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유럽연합(EU)이 모바일 기기 충전기 'USB-C타입'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애플의 충전단자인 라이트닝 케이블이 퇴출 위기에 놓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지난 7일(현지시간) 충전단자를 USB-C타입으로 단일화하는 이른바 '무선 기기 지침' 개정안에 합의했다. 이 같은 합의는 유럽의회를 거쳐 EU 회원국들 승인을 받아 발효된다.
충전기 표준화 법안은 EU 행정부 역할을 하는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지난해 9월 제안했다. 당시 EC는 USB-C타입을 스마트폰 충전 케이블 표준 방식으로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후 유럽의회 내부시장 및 소비자보호위원회(IMCO)는 지난 4월 모바일 충전기 표준화 법안을 43대 2로 가결했다.
결국 이번 유럽의회 전체회의에서도 법안이 통과되면서 애플은 코너로 몰리게 됐다. 애플은 지난 2012년 출시한 '아이폰5'에 처음 라이트닝 포트를 사용한 이후 이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 사이 안드로이드를 비롯한 많은 기기들은 USB-C 타입을 채택하면서 사실상 충전 표준이 됐다.
이번 지침에 따르면 EU 회원국 내에서 휴대 기기를 판매하는 제조사들은 2024년까지 모든 휴대용 기기에 USB-C타입을 적용해야 한다. 스마트폰은 물론 태블릿, 디지털카메라 등 모든 정보기술(IT) 장비가 그 대상이다.
유럽 의회 통과 후 유럽 이사회 승인 과정이 남았지만, 분위기는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유럽 이사회 승인은 9월 이후 진행될 예정으로, 유럽 이사회 합의 후 20일이 지나면 법이 확정된다. 이후 24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친 뒤 새로운 규정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오는 2024년 3분기부터 EU 지역에서 판매되는 모든 모바일 기기 충전기는 USB-C타입으로 통일해야 한다.
EU가 이처럼 나선 것은 환경보호와 사용자 편의성 때문으로, 약 10년 전부터 해당 법안 도입을 추진해왔다. EU 위원회에 따르면 매년 유럽에서 5억 대 이상 충전기가 출시되고 있고, 전자 폐기물 규모는 최대 1만3천 톤이다.
EU의 방침에 따라 인구 4억5천만 명의 거대 단일 시장인 유럽이 USB-C타입 충전기를 표준으로 삼을 경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규정은 유럽 단일 시장의 30개 국가에서 판매되는 전자 제품에만 적용되지만 EU의 엄격한 개인 정보 보호 규정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국제표준이 될 수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애플은 그동안 반발해왔다. 단순 보편화를 강제할 경우 혁신이 저해되며 오히려 전자 폐기물이 증가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충전규격을 강제하는 것은 혁신을 저해하고 오히려 새 충전기를 사야하는 고객이 늘어 낭비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EU의 움직임에 애플도 최근 백기를 든 모양새다. 애플 전문가로 불리는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 증권 애널리스트는 오는 2023년 출시될 '아이폰15'에 USB-C 충전방식이 탑재될 것으로 전망했다.
궈밍치는 "부품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3년 아이폰은 라이트닝이 아닌 USB-C로 전환할 것"이라며 "'USB-C'가 적용될 경우 아이폰의 전송 및 충전 시간이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매출 가운데 유럽 비중이 24%에 달하기 때문에 변화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애플이 USB-C 타입을 채택하는 대신 충전 포트를 완전히 없애고 무선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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