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무역업계와 자동차,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무역협회는 23일 전날 삼성동 트레이드 타워에서 정만기 부회장 주재로 '제2차 수출 확대를 위한 산업계 릴레이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의는 수출 기업의 현장 애로 파악을 위해 마련되었으며, 원스톱 수출·수주지원단 나성화 부단장, 수소융합얼라이언스 권낙현 센터장, 현대자동차, 르노코리아자동차, SK온, 포엔 등 전기차 및 배터리 관련 기업 관계자 7명이 참석했다.
정만기 무협 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출 부진으로 무역 적자가 심화되는 등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반도체 등 IT 경기 부진에 따라 한국,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의 수출은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나 자동차, 선박 등에서 선전한 우리나라는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올해 자동차 수출액 중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었고, 기존의 북미‧유럽 시장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인도 등 신흥국 시장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지난해 4.7%에 불과한 한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도록 우리 기업의 적극적 기술 개발과 투자를 지원하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연구개발(R&D) 투자 세액 공제와 더불어 시설 투자 및 생산에 대해서도 경쟁국과 최소한 동일한 수준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탄소 중립 관련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에서 수소 산업의 해외 진출은 불가피하며,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내 수소 산업 여건을 개선하고 인프라를 확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근제 현대자동차 수소연료전지사업전략팀장은 "세계 각국이 에너지 안보와 탄소 중립 이슈와 관련하여 국가 차원의 수소 산업 육성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수소 산업은 향후 크게 성장할 전망"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사 수소 연료 전지 기술에 대해 다수의 협력 제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자동차용 연료 전지 관련 기술은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되어 있어 좋은 점도 있으나 수출의 경우 건별로 산업기술보호위원회의 허가를 일일이 받아야 해 사업 지연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별 허가를 사후 신고로 대체하고, 국가 전략 기술이 광범위하게 정의되어 범용 기술 수출마저 허가를 받아야 하는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 전략 기술을 우리의 핵심 독점 기술로 한정해야 할 것"이라며 "일정 기간 후 기술 확산으로 독점 기술이 범용 기술로 변화되는 점을 감안하여 주기적으로 국가 전략 기술의 범위를 조정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행법상 수소차 관련 제품의 경우 최종 완성품 단계는 물론 실증 단계의 시제품이나 제조 시설마저 일일이 검사와 허가를 받도록 해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고 기술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며 "이러한 이유로 인해 해외에서의 실증이 불가피해지는 만큼 실증 단계의 시제품이나 제조 시설에 대한 검사는 면제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권낙현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수소차 관련 해외 협력 시 대부분 국가는 차량 제공은 물론 수소 생산과 충전 시설 건설 등 주변 인프라 건설을 포함한 패키지 협력을 희망한다"며 "수소 시장 개척 단계인 현재의 상황을 감안해, 해외 진출의 수익성을 어느 정도 보장하기 위해 정부는 관련 기업을 하나로 묶어 해외에 동반 진출하는 방법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동현 SK온 팀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의 핵심원자재법(CRMA), 한시적 위기 및 전환 프레임워크(TCTF) 등 강력한 지원 정책을 통해 미국과 유럽은 배터리 역내 생산 확대를 촉진해가고 있다"며 "IRA의 경우 매년 수천억 원 이상을 공제받을 수 있고, TCTF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투자액 대비 현금성 보조는 20~30%, 세제 지원을 포함하면 최대 70% 이상의 지원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국내에선 경쟁국 대비 지원 규모가 미흡하여 국내에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여 국내 완성차 업체에 공급한다 해도 이를 부착한 전기차는 해외 시장에서의 원가 경쟁력 확보가 쉽지 않게 될 것"이라며 "외국과 동등한 수준의 생산, 시설 투자, 연구 개발에 대한 세제 지원 등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지방 투자 촉진 보조금의 경우 기업 당 최대 지원 한도가 국비 100억원으로 제한되어 있어 아쉬운 점이 있다"며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 세액 공제가 최근 대폭 확대되는 등 최근 정부의 지원이 확대되고 있기는 하나, 경쟁 국가와 비슷한 수준의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호 르노코리아 상무는 "자사는 국내 전기차공장 투자를 추진하고 있고 공장 완공 시 제품 중 70%는 수출할 계획"이라며 "수출을 위해 FTA 원산지 규정 준수와 배터리 국내 조달이 필요하나 국내 배터리 생산 부족으로 배터리 국내 조달이 쉽지 않아 투자 결정에 불리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배터리 공장의 국내 증설 여건 개선은 물론, 특히 GM과 르노코리아의 배터리 국내 조달 문제 해결을 위해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계 간 협의 채널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는 "자동차 전용 선복 부족으로 컨테이너선 활용 수출 시, 위험물 검사를 위한 수수료 부담이 크다"며 수출 경쟁력 향상을 위한 수수료 경감을 건의했다.
나승호 포엔 이사는 "재제조(Remanufacturing) 중고배터리를 활용하면 새 배터리를 사용할 때보다 비용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나 중고 배터리의 경우 위험 물질로 분류되어 있고 수출 관련 제도가 미비하여 해외 진출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했다.
원스톱수출수주지원단 나성화 부단장은 "오늘 제기된 애로와 건의들을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해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무협은 이날 회의에서 제기된 애로에 대한 구체적 정책 대안을 마련해 산업부, 해수부 등 관계 부처에 건의할 계획이다.
또 한국무역협회는 현장의 애로와 규제 사항을 청취하고 수출 지원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자 '수출 확대를 위한 산업계 릴레이 간담회'를 연속으로 개최하고 있다. 기 개최된 ▲AI‧IT 업종(6월 15일), ▲미래 자동차(6월 22일) 간담회에 이어 ▲첨단 신산업(6월 28일) ▲콘텐츠(7월 5일) ▲바이오(7월 12일) 업종 간담회를 향후 개최할 예정이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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