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시은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의 항소심에서 SK텔레콤(SKT)이 화제에 올랐다. SK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이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도움으로 진출했다는 판결이 나오면서다. 하지만 실제 SKT 탄생사를 살펴보면 오히려 '특혜 시비'에 휘말려 역차별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을 뒤집고 SK주식이라는 기업 가치를 재산분할 대상으로 봤다. 재판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종현 전 SK 선대회장의 보호막이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며 결과적으로 (SK그룹의) 성공적 경영 활동에 무형적 도움을 줬다고 판단한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기보단 막강한 권위를 누리던 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추상적으로 높게 친 판결이다. 이에따라 핵심 근거로 거론된 제2이동통신사업에 대해서는 재판부가 편향된 일방의 관점만을 반영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노태우 정부 시기인 1992년 선경그룹(현 SK그룹)이 사업권을 따낸 것은 사실이나, 특혜 시비가 붙으면서 자진 반납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일찍이 최 선대회장은 정보통신 분야를 미래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1984년 미주경영기획실 내 텔레커뮤니케이션팀을 신설했다. 이후 1992년 체신부(정보통신부)는 제2이동통신사업 허가 신청 게시를 공표하자 선경그룹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다만 노 전 대통령과의 사돈 관계로 사업 선정 사전부터 특혜 시비가 붙으면서, 심사 기관인 체신부는 이와 관련해 통신망 건설계획 등 36개 항목과 심사 점수표를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당시 선경그룹은 1만점 만점에 8127점을 획득하며 압도적인 1위로 사업권을 얻었다.
하지만 대통령의 사돈 기업이라는 위치는 특혜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했고, 여론이 악화하자 선경그룹은 선정 일주일 만에 사업권을 반납했다. 당시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국내외 회사들은 거세게 반발했으나, 이와 관련한 손실은 오롯이 선경그룹이 감당해야 했다. 추후 노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이 선경그룹 사장에 "통신 사업권을 자진 포기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내 압박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아울러 항소심 재판부는 이동통신사업에 통신기기를 제조하던 삼성 등 4대 그룹의 참여를 제한한 점도 노태우 '후광'의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당시 체신부는 이동통신업의 서비스와 제조의 수직적 통합을 줄여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관련 법안인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당시 만장일치로 통과된 바 있다.
결국 선경그룹이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한 것은 1994년이었다. 선경 측은 특혜 논란을 완전히 피하고자, 김영삼 정부 시기 재추진됐던 이동통신 허가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공개입찰을 통해 공기업 한국이동통신의 주식 23%를 매입했다. 당시 총인수 규모는 주당 33만5000원인 4271억원으로 기존 시세의 4배에 달했다.
최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는 "특혜를 받은 것이 아니라 정당한 방식으로 이동통신 사업에 진출했다"며 "SK텔레콤의 노력과 성과가 폄훼되는 것이 안타깝다"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SK그룹은 이와 관련 명확한 사실을 규명해 명예 회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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