 스팀에 따르면 이용 약관에 '콘텐츠 및 서비스는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라이선스가 부여된다. 라이선스는 콘텐츠 및 서비스에 대한 소유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디지털 제품을 구매하면 해당 제품에 대한 라이선스를 부여한다'는 구체적인 문구도 포함됐다. 게임 구매가 '소유'가 아닌 '라이선스'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
◇ 유비소프트 '더 크루' 사태로 촉발…디지털 게임 소유권 논란 커져
최근 디지털 게임의 소유권 문제에 대한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과거 실물 패키지를 구매해 게임사의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이용할 수 있었던 것과는 달리, 디지털 게임의 경우 게임사의 의도에 따라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올해 초 유비소프트가 이용자의 계정에서 레이싱 게임 '더 크루'를 일방적으로 삭제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3월 유비소프트는 '더 크루'의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이용자의 모든 데이터는 물론 오프라인 플레이까지 삭제했다. 이용자 계정과 함께 스팀 홈페이지에서도 상품을 삭제해 '더 이상 구매할 수 없는 게임'으로 남긴 것이다. 당시 이용자들은 "고가에 게임을 구매했는데 일방적으로 싱글 플레이마저 박탈하는 것은 소비자 권익 침해"라고 반발했다.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지난 9월 24일 디지털 게임을 포함한 영화, 음악, 전자책 등 디지털 상품 전반에 '구매'라는 표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법안에 서명했다. 소유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주는 방식이라면 '구매'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사업자는 이용자가 게임에 대한 무제한의 소유권을 가지지 않음을 명시해야 한다. 재키 어윈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은 "이번 법안이 통과하며 디지털 미디어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자신이 구매한 것이 본인 소유라고 알리는 거짓되고 기만적인 광고가 사라지게 됐다"라고 말했다.
◇ 전문가 "업체 면책 조항될 수 있어…이용자 권리 보호는 더 취약"
이번 스팀의 약관 명시도 이 법안의 일환이지만 게임사에 면책 조항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유권'이 없음을 확실히 명시함으로써 이용자와의 분쟁에서 게임사나 플랫폼 사업자가 더 유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철우 게임이용자협회 회장(변호사)은 "이번 약관 변경으로 스팀은 디지털 게임의 소유권, 상속권에 대한 문제를 법적으로 피해갈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유권과 달리 라이선스 제공은 쉽게 말해 빌려 쓰는 개념이기에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따라 게임사의 서비스 종료 등 상황에서 이용자들이 게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스팀은 앞서 지난 5월에는 게임 내 스팀 개인 개정을 양도할 수 없고 상속자에게도 계정을 물려줄 수 없다고 밝히면서 반발을 샀다. 이 변호사는 "자유롭게 양도 가능한 소유권이라는 개념일 때 이용자에게 더 강하게 이를 보장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온다"며 "이를 라이선스 개념으로 명확히 명시할 시에는 향후 어떠한 방식으로든 이용자에게 불리한 측면이 새롭게 발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진성 기자(js421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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