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성화 기자]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가 겁이 납니다.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이 실감이 날 정도에요."
전기료와 가스비는 물론 오르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급등하는 물가가 가계를 압박하고 있다. 서민들의 선택지는 넓지 않다. 배달음식과 외식 대신 '홈쿡' 또는 '밀키트'를 통해 집에서 조금이라도 아껴 먹으려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런 시대에 주목받는 제품이 밀키트 등 가정에서 쉽고 값싸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다. 프레시지의 1분기 '소고기 샤브샤브' 판매량은 약 13만개로 전년 동기 대비 30% 증가했다. 또 '우삼겹 순두부찌개'의 판매량은 같은 기간 14만개에서 16만개로 9% 가량 늘었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조리에서 편리함을 인정받은 밀키트가 스테이크 등의 특별식에서 국,탕,찌개 같은 일상식 제품으로까지 수요가 확대됐다"며 "기존에는 주문자상표 기업간 거래(B2B) 매출 비중이 더 높았으나, 홈쇼핑 채널 성장과 온라인 채널에서의 판매가 늘어나며 현재는 소비자향 거래(B2C) 비중이 늘어나면서 균형을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밀키트를 찾던 트렌드가 고물가 영향에 더욱 탄력을 받는 모습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1% 올랐고, 이는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어 올해 1분기에도 4%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다 보니 프레시지의 2022년 판매량 상위 10개 제품 중 6개 제품은 '햄가득 부대전골', '서울식 불고기 전골', '고깃집 된장찌개'와 같은 일상식 메뉴들이 많았다.
또 밀키트 주요 소비층도 젊은 20세대 중심에서 소비력을 가지고 있는 30-40세대로 확장되고 있다. 2022년 프레시지 판매 데이터에 따르면 밀키트 구매 연령대별 비율은 35-44세(29.2%), 25-34세(27.9%), 45-54세(20.2%)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35-44세 비율은 21.5%였던 2021년도와 비교해 약 8%p 높아졌다.
이는 밀키트를 통해 저렴하면서도 간편하게 집에서 한 끼를 해결하려는 트렌드와 함께 집에서 직접 요리를 해먹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집밥을 해먹기 위해 간단하게 맛을 낼 수 있는 조미 제품들로 소비자들은 눈길을 돌리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2014년 1조 2천904억원이던 국내 소스 및 양념류 시장 규모는 2019년 1조 3천702억원, 2024년 1조 4천355억원으로 당분간 성장세를 계속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라참치액'과 '주부천하쯔유' 등 액상 조미료가 주력 제품인 한라식품은 지난해 상반기 대비 하반기 매출액이 12% 증가했다. 한 번 구입하면 오래 쓰는 제품 특성에 따라 매출 급증은 신규 소비자층 유입이 주된 원인으로 여겨진다.
한라식품 제품들은 많은 재료를 넣지 않고도 요리의 감칠맛을 살려 요리 경험이 적은 2030세대도 쉽게 맛을 낼 수 있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한라식품은 최근 2030세대들이 액상 조미료를 찾는 분위기에 맞춰 스틱형 제품과 일러스트레이터 송혁(nakedkingko) 작가와 협업해 MZ세대의 감성을 담은 리뉴얼 패키지를 선보이며 새로운 소비자층 잡기에 나서고 있다.
한라식품 관계자는 "그동안 요리에 참치액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몰랐던 소비자도 많았지만,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며 매출을 늘려오고 있었다"며 "최근 액상 조미료 시장이 대기업도 뛰어들면서 주목 받고 있는 만큼,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도 완성형 간편 양념인 '올반'의 1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 특히 간편 양념 중 판매량 증가 순위 1위를 차지한 제품은 대표적인 일상식 메뉴 중 하나인 순두부 맛을 구현한 '올반 정통 순두부찌개용 양념'이다.
여기에 신세계푸드의 올반 '부드러운소고기미역국'을 포함해 집밥을 먹기 위한 구입하는 국‧탕‧찌개류도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3% 성장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외식물가의 지속적인 고공행진으로 가정간편식(HMR) 카테고리가 성장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프리미엄 HMR제품 개발을 비롯한 HMR 제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성화 기자(shkim06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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