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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줘, 삼성"…이재용에 러브콜 손정의, ARM 美 상장 '흥행' 성공할까 [유미의 시선들]


日서 흘러나온 ARM 지분 투자 후보 기업…가치 고평가·지분 인수 이점 두고 '시큰둥'

불안정한 국내외 정세 속에 빠르게 변화하는 주요 기업들과 총수들의 움직임을 [유미의 시선들]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각 기업의 전략 방향을 비롯해 트렌드 이슈, 알려지지 않았던 재계 후일담까지 독자들이 궁금해 할 만한 소재들로 알차게 채워가겠습니다. [편집자 주]

지난해 10월 4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을 방문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0월 4일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을 방문했다. [사진=뉴시스]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자회사이자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인 ARM이 삼성전자, 애플, 인텔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을 등에 업고 미국 상장 흥행에 성공할 지 주목된다. 설계 자산을 기반으로 업계에서 그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탓에 각국 규제 당국의 반대 여파로 손 회장이 엔비디아에 매각을 하려다 실패했지만, 이번 상장을 통해 재기를 노리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은 지난 8일 소프트뱅크가 ARM의 기업공개(IPO)를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준비 신청 서류를 올해 4월쯤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또 이달 내로 IPO 정식 절차를 밟겠다는 신청서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장 시 ARM의 시가총액은 600억 달러(약 79조원)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80억~100억 달러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RM은 상장과 동시에 애플, 삼성전자, 엔비디아, 인텔 등에 일정 지분을 배정해 중장기 주주로 영입할 계획이다. 또 클라우드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아마존도 여기에 참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정의, ARM 매각 불발 후 IPO로 선회…삼성·애플 언급은 희망사항?

손 회장이 ARM 미국 상장 추진에 나선 것은 자신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가 연이은 투자 실패로 자금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ARM은 지난 2016년 손 회장이 소프트뱅크와 자회사 비전펀드를 통해 320억 달러(약 38조원)에 인수했다. 지분율은 소프트뱅크그룹이 75%,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25%다.

그러나 계속된 저조한 투자 실적 여파로 손 회장은 ARM을 시장에 다시 내놨다. 실제로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지난해에만 약 60조원의 손실을 냈다. 이에 소프트뱅크는 ARM 매각으로 이를 만회하고자 했지만 실패했다. 앞서 엔비디아가 2020년 9월 400억 달러(약 56조원)에 ARM을 단독 인수하려고 했지만, 지난해 2월 초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의 규제 당국의 저항으로 무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ARM이 차지하는 독점적 지위 때문에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하지 못했다"며 "엔비디아가 ARM을 인수할 경우 기존에 받던 로열티를 크게 올리거나, 엔비디아의 경쟁사에는 ARM 설계도를 제공하지 않는 등의 독과점 행위가 발생할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설계를 하는 기업들에 설계도(IP)를 판매하며 수익을 얻는 ARM을 한 기업이 독점하면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며 "ARM이 반도체 생태계에서 갖고 있는 독특한 입지를 고려하면 전 세계 규제 당국의 승인을 끌어내기 위해선 지분 공동 인수를 추진하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엔비디아가 2020년 9월 400억 달러(약 56조원)에 ARM을 단독 인수하려고 했지만, 지난해 2월 초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의 규제 당국의 저항으로 무산됐다. [사진=엔비디아 트위터]
엔비디아가 2020년 9월 400억 달러(약 56조원)에 ARM을 단독 인수하려고 했지만, 지난해 2월 초 미국, 영국, 유럽연합(EU)의 규제 당국의 저항으로 무산됐다. [사진=엔비디아 트위터]

엔비디아로의 매각 무산 이후 상장을 통한 투자금 회수로 방향을 튼 손 회장은 유명 투자자들이 지분을 인수하는 것이 흥행의 필수 요건이라고 보고 주요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며 설득 작업에 나섰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서울에서 삼성전자, SK 등과 접촉하며 직접 투자 요청에 나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손 회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만났다.

업계 관계자는 "ARM 지분을 애플, 인텔, 삼성전자 등이 매수한다면 ARM의 기업가치도 커지게 된다"며 "일본 닛케이 측에서 소프트뱅크의 희망 사항을 담아 주요 기업들이 마치 투자에 적극 나설 것처럼 얘기를 했지만, 정작 거론되고 있는 기업들은 ARM 지분 인수에 크게 관심을 두는 것 같진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ARM 지분 인수 이점 '글쎄'…흥행 노린 소프트뱅크, '희망사항'에 그칠까

ARM은 반도체 설계 자산(IP)을 팹리스나 종합반도체기업(IDM) 등에 팔아 로열티를 받는 수익 구조를 갖고 있다. 반도체 기업은 ARM이 그린 중앙처리장치(CPU),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기본 설계도를 받아 각자의 칩을 설계한다. 삼성전자,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이 ARM의 IP를 활용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ARM은 상세한 실적이 공개되지 않지만 지난 2021년 회계연도 매출은 27억 달러(3조5천600억원)로 집계됐다. 이 중 로열티 매출은 15억4천만 달러(약 1조9천800억원)로 집계됐다.

소프트뱅크는 이번 IPO를 통해 비전펀드가 보유한 ARM 지분 가운데 10~15%를 매각할 예정으로, 현재 공모가 책정 등을 위해 투자자 수요를 살펴보고 있다.

ARM 말리 G78 코어텍스 [사진=ARM]
ARM 말리 G78 코어텍스 [사진=ARM]

하지만 업계는 ARM이 상장에 흥행할 수 있을지를 두고 갸우뚱 거리고 있다. ARM은 올해 하반기 전 세계 IPO 최대어로 꼽히지만, 각 기업들이 지분을 산다고 해서 ARM이 IP 수수료를 깎아주는 것도 아닐 뿐더러 지분을 안 산다고 수수료를 비싸게 받는 것도 아니란 점에서다.

ARM의 몸값이 너무 높다는 점도 부담 요소로 꼽힌다. 엔비디아 인수 때 기업 가치는 400억 달러(52조8천억원)로 치솟았고 최근에는 가치가 600억 달러(약 79조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됐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 시 삼성전자가 지분 2%를 살 경우 1조5천800억원을 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ARM의 기업 가치가 2016년 손 회장이 인수할 때에 비해 2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기술 기반 프로세서 시장에서 점유율 9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매물이긴 하지만, '독과점' 문제가 있어 현재 평가되고 있는 것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RISC-V'로 반기 든 반도체 기업들…대항마 등장에 ARM 매력 '뚝'

여기에 최근 ARM을 견제하기 위해 경쟁사들이 협력에 나서고 있는 것도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지목된다. 스마트폰부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사용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ARM 종속' 우려가 커지자, 인텔, 퀄컴, 삼성전자 등이 오픈 소스 기반인 '리스크파이브(RISC-V)'에 잇따라 투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반도체 설계의 전설'로 불리는 짐 켈러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텐스토렌트가 가장 대표적 사례다. 이곳은 RISC-V 기반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는데, 최근 삼성전자, 현대차·기아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LG전자와도 AI 반도체 협력을 발표하기도 했다.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
짐 켈러 텐스토렌트 최고경영자(CEO) [사진=뉴시스]

이 외에 퀄컴, NXP, 보쉬, 인피니언, 노르딕 세미컨턱터 등 5개 반도체 업체는 지난 4일 RISC-V 기반의 반도체 회사에 공동 투자를 한다고 발표했다. 독일에 세워지는 이 회사는 RISC-V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의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특정 제품이 아니라 산업계에서 널리 쓸 수 있는 레퍼런스 아키텍처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둔다. 초기에는 자동차 분야로 시작해 모바일 및 사물인터넷(IoT)로 분야를 확장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인텔, 엔비디아, 퀄컴 등이 참여하는 RISC-V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 '라이즈(RISE)'도 지난 5월 말 발족했다. 오픈소스는 무료여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표준화가 어렵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 업체가 모여 소프트웨어 표준화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RM은 최대 고객 가운데 하나인 퀄컴과 소송전을 벌이는 등 라이선스 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는 중"이라며 "ARM이 향후 라이선스 정책을 폐쇄적으로 변경할 것이라는 관측 속에 ARM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RISC-V를 대항마로 키울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에서 ARM이 삼성전자, 애플, 인텔 등 주요 기업들이 거금을 들여 지분을 인수하는 것에 크게 매력적인 매물일 지는 의문"이라며 "손 회장이 ARM 상장 흥행을 위해 시장에서 언급되고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대 이상의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관련 업체들이 지분 인수 참여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진 않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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