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지용,이수현 수습 기자] 한동안 부진했던 경차 판매량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전기자동차 시장에서도 경차가 새로운 돌풍을 일으킬지 이목이 쏠린다.
18일 국토교통부 통계를 활용하는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경차 등록 대수는 총 1만278대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9% 증가했다. 경차 등록 대수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은 지난 2월 이후 6개월 만이다.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경차는 기아 레이, 현대차 캐스퍼, 기아 모닝 순이다. 레이의 지난달 등록 대수는 3797대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30.0% 늘어 전체 차종 순위에서 6위를 기록했다. 올 1~8월 누적 판매량은 3만4003대에 달한다.
특히 기아의 레이는 최근 전동화 모델이 출시되면서 전기차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근 정부 보조금도 확정됐다. 지난 8일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공지된 내용을 보면, 레이EV 국비 보조금은 512만원이다. 국비는 전기차 성능과 가격 등을 따져 최대 68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지자체마다 일정한 한도를 둬 국비에 매칭시켜 지방비 보조금을 준다. 레이 전기차는 국비 한도의 75% 정도를 받아 지방 보조금 역시 최대치의 75% 정도만 받는다.
지방비를 더한 보조금은 서울의 경우 647만원, 대구나 인천에서는 775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보조금 규모가 큰 전라남도 광양에서는 1152만원까지 가능하다. 레이 전기차 가격은 4인승 승용은 기본형(라이트) 2775만원, 고가형(에어)은 2955만원이다. 옵션을 추가하면 가격이 3000만원대 초반까지 올라간다.
서울에서 기본형에 옵션을 최소화하면 2128만원, 대구나 인천은 2000만원 정도에 구매할 수 있다. 지원 규모가 큰 전남 광양에 거주하는 운전자는 1623만원에 살 수 있다. 예상보다 구매 부담이 적어 일선 영업 현장에서는 예비 구매자의 문의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레이EV가 이와 같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갖출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에서 제조한 이원계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했기 때문이다. 중국 1위 배터리 제조사 CATL의 제품을 탑재한다. 35.2킬로와트시(kWh) 배터리를 탑재하고, 배터리 전방 언더커버 적용으로 공기역학 성능을 개선해 1회 충전 때 복합 205km와 도심 233km의 주행거리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배터리사와 협력해 전기차를 생산해 왔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이번 선택은 '저렴한 가격이 큰 무기인 엔트리급 모델에는 상대적으로 값싼 중국산 LFP 배터리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에 힘이 실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배터리사는 아직 전기차용 LFP 배터리의 양산에 성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레이는 컴팩트한 차체 사이즈와 넓고 높은 실내 공간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지난 7일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신의 레이 차량 사진을 올리며 "주방에서 만든 반찬을 배달하느라 레이를 탈 때마다 감탄에 감탄을 한다"며 "골목길이 비좁고 주차도 아주 어려운 동네를 다녀도 걱정이 없고, 실내가 워낙 넓고 천장이 높아 아주 쾌적하고 짐이 한없이 들어간다"고 극찬했다.
박 전 회장은 "뒷문 중 하나는 슬라이딩 도어라 좁은 골목서 차에 타고 내리는 데 문제가 없고, 앞문까지 열면 차 한쪽이 완전히 개방되어서 무슨 물건이든 쉽게 드나들 수 있다"며 "전자장치나 편의 장치들도 꼭 필요한 것은 다 있고, 꼭 필요하지 않은 것들만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레이를 세 대째 사서 운행 중"이라며 "불법이지만 할 수 없이 이 차에 아홉 명이 타고 산비탈을 오른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레이가 전기차 시장에서도 흥행을 이어 나갈지 여부는 중국산 저가형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것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심리적 거부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차도 가성비 모델부터 고급형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야 선택받게 될 것"이라며 "저가형 전기차를 찾고 있었던 소비자들에게 레이EV가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지만, 중국산 LFP 배터리 탑재가 판매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산 저가형 배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감이 적을 것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배터리는 충전 속도와 주행거리만 보장하면 되는 장비이고 차량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제조사에서 책임을 질 것"이라며 "가격이 전기차의 가장 큰 경쟁력이 되고 있는 만큼 배터리의 국적은 소비자의 선택과 큰 연관이 없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현재 국내 배터리 업계의 공급량은 수요에 비해 부족한 반면 중국 업체는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량을 늘려 완성차 업체에 접근하고 있다"며 "충전 인프라가 더 확충돼 주행거리 관련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중국산 LEP 배터리가 지금보다 더 각광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강지용 기자(jyk80@inews24.com),이수현 수습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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