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지만 아동복 시장은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아이 수가 줄다 보니 오히려 아이에게 쏠리는 어른들의 관심이 커지는 탓이다. 아이 한 명을 위해 부모, 조부모, 고모, 삼촌 등 가족 8명이 지갑을 연다는 '에잇포켓'을 넘어 주변 지인까지도 합세한다는 '텐포켓' 트렌드까지 등장했다. 아동복 시장은 고가의 명품 브랜드와 저가의 SPA 브랜드가 성장을 이끄는 모습이다.
6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아동복 시장 규모는 2020년 9천120억원에서 2022년 1조2천16억원으로 31.75%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내 전체 패션 시장은 40조3천228억원에서 45조7천789억원으로 13.53% 확대된 것에 그쳤다. 패션업계에서 아동복의 성장세가 가장 높은데, 이는 고가 아동복 시장이 급성장한 것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동복 시장은 뚜렷하게 양극화되는 모습이다. 패딩·재킷 등 아우터는 고가 브랜드 제품으로, 바지·티셔츠 등 이너웨어 등은 저렴한 SPA 브랜드를 찾는 영향이다. 이렇다 보니 어중간한 중저가 브랜드의 입지는 약해지고 있다.
아이 선물 구매 시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 3사의 올해 초 아동 부문 매출은 성장을 이어갔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1~2월 키즈 상품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키즈 명품 상품군의 매출 신장률은 20%로 전체 키즈 상품군 성장률을 웃돌았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의 아동 상품군의 매출도 11.4% 증가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18.1% 관련 매출이 늘었고, 아동 명품은 26.5%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샤넬, 디올, 버버리, 펜디 등 해외 명품 브랜드도 아동복을 출시하고 있다. 명품을 입는 부모들이 자녀에게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히고 싶어 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지난해 디올은 국내 최초로 아동복 라인 '베이비 디올'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오픈한 데 이어 지난달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도 문을 열었다. 아기 트렌치코트가 200만원에 달하고, 600만원이 넘는 유모차는 재고가 없을 정도로 인기다.
루이비통은 영유아 라인인 베이비 컬렉션을 지난 3일 전 세계에서 동시 출시했다. 3개월에서 12개월 사이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의류와 액세서리 등을 선보인다.
키즈 명품 라인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잠실점을 중심으로 지방시, 펜디, 겐조 등 키즈 라인을 강화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강남점에 국내 최초로 프랑스 럭셔리 유아동 브랜드 아뜰리에슈를 입점시켰다. 또한 명품 유모차 브랜드 부가부, 스토케 매장 규모를 지금보다 1.5배 늘리고, 영국의 고급 애착인형 브랜드 젤리캣 매장을 별도로 만들 예정이다.
일부 스포츠 브랜드와 SPA 브랜드도 매출액이 늘고 있다. 신성통상이 전개하는 탑텐키즈는 지난해 키즈 카테고리를 늘리며 아동복 영역을 확장해오고 있다. 지난해 매출 목표를 2천100억원으로 잡았는데 탑텐은 키즈 별도 매출은 공개하고 있지 않다.
이랜드의 아동복 브랜드 뉴발란스키즈와 스파오키즈도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뉴발란스키즈 매출은 2019년 1천250억에서 지난해 1천800억원까지 성장했다. 매장 수 역시 2019년 115개에서 지난해 132개로 늘었다.
스파오키즈 역시 현재 30개인 매장수를 올해 60개까지 늘려나가며 외형을 확대할 계획이다.
한세엠케이가 운영하는 나이키키즈는 지난해 9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1호점을 오픈했는데 오픈 한달간 2만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하며, 월매출 4억3천만원을 달성했다.
무신사 키즈는 론칭 1년 만인 지난 2월 기준 거래액이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 증가했다. 론칭 시점 100여 개에 달했던 입점 브랜드도 300개까지 늘어났다.
반면 중저가의 토종 아동복 브랜드는 상황이 어렵다. 한때 대부분의 대형마트에 입점해 인기를 누렸던 아동복 브랜드 알로앤루를 운영하던 제로투세븐은 지난해 패션 사업을 아예 접었다. 2018년부터 오프라인 사업을 축소하고 온라인을 늘리는 등 노력했지만 33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해서다.
2020년 아동복 브랜드 리틀클로젯을 도입한 코오롱FnC도 지난해 사업을 접었다.
패션 업계 관계자는 "저출산 분위기 속 아이 옷을 선물하기 위해 백화점 고가 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동시에 고물가 시대인 만큼 저가 브랜드에 대한 수요도 골고루 있다"며 "이런 상황 속 자연스레 중저가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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