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지진과 화산 등 지질재해는 예측이 어렵고 그 피해는 예상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인류의 삶과 활동에 직접적 영향을 가져다주는 대표적 지질 현상이다.
우리나라는 2016년 경주지진을 시작으로 중규모(리히터규모 4 이상)의 지진이 여러 차례 발생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지진으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여기에 한반도에 있는 백두산과 제주도, 울릉도는 잠재적 분화 가능성이 있는 홀로세 화산으로 평가되고 있어 국민의 우려가 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이평구, KIGAM) 활성지구조연구센터는 지난 5년(2020~2024년) 동안 한반도 제4기 단층운동과 화산활동에 대한 다학제적 조사를 수행한 연구 결과를 지질과학분야 국제학술지 지오사이언스 저널(Geosciences Journal) 특별호(10월호)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던 한반도 판내부 지역의 단층운동과 화산활동의 예측, 위험성 평가 기술 개발에 있어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질재해에 선제적으로 대비·대응하기 위한 판내부 활성지구조(현재 지구조(tectonic) 환경에서 지구 표면에 만들어지는 힘과 그에 의한 결과물인 지각변형을 연구하는 분야) 특성을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유라시아판의 동편 가장자리에 있는 한반도는 유라시아판-태평양판 경계부로부터 500km 이상 떨어져 있다. 지구조환경상 판내부에 해당한다.
이러한 한반도의 판내부의 활성지구조 특성은 판과 판이 충돌하는 섭입대(일본, 미국, 인도네시아, 남미 등)와 달리 지각변형의 속도가 느려 단층운동과 화산활동의 주기가 길고 일정하지 않은 특징이 있다.
결국 판 내부의 지진과 화산 활동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판 내부의 특성에 적합한 새로운 연구 방법이 필요하다.
이번 특별호에서는 제4기 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단층운동과 지진지표파열, 단층운동에 따른 다양한 변형 양상, 이를 탐지하고 분석하기 위한 최신 방법론 등 10편의 연구논문이 발간됐다.
지질재해연구본부 최진혁 본부장과 김태형 박사는 판내부 지진환경에서 지진재해 평가를 위한 핵심요소인 단층모델 평가기술을 제시했다. 이를 실제로 양산단층에 적용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동안 단층모델 평가기술은 판경계부 대상으로는 계속 연구가 진행됐는데 판내부는 개발된 바 없었다.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연구팀은 양산단층 전 구간의 지질, 지형, 지진 자료를 종합한 한국형 단층모델을 제시함으로써 국내 판내부 단층 연구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호에는 한반도 홀로세 화산들의 화산활동과 화산구조, 마그마와 화산가스의 기원, 마그마배관시스템, 지구조 환경에 대한 7편의 연구논문도 발간됐다.
화산연구단의 권창우 화산연구단장과 고선영 박사는 약 1만7000년 전에 화산분화로 형성된 화산체인 ‘제주도 수월봉 화산의 마그마배관시스템’의 특성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수월봉 화산 마그마에서 생긴 화산유리(Volcanic glass)의 미세조직 관찰과 화산유리의 특성 분석을 바탕으로 화산체 하부의 마그마배관시스템을 복원했다.
마그마가 급격하게 냉각돼 만들어진 비정질 덩어리인 화산유리의 미세구조를 이용한 이번 연구는 세계 화산학계에서 주목받는 새로운 연구 기법으로, 국내 화산 연구의 우수성뿐 아니라 국제적 경쟁력 또한 갖췄음을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최진혁 지질재해연구본부장은 “이번 특집호의 발간은 그동안 연구가 부족했던 한반도의 단층운동과 화산활동을 최신 기법과 다학제적 연구를 융합·적용해 연구 결과를 도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단층·화산 분야의 꾸준한 기술개발과 국내외 연구협력으로 한반도 지질재해에 대비·대응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연구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활성지구조연구센터와 화산연구단은 한반도 중대형 지진과 화산에 대한 다학제 연구의 일환으로 판내부 활성단층과 활화산 연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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