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최근 유럽연합(EU)이 폐배터리 재활용 의무화하는 배터리법을 승인하면서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도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관련 시장 선점을 위해 지분투자와 합작법인 설립 등 본격적인 사업화에 나서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의회는 최근 배터리의 생산, 폐기 등의 규정을 담은 '지속가능한 배터리법(이하 배터리법)'을 승인했다. EU의 배터리법은 배터리 전 주기에 걸친 지속가능성과 순환성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오는 2031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업계는 배터리 핵심 원자재의 재활용 의무화를 주목하고 있다. 수명이 다한 배터리에서 현재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니켈, 리튬, 코발트 등의 핵심 원자재를 추출해 재활용하게 되면 소재 확보의 안정성과 제조 원가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핵심 원자재가 배터리에서 차지하는 비용이 큰 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은 올해 7천억원 규모에서 2025년 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2030년에는 12조원, 2050년에는 600조원 수준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이 가속화하면서 수명이 다한 전기차에서 쏟아지는 폐배터리도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전기차 폐차 대수는 2025년 56만 대에서 2040년 4천227만 대로 75배 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LG화학과 북미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라이사이클(Li-Cycle)'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고, 배터리 핵심 소재인 황산니켈을 10년 동안 공급받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중국의 코발트 생산 기업인 화유코발트와 폐배터리 합작 법인을 설립해 폐배터리에서 니켈, 코발트 등을 추출하고 있다.
이 밖에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전기차용 충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스템을 오창공장에 설치했다. 해당 시스템을 충분히 테스트해 수명이 남은 폐배터리 재사용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검토한다.
삼성SDI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2020년 천안·울산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 순환 체계를 구축했다.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스크랩을 재활용 전문 업체가 수거한 뒤 공정을 거쳐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같은 광물 원자재를 추출하는 형태다.
회수된 광물 원자재는 배터리 소재 파트너사로 전달돼 삼성SDI에 공급되는 원부자재 제조 공정에 재투입된다. 헝가리, 말레이시아 등의 해외 거점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협력을 통해 원자재 재활용을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SDI는 국내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성일하이텍의 지분 8.79%도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는 배터리 불량품이나 폐기물을 성일하이텍에 공급하고 성일하이텍이 원료를 추출해 다시 삼성SDI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
SK온은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신성장동력으로 BMR(Battery Metal Recycle)을 선정하고, 최초 개발한 수산화리튬 추출 기술을 앞세워 폐배터리에서 고순도 광물 추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12월 성일하이텍과 폐배터리에 포함된 양극재 금속인 리튬∙니켈∙코발트 등을 회수하는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SK이노베이션이 개발한 수산화리튬 회수기술과 성일하이텍이 보유한 니켈·코발트·망간 회수기술을 결합한 국내 합작법인을 연내 설립하고 2025년 상업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김희영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산업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들은 배터리 원재료 채굴, 제련 비용 절감을 위해 일찌감치 배터리 재활용 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우리나라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은 여전히 초기 단계"라며 "폐배터리 기준부터 확실히 정하고, 제대로 된 배터리 회수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폐배터리 산업 육성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터리 재활용 산업 육성은 우리나라 배터리 공급망 선순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우리나라가 주력하고 있는 니켈·코발트·망간 등 삼원계 배터리는 제조원가가 높아 재활용 시 경제적 이점도 높고, 배터리의 순환형 생태계를 구축해 세계적인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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