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기자수첩] 이재명, '선택적 당당함'에서 벗어나라


檢 앞에선 '당당', 당내 문제엔 '침묵'…감동의 자리 돌아봐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촉구 촛불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 철회 촉구 촛불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비틀어진 세상을 바로 펴는 것이 이번 생에 저의 소명이라 믿습니다. 어떤 고난에도 굽힘없이 소명을 다할 것입니다. 기꺼이 시지프스가 될 것입니다."

지난 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검찰 조사에 출두하기 전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자신을 '시지프스(신들을 기만한 죄로 무한한 형벌을 받은 자)'라고 자칭하며 검찰의 압제에 당당하게 맞서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연설을 눈앞에서 지켜본 지지자들은 "맞습니다", "이재명 파이팅", "아빠 사랑해요"를 외치며 이 대표가 보인 자신감에 한껏 고무된 모습이었다.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 자신을 겹겹이 둘러싼 사법리스크 앞에서 이 대표는 언제나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그의 당당함은 지난 6월 국회 본회의장 연설에서 '국회의원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돌발선언으로 정점을 찍었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이 대표가 출석하기 전날 당무 관련 회의에 참석했는데 자신의 검찰 조사를 두고 웃으며 여유로운 태도로 일관했다"며 "그 모습을 보면서 섬뜩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저래서 대선주자가 되는가 싶더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당당함은 유독 당내 민감한 문제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자신이 임명한 김은경 혁신위가 '노인 발언 논란', '대의원제 폐지 발표' 등으로 당을 흔들어놓았을 때 별다른 입장 없이 침묵했으며, 아직까지 당내 갈등의 뇌관으로 남아있는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김남국 의원 징계'와 관련해서도 말을 아끼고 있다. 심지어는 최근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날아오면 부결시키겠다'며 자신의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발언을 내놓는데도 일언반구조차 없다. 자신이 유리하거나 돋보이는 상황에서만 당당하고 불리하거나 불편한 상황에서는 침묵하는 '선택적 당당함'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기자수첩
기자수첩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율배반적이고 일반적인 정치인들은 더더욱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현 대통령과 0.73%차이로 호각을 다퉜고, 아직도 야권 제1 대권주자로 이름을 올리는 이재명이라면 그래선 안 된다. 사람들은 누구나 리더가 되려는 자에게 '특별한 서사'를 통한 감동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얼마 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김 전 대통령의 '인동초 정신'을 존경한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전 대통령의 인동초 정신은 26년간 군사정권의 위협 앞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고, 대통령 취임 후 역사를 위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사면했던 그 '특별한 서사'에 있었다. 이 대표의 선택적 당당함에 감동의 자리가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이 대표는 김 전 대통령의 '인동초 정신'이 뭔지 다시 한번 곱씹어야 할 것이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기자수첩] 이재명, '선택적 당당함'에서 벗어나라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