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안세준 기자] 오는 1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주도로 개최될 예정이었던 망사용료 2차 공청회가 갈피를 잃었다. 과방위 소속 야당은 물론 여당도 이번 공청회와 관련해 "아직 들은 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개최되지 않거나 열리더라도 맹탕 공청회가 될 가능성에 무게 중심이 실린다.
14일 국회 과방위 민주당 관계자는 17일 예정된 망사용료 2차 공청회와 관련해 "정청래 과방위원장이 제안한 이후 전혀 합의되거나 논의된 게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실 측도 "전달받은 게 아무것도 없다"고 전했다. 설령 진행된다 하더라도 질의 등 공청회에 대한 준비조차 되지 않았다는 귀띔이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설사 17일에 2차 공청회를 한다고 하더라도 다수 의원실은 아무것도 준비가 안된 상태다. 제대로 공청회가 진행될지 의문"이라며 "적어도 일주일 전에는 여야 의원실에 전달하고 토론자·발제자 등을 확정 지어야 하지 않나. 제대로 된 공부 없이 사업자에게 의지하고 끌려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민간서 해결되지 않은 ISP-CP 망사용료 분쟁…해결고리 쥔 상임위도 '갈팡질팡'
ISP와 CP 진영 간 망사용료 분쟁은 민간에서 해결될 수 없는 상태다. 앞서 넷플릭스가 망사용료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 않자 SK브로드밴드(SKB)는 방송통신위원회에 재정을 신청했다. 넷플릭스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의 소'를 제기하면서 재정 절차를 건너 뛰었다. 넷플릭스는 법원의 1심 패소에 따라 항소에 나서기도 했다. 이에 넷플릭스는 지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으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민간에서 정부로, 정부에서 법원으로의 절차를 이미 거쳤다는 뜻이다.
남은 건 국회의 양측 의사 수집과 법안 처리 탄력화. 그러나 여야(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정쟁과 SK C&C 판교 IDC(인터넷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먹통 사태, 법안 소위 등을 우선적으로 수습하면서 망사용료 분쟁은 뒷전이 됐다. 국회 내부에서도 과방위가 졸속심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오는 15일 과방위 행정실에서 열릴 예정인 과방위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도 맥을 함께 한다.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과방위 행정실은 회의 하루 전 날인 14일 오전 10시께 각 의원실에 회의 개최 관련 내용을 문자로 통보했다. 법안소위 관련 사항임에도 여야 간 협의는 진행되지 않았다. 하루 전에 문자로 회의 내용을 알게 됐다는 것. 최근 다수 의사일정이 이와 같은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정황이다.
국회 관계자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현안 처리가 급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모든 의사일정이 졸속심사다.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법안 논의가 되지 않는다. 당장 15일 법안소위도 협의가 안됐다. (망사용료 공청회가) 열리긴 하는지조차 모른다"며 유관 사업자들에게 송구한 심경을 드러냈다.
◆구글 유튜브發 국내 여론전·국회 도발에도…과방위 주도 법안 처리 '불투명'
당초 2차 공청회에서는 ISP와 CP를 대변하는 각계 전문가들이 나와 의견을 제시할 전망이었다. 망사용료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1차 공청회에 이은 격렬한 대립이 예상됐다. 과방위는 지난 9월 20일 1차 공청회를 열었다. ISP 측 대변인으로 윤상필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대외협력실장과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를, CP 측으로 박경신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가 참여했다.
현재 국회에는 망무임승차방지 관련 법안이 총 7건 발의돼 있다. 대표 발의자 소속 정당을 기준으로 더불어민주당이 4건, 국민의힘이 2건, 무소속 의원이 1건을 각각 발의했다. 일정 규모 이상의 CP가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ISP에게 망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골자다. 네이버·카카오 등 CP가 국내 ISP에게 망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는 점과 달리 구글·넷플릭스와 같은 해외 CP는 망이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다.
앞서 구글은 유튜브 망중립성 강화 서명운동과 함께 사단법인 오픈넷 주도로 구글 광고를 게재했다. 국회가 추진하는 법안에 대해 입법 저지 운동을 전개한 것. 민간의 자율적인 계약을 뒤로 한 채 정부와 법원, 국회 마저도 패싱한 상태에서 여론전에 나선 셈이다. 2차 공청회 토론자·발제자 명단은 둘째다. 과방위 주도의 망사용료 법안 처리 자체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망사용료 분쟁은 더는 민간에서는 해결이 어려운 상태다. 공청회 등을 통한 국회의 사업자 의견 수렴과 이를 기반으로 한 법제화 등을 바랬으나 (현황이 미뤄진 데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면서도 "진영별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토론자 등을 신속히 선정해 법안 의결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안세준 기자(nocount-j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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