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경영계가 하청근로자 보호 실효성 높이려면 도급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급 정의, 원청 관리범위 등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도급 시 산업안전 규제방식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에 보고서에 이같은 내용을 담았다고 21일 밝혔다.
경총은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을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시행된 지 수년이 지났고, 중대재해처벌법까지 제정됐으나 하청근로자 사망재해 문제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도급사업장 안전관리의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최근까지 하청근로자 사망자 발생비율은 전체의 약 40% 수준을 유지하고, 중대재해법 적용 사업장의 하청근로자 사망 비중은 절반을 상회하고 있다.
경총은 우선 현행 산안법의 도급정의 규정에 따라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없거나 낮은 용역·위탁업무(설계·컴퓨터프로그래밍 등 사무업무, 청소·경비·조경 등 서비스업무) 등도 원청의 관리대상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현장 안전관리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도급의 정의(산안법 제2조 제6호)를 타인에게 맡긴 모든 계약에서 '도급인의 사업목적 달성에 있어 본질적이고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사업의 일부를 타인에게 맡긴 계약'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법률상 정의와 고용부 지침만으로는 현장에서 건설공사발주자 해당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도급인과 발주자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구체적 판단기준을 법률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청 관리범위 현실화 방안도 거론됐다. 실제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사망위험과 관계없이 하청근로자가 작업하는 모든 장소에 대해 안전·보건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원청의 전문인력이 비위험장소 관리에 투입되는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총은 도급사업장 안전관리가 효율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원청의 관리범위를 하청근로자가 작업하는 유해·위험한 장소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도급자체를 금지(제58조)하거나, 특정 화학물질 취급작업 도급 시 정부의 사전승인(제59조)을 거치도록 강제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부처간 유사한 제도(고용부 도급승인, 환경부 도급신고)로 인해 동일한 화학물질 취급 시 산안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에 따라 각각 신고·승인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며, 산재예방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도급금지와 중복규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도급승인 제도의 폐지를 정부가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경총은 현행 산안법은 원·하청 간의 역할 고려 없이 하청사업주가 해야 할 안전·보건조치(하청 소유 시설·장비에 대한 조치도 원청 책임)까지 원청이 대신 준수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등 제도가 매우 불합리하게 설정돼 있다고 말했다. 안전·보건조치는 해당 시설·장비의 소유자(원청 또는 하청)가 이행하도록 의무주체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은 "우리나라의 도급 시 산업안전규제는 선진국과 달리 원청의 관리대상을 매우 폭넓게 규정하고, 하청이 준수해야 할 안전보건조치까지 원청이 책임지도록 했다"며 "현재까지는 뚜렷한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며 도급규제 정책의 획기적인 변화 모색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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